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아베 총리의 정상외교와 일본의 天災

입력 2016-11-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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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변해 가는 세계 정세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먼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1월 18일 페루에서의 APEC 회담 참석차 미국 뉴욕을 들러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를 만났다. 이 회담은 아베 총리가 당선 축하전화를 트럼프에게 걸었을 때 약속한 만남이었다. 아베는 발 빠르게 움직였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첫 번째 외국 수반이 되었다. 회담 내용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본 내에서는 주로 일본에 좋은 회담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회담 후 아베 총리는 한 저널리스트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무척 사교적이고 사람의 얘기를 잘 듣는 대단히 총명한 분이었다.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농담을 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아베 총리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신뢰할 만한 지도자임을 확신했다”라고 공식 코멘트를 냈다.

그런데 아베와 트럼프의 회담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신랄한 코멘트를 내놓았다. “힐러리가 당선될 것이라고 오판한 아베는 미 대통령선거 결과에 놀라 조급하게 트럼프와의 회담을 제의했다”, “아베는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에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려고 만났을 것이다” 등 아베 총리가 트럼프를 만난 일 자체를 평가절하했다.

이번 ‘미일회담’의 배경에 대해 잘 아는 일본의 한 자민당 국회의원은 “이번 회담이 트럼프의 자택에서 열린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 측이 비공개로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으로서는 아베 총리가 공을 들였던 TPP를 트럼프가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한 내용이나, 그가 주일미군의 주둔비용을 인상하겠다고 발언한 것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와 관련된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트럼프가 아베 총리를 만나기 전에 공화당의 현실주의 외교의 대명사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난 사실에 주목한다. 일부 일본 언론은 트럼프도 전통적인 공화당의 외교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의 회담 이상으로 기대한 것이 APEC에서의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와 북방 영토 문제를 해결하려고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방 영토란 러시아 측이 남 쿠릴열도라고도 부르는 일본 홋카이도 동쪽에 있는 4개의 섬을 말한다. 이 4개 섬에는 1945년 8월 15일까지 1만5000명 정도의 일본인들이 살고 있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옛소련이 참전해 북방 영토를 점령했다. 그때 일본인들이 일본 본토로 추방되다시피 도망 나온 것이다. 일본 정부는 줄곧 북방 영토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해 왔고 1956년에는 4개 섬 중 좀 더 남쪽에 있는 2개 섬을 일본이 반환받는 조건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고 했으나 마지막 교섭에서 결렬된 경위가 있다. 러시아와 일본은 아직 평화조약도 체결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일본정부는 러시아와 북방 영토 문제 해결과 러일 평화조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월 15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북방 영토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이 12월의 러일 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달 19일부터 페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20일 푸틴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는 12월 푸틴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1시간 10분 동안 개별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회담의 반인 35분 간 아베 총리는 통역만을 입회시키고 푸틴과 비공개 회담을 했다. 이때 북방 영토 문제를 다뤘는데, 일본 측이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회담 후에 푸틴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북방 영토를 포함하는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에 대해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일본은 둘 다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싶다. 그러나 그 길은 간단하지 않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북방 영토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주권을 갖는 러시아 영토”라고 주장해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 APEC 회의 중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북방 영토를 러일 공동 경제활동 지역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얘기는 새로운 뉴스로 일본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이런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스가 관방장관은 “러시아와 일본이 북방 영토에서 공동 경제활동을 한다고 해도 일본 측의 법적 입장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전제조건”이라고 논평했다. 이 말은 러시아 통치하의 북방 영토에서 일본이 러시아와 공동으로 경제활동을 한다면 법적으로 러시아의 북방 영토 지배를 인정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러시아의 북방 영토 지배를 일본이 인정했다는 법적 해석이 나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동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게 바로 일본 측 입장이다. 그러나 그런 공동 경제활동 자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12월에 푸틴을 국빈으로 일본에 모셔놓고도 일본 정부는 러일 관계에서 원하는 성과를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일본의 기시 노부오(岸信夫) 외무성 부장관은 21일 북방 영토에서의 ‘공동 경제활동’에 대해 “북방 영토의 귀속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하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해 검토할 가치가 있음을 표명했다. 그러나 그도 “법적 입장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북방 영토 문제는 쉽지 않은 사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두 정상은 러일 간의 경제협력을 추진할 뜻을 거듭 밝혔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에 “북방 영토 문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회담 전의 기세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러일 간 북방 영토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일본 내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10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한 달간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295회나 발생했다. 그중 가장 큰 지진은 11월 22일 오전 5시 59분경에 후쿠시마현(福島縣) 앞바다에서 일어난 진도 5의 규모다. 이 지진은 해안에서 10㎞ 정도의 비교적 얕은 해저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즉시 피난 경보와 쓰나미 경보가 나왔다. 피난·쓰나미 경보는 TV, 라디오, 휴대폰, 인터넷 등으로 즉시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쓰나미 경보가 나왔습니다. 즉시 되도록 높은 곳으로 피난하십시오!” 피난경보는 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도 발령되었다.

2011년 3월 일본 원전을 망가뜨린 동일본 대지진의 발생 지역이 바로 후쿠시마현이다. 당시 후쿠시마현 북쪽의 이와테현(岩手縣)에서는 15m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쓰나미가 발생했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피난지정소로 피난한 많은 사람들도 죽음을 면할 수가 없었다. 피난소가 높은 지대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오히려 지정피난소가 아닌 높은 언덕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다. 그 후 일본은 쓰나미가 발생하면 무조건 높은 곳으로 피난하라는 지시를 내리도록 매뉴얼을 대폭 수정했다.

한국은 ‘최순실 게이트’라는 인재로 현재 나라 전체가 큰 불행에 빠졌으나 일본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대규모 천재로 나라가 불행 속으로 빠져들 우려가 있다. 일본은 최근 한국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바로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연일 보도되는 최순실 사태 관련 내용을 통해 일본과 다른 한국의 모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먼저 입시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한국에서 입시 비리를 저지른 것은 절대 용납이 안 된다는 점을 이번 사건을 통해 이해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일본 방송사는 한국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들을 인터뷰해 뉴스로 내보냈다. “보통사람들은 몇 년씩 고생해서 공부를 하고 대학에 들어가는데, 돈이나 권력이 있다고 해서 특혜를 받고 입학한다는 것은 절대 용납이 안 된다”, “억울해서 못 살겠다” 등의 목소리를 일본 TV가 보도했다. 일본의 경우 고졸자의 5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90% 이상의 고졸자가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의 실상을 일본인들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음을 일본인들이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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