[데스크칼럼] 최종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겸임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7-08-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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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업금융부장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는 말이 있지만,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은 반대의 경우이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위원장 인선에 두 달이 넘는 장고를 거듭했지만, 새 금융위원장만큼 무난한 출발을 보이는 장관도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금융업계의 지형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가입자는 8일 만에 230만 명을 돌파하며 시중은행은 물론 전 금융권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은행업은 그동안 정부가 진입 규제를 통해 관리했던 산업이다. 이런 은행업의 규제 혁파와 진입 장벽 완화는 4차 산업혁명과 맞먹는 파장을 예고한다.

그렇게 말이 많던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다소 비합리적인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주장에 강공 일변도로 맞섰던 채권단도 타협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 뒤에서 경제와 산업 전체 차원에서 물밑 조율을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보험사들은 못 내린다던 자동차보험료를 최근 연이어 내리고 있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소비자를 기만했던 것인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지만, 신임 금융위원장 취임 후 태도가 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금융 철학은 기존 개념으로 보면 ‘혼합형’에 가깝다. 관치 성향을 떠나 관료들이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금융업을 제조업의 하위 업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금융업은 제조업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철학이 뚜렷했던 관료들은 주로 구(舊) 경제기획원 출신들이다.

노무현 정부 때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 씨는 그의 저서 ‘경제철학의 전환’에서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그는 불황 타개의 방법으로 슘페터식의 공급 혁신을 주장하며, “금융 정책은 정치적인 제스처일 뿐 정책 효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은 혁신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시각은 구 경제기획원 출신들과 맞섰던 재정경제부 관료들, 소위 ‘모피아(재경부 + 마피아의 합성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관치주의자로 알려진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이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금융업이 하위 업종인 만큼 금융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봤다. 참여정부 시절 금융당국이 과감하게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끝내 잡아낸 것은 이 같은 금융 철학의 발로(發露)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금융업을 독자적인 산업으로 키워야 하며, 규제를 최소화하고 개방을 통해 국제화해야 한다는 철학이 존재한다. 이를 전파한 관료로는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 국장이 대표적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윤증현 전 금융위원장 등도 이런 성향이 있었다.

이들의 이런 철학은 후에 ‘자본시장통합법’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 금융업을 자금 지원 측면에서만 본 것이 아니라, 자본 시장을 포괄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이를 육성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최종구 위원장이 재무부 이재국 출신의 ‘모피아’이긴 하지만, 주로 국제금융국에서 일하면서 양쪽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15년 넘게 옆에서 바라본 최 금융위원장의 강점은 이런 ‘합리적 철학’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항상 그가 있는 자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일한다. 엘리트 관료에게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겸손함이자, 책임감이며, 소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다음 자리를 생각하며 눈치를 보는 일부 관료와는 달리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으로 일한 뒤 그렇게 말 많다는 금감원에 아직도 그의 ‘팬덤’이 형성돼 있는 것은 이런 ‘진정성’이 통했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이 예상치 못했던 금융위원장의 분전으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간의 알력 다툼으로 금융 개혁이 또 무산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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