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환율 리스크] 환율 10원 내리면… 삼성전자 3000억·현대기아차 2000억 손실

입력 2017-02-08 10:23 수정 2017-02-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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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비중 높은 조선車전자철강 등 타격… 저성장 우려

1135.0원(지난해 11월 8일) → 1208.3원(1월 9일) → 1137.9원(2월 6일).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 3개월 동안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국의 임금상승률이 부진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트럼프 당선 직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한국 수출기업의 매출과 수익에 직결되는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세 분위기로 전환되자,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수개월째 뒷걸음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치마저 상승하고 있어 수출 부진이 고착화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사업계획에서 원ㆍ달러 환율 전망을 1150원 안팎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1100원 환율 저지선 뚫리면?… 천문학적 손실 불가피 =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가치가 올라간다.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수입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원유와 유화제품, 원부자재나 자본재 등을 수입하는 쪽에서는 수입대금 결제의 부담이 적어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원화 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평균 0.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자동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이 4200억 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국내 수출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원ㆍ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3.8% 하락했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10원가량 하락하면 30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가장 높았던 지난달 9일(1208.3원)과 가장 낮았던 6일(1137.9원)을 비교했을 경우 약 70원이 하락해, 앉은 자리에서 2조1000억 원으로 손실을 본 것이다. 자동차업계도 지금과 같은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 연매출은 3조 원 이상이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항공업계는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미소를 짓고 있다. 항공사는 외화부채 보유량이 많은 업종이기 때문이다. 항공기 리스 대금 등 96억 달러가량의 외화부채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원ㆍ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9600억 원의 외화평가 손익이 발생한다. 원자재를 수입해 재가공하는 CJ제일제당의 경우도 원ㆍ달러 환율이 10% 내릴 경우 비용부담이 1200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급변에 기업들 ‘진땀’… 수출 비중 90% 조선업계 비상 = 조선과 철강, 화학, 자동차, 전자 등 주력 수출기업들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 변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전체 매출 대비 수출비중이 90% 이상인 조선업계의 원화 가치 상승은 반갑지 않다. 기자재 대금 등 자금을 달러로 계산해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환헤지를 해 두지만, 원화 가치 상승은 수출 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의 경우 전체 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미국 수출 비중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33만5762대(33.2%), 33만2470대(30.6%) 수준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앨라배마와 조지아주에 각각 공장을 지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공장에서 수출하는 물량이 많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며 매출이 2000억 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약 3000억 원의 환율 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기준으로 원ㆍ달러 환율 10원당 1500억 원 정도의 매출 변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해외에서 달러로 대금을 결제받는 물량이 많거나 수출 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원재료를 수입해서 쓰는 만큼 이 부분에서는 안도할 수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 90%에 달하는 만큼 장기적인 환율 하락은 국내 산업계에 큰 타격”이라며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 환율 하락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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