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41. 오엽주(吳葉舟)

입력 2017-06-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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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백화점에 개업한 국내 최초의 미용사

▲가운데 안경쓴 여성이 오엽주.
▲가운데 안경쓴 여성이 오엽주.

오엽주(吳葉舟)는 조선인 미용사로서 처음으로 1933년 화신(和信)백화점에 미용실을 개업한 여성이다. 조선인 최초로 쌍꺼풀 수술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1905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출생한 오엽주는 평양의 남산보통학교와 서문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26년 경성 여자미용원에서 6개월 과정을 수료했고, 그 이듬해 일본에 가서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약 3년 동안 일본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 활동했다.

오엽주는 1933년 3월 16일 종로 화신백화점 2층에 미용실을 개업했다. 당시 충무로에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미용실이 있었고, 조선인이 경영하는 곳도 있었다.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가 자본을 대고 미용사를 고용하는 형태였다. 이에 비해 화신미용원은 조선인 미용사가 직접 개업한 미용실이었다.

‘모던’의 상징 화신백화점에 있던 화신미용원은 삼면에 거울이 달린 경대와 소파를 갖춰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미용실에는 마사지실과 머리를 감는 세발실(洗髮室)이 있었다. 고데, 마사지, 매니큐어, 머리감기 등을 주로 했는데, 고데를 하고 머리를 감는 손님이 많았다. 목욕탕이 있는 집이 드물었고 머리를 자주 감기도 어려웠던 시절이라 파마를 하는 손님보다 비듬을 털고 머리를 감는 손님이 많았다. 일본인 미용사가 주로 머리를 했고 오엽주는 화장을 담당했다. 화장 솜씨가 훌륭해 “아무리 호박 같은 못난 여성이라도 나비 되듯 절대가인(絶代佳人)이 되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무엇보다 오엽주가 하이힐에 최신 양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장안의 멋쟁이였기 때문에 미용실이 덩달아 인기가 높았다. 기생이나 유명 배우가 주요 고객이었고, 명문가 여성이나 인텔리 신여성도 많았다.

1935년 1월 화신백화점에 불이 나 영업을 못 하게 되자 미용 연수를 위해 일본에 갔다 돌아와 1935년 12월 종로 영보빌딩 4층에 엽주미용실을 개업했다. 일본 마쓰다(松田) 화장품 회사의 자본을 끌어와 파마 기계를 비롯해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머리를 전기로 지진다’는 뜻에서 ‘전발(電髮)’이라고도 불렀던 파마는 엽주미용실을 개업한 1930년대 중반부터 부쩍 인기를 끌었다. 단골손님은 영화배우 복혜숙, 김연실, 신일선 등을 비롯해 소설가 이광수의 부인 허영숙 등이었다. 엽주미용실은 VIP 고객을 위해 출장 서비스도 했다.

해방 후 동아백화점에 미용실을 열어 활동했으나, 1960년 4·19혁명이 난 뒤 하와이로 이주했다. 1972년 한국 방문 이후 행적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오엽주는 근대적 위생 관념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투철한 여성으로서 미용사라는 직업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패션 감각과 미용기술이 뛰어나 새로운 유행을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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