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우울

입력 2017-06-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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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백석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백석대학교 노인복지학과 최영숙 교수
▲백석대학교 노인복지학과 최영숙 교수
30대 중반의 따님이 “아버지께 큰일이 났다”고 울먹이면서 전화를 해왔다. 40여 년간 동네일을 다 맡아서 하고, 90대의 친할머니를 모시며 자식 5남매를 키워 모두 결혼을 시킨 분이라고 했다. 올해가 회갑이라 잔치나 여행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덜컥 우울증이란 진단을 받고 하루 종일 두문불출(杜門不出)하고 누워 계신다는 것이다.

병원을 찾아 입원도 해 보고 약도 먹어 보지만, 좀처럼 차도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그렇게 만난 그녀의 아버지는 60세라고 보기에는 놀랄 정도로 축 처진 80대의 모습과 표정이었다.

증상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허무하고, 슬퍼지고,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밥맛도, 잠도, 움직일 생각도 없이 멍해지고 어깨가 처지고 하품이 나오고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한심하다고 할 것 같아 동네도 나가기 싫다는 것이다.

상담자는 소처럼 40여 년 동안 일을 열심히 해서 재산을 모으고,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동네에서 인정받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나를 필요로 하던 사람들이 언제나 나를 고마워하고 지지해줄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자식들도 떠나고 이웃들과 형제들에게도 서운함이 자꾸 쌓이게 되면서 한심하게 느껴지고 고무줄이 끊어지는 것처럼 맥이 쭉 빠져 버린다”고 했다.

완벽을 추구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런 증상을 자주 보인다. 정말 고생스럽고 힘들 때보다 하필이면 무엇인가 목적을 달성했다고 느낄 때쯤인 중·노년에 주로 이런 증상이 도둑같이 나타나 본인뿐 아니라 가족을 걱정하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울을 예방하고 회복할까?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좋은 인간 관계이다.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고 역할이나 책임으로 주어진 인정이라는 보상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열등감을 포장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평소에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라도 자기가 원하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나의 요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좀 더 나 자신의 삶에 충실히 기능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가족과 이웃 관계에서 참된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방법이고, 그렇게 자연스레 변화에 적응한다면 상담자와 같은 허무감과 절망감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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