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당 혁신 없는 정권 교체가 무의미한 이유

입력 2017-05-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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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국제부 기자

“정당이 민주주의를 창출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E. E. 샤츠슈나이더는 정당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정치적 신념을 실현하는 결사체로서 정당은 민주주의를 발전하게 하는 요소라고 믿었다. 실제로 정당 정치는 책임 정치의 필요조건이다. 선거가 심판 기능을 하려면 정당이 존재해야만 한다.

작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최근 프랑스에서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한 것은 정당 정치가 허약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이다.

당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정치적 역량을 갈고 닦았던 인물들은 유권자에게 외면당했다. 당 밖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TV쇼에 출연하며 인기를 쌓았던 최고경영자(CEO)가 단숨에 대선 후보가 되었다. 공화당 원로 정치인들은 그를 공화당 후보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트럼프는 당 정체성(正體性)에 들어맞지 않는 인물이다.

66%의 득표율로 당선된 마크롱 역시 창당 역사가 1년 남짓한 ‘앙마르슈’의 대표이다. 앙마르슈는 현재 의회에 의석이 단 하나도 없다.

정당 정치의 부재가 위험한 이유는 정치 불신을 심화하기 때문이다. 당 정체성을 배반하는 인물로 치르는 선거는 인물투표로 연결되고, 인물투표는 정책이나 이념보다 이미지가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인물 한 명에게 기대는 선거는 임기 내 국가의 성패(成敗)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 발전을 막는다.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에 정치 불신은 커진다.

한국 대선에서 정당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문할 때이다. 투표일을 1주일 앞두고 10명이 넘는 현역 의원들이 집단 탈당-복당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정당이 어떤 의미인지 되묻게 했다. 유권자들이 “그놈이 그놈”이라 일갈하는 것도 당연하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정당에 혐오가 생겨날 법도 하다.

정권이 바뀌었으나 그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 혐오와 불신을 조장하는 주체인 정당이 바뀌고 정당 정치가 발전하지 않는 한 “그놈이 그놈”인 현실은 하나도 나아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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