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주노동자 하면 왜 동남아 사람들만 떠올리나!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6-03-03 07:14 수정 2016-03-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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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 시선

▲외국인을 표출하는 미디어의 시선은 이중적인 경우가 많다.
▲외국인을 표출하는 미디어의 시선은 이중적인 경우가 많다.
“흑인들의 불참 사태 때문에 사회를 거절할까 고민했다.”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진행을 맡은 코미디 배우 크리스 록의 말이다. 이에 공감하는 시상식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날 록은 시상식에 오른 아시아계 어린이를 향해 편견에 가득 찬 농담을 해 비판이 쏟아졌다.

록의 이중적 태도를 보면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저널리즘 스쿨이 최근 발표한 ‘다양성에 관한 아넨버그 보고서’로 시선이 향한다. 2014년 한 해 동안 대형 영화사들이 만든 영화 109편과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1년 동안 방송된 TV 시리즈 305개의 대사가 있는 배역 1만1306개를 분석한 보고서다. 백인과 백인이 아닌 인종 간의 균형을 맞춘 영화는 7%에 불과했고 TV 시리즈는 21%였다. 대사 배역의 주요한 연기자는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보고서는 할리우드 영화와 TV 드라마는 흑인, 아시아인 등 백인 이외의 인종에 대한 묘사도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미디어의 특정 인종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차별적 묘사가 룩 같은 이중적 인식을 하는 사람들을 양산한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미국, 유럽 등 서구 미디어가 지배적인 이미지와 관습적 서사를 통해 동양문화와 동양인을 이국적 혹은 야만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해 동양에 대한 인종적, 민족적 편견을 이데올로기화한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영화와 TV, 신문 등 우리 미디어는 외국인에 대한 묘사나 시선은 바람직한 것일까.

“연탄 색깔하고 얼굴 색깔이 똑같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해 12월 18일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을 하던 흑인 유학생에게 한 말이다. 심각한 인종차별적 발언이다. 논란과 비판이 거세자 “현장에서 친근함을 표현한다는 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이러한 발언이 여당 대표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미디어의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묘사방식의 결과이기도 하다.

TV를 비롯한 우리 미디어가 흑인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의 이주노동자를 드러낼 때 구사하는 지배적인 이미지와 서사는 이들을 불쌍하거나 동정받아야 할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종임 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는 ‘동정(同情)과 동경(憧憬)의 이중주’라는 논문에서 KBS ‘러브 인 아시아’ 등 많은 프로그램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도움이 필요한 동정이 대상으로 타자화하고 외국인에 대한 일정한 틀을 미리 정해놓고 그 틀에 외국인들의 모습을 맞추는 재현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백인들에 대한 우리 미디어의 묘사는 흑인과 동남아 이주 노동자의 그것과 대척점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와 다르게 서구 백인들에 대한 지배적인 미디어 담론은 지적이거나 부유하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서구 백인들을 다룰 때 우리 미디어는 환상을 부추기며 동경적 시선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제 이 같은 인종과 외국인에 대한 우리 미디어의 이중적이고 차별적인 시선은 지양돼야 한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그리고 동남아인이든 유럽인이든 우리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수용자 역시 미디어가 디자인하는 외국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수용해 특정 외국인이나 인종에 대해 묻지마식 차별을 하거나 무조건적 동경을 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오프라 윈프리 쇼’등 미국 프로그램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이 나오거나 록 같은 미국 스타의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말에 대해서는 비분강개하면서도 우리 미디어의 흑인이나 동남아시아 이주노동자에 대한 희화화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웃음 짓는다. 당신은 외국인 이주노동자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동남아 이주 노동자만 생각나는가. 아니면 미국 백인 이주노동자도 떠오르는가. 대학 강단에 서는 미국 백인도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한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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