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일자리 상황판보다 규제개혁 상황판을

입력 2017-06-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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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수원대 특임교수,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매우 높다. 대통령 지지도가 80% 중반에 이를 정도로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 매우 강하다. 새 정부 기구 중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대통령 자신이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일자리위원회’이다.

사실 대통령이 일자리, 바꾸어 말하면 청년실업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일은 정치가가 풀기에 결코 쉽지 않은 난제라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놀랍게도 고대 중국에서도 일자리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음을 알려주는 문헌 기록들이 나온다.

예컨대 ‘맹자(孟子)’의 ‘양혜왕(梁惠王)’편을 보면, 맹자가 양나라 혜왕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하는 구절이 나온다. “만일 백성에게 안정된 생업(즉, 직업)이 없으면 마음이 안정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면 곧 행동이 방종해지고, 성격이 편협하게 바뀌며, 사람이 간사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백성들이 죄를 짓지 않을 수 없게 되니, 백성들이 죄에 빠진 후 쫓아가 잡아서 형벌을 가한다면 그것은 곧 백성들을 그물질하여 그리 만든 것과 같으니, 어찌 어진 사람이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그물질할 수가 있겠습니까? (따라서 군주는 마땅히 백성들이 각자 생업을 가지게끔 돌보아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300여 년 전의 글이지만 실업(失業), 특히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잘 지적하고 있다. 즉, 청년실업은 사회의 불안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청년실업은 그 자체로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1년에 배출되는 인력은 55만 명 정도이다. 이 인력을 모두 고용하려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최소한 4% 정도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자체가 3% 수준으로 하락하여, 이런 추세가 지속한다면 매년 약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모자라는 구조적 청년실업 상태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심각한 일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심각한 내수 부진 △부동산 침체 △소득격차 확대 △저출산 △국가 재정수입 부족 등 제반 문제들이, 사실은 청년실업에 그 뿌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취업이 되지 않으니 세금을 내지 못하고, 결혼도 미루게 되고, 집도 사지 못하며, 아이를 낳지도 못하고, 쓰지를 못하니 내수가 침체되는 것이며 따라서 소득격차지표도 악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일자리 창출, 즉 청년실업 해소가 되어야 함이 명확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매일 체크한다고 일자리가 창출될 것인가? 이는 구태여 비유하자면 마차를 보고 말을 끌라고 하는 격이 될 수가 있다. 일자리 창출 및 청년실업 해소는 경제 활성화의 결과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정부에서는 공기업 등을 통해서라도 일자리를 늘리고 싶은 급한 마음이 들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심성 일자리 창출은 또 운 좋게 취업한 젊은이들과 그렇지 못한 젊은이 간의 갈등을 유발할 것이고, 대통령이 약속한 공기업 정규직 전환은 공기업적 성격이 강한 학교 병원 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것은 가뜩이나 방만한 공기업의 경영상태를 더욱 악화시켜, 결국 값비싼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급해도 정도를 걷는 것이 빠른 법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및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벤처 생태계 조성 등이 일자리 창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대통령이 규제개혁 상황판을 설치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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