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핀테크의 발전 방향

입력 2015-02-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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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미국·영국·중국 핀테크 기업의 성공 사례들이 계속 소개되고 있다. 물론 현상 분석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남들이 어떻게 한다는 분석을 넘어 핀테크의 본질을 보고, 미래를 그려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핀테크는 금융과 기술의 융합이다. 아마존이라는 온라인 서점이 반스앤노블과 같은 오프라인 서점을 대체한 것과 같이 스마트 기술에 기반한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과의 경쟁을 위해 소위 롱테일(long tail) 고객을 공략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과 백화점 등은 진열 공간의 한계 등으로 많이 팔리는 제품에 집중하는 80:20이라는 파레토 법칙에 입각해 영업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이 공간 제약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소량 판매(롱테일) 책의 영업을 통해 대부분의 이익을 취했다.

핀테크 금융도 마찬가지로 소규모 거래부터 기존의 금융을 잠식하고 있다. 스마트 플랫폼에 의한 거래 비용 급감에 따라 롱테일 고객에게 낮은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핀테크 기업들은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저비용의 P2P(Peer to Peer: 직접거래) 연결망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다. 고객 간 연결 비용을 축소하는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이 결제, 대부, 소액 투자, 환전, 보험, 송금 등의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또 다른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개별 고객의 가치와 위험 분석을 저비용으로 실시간 제공하기 시작했다. 바로 빅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기업들이다. 개별 고객의 비정형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금융에서는 불가능했던 개별 고객에게 최적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자산관리 서비스, 맞춤 대출, 투자 분석 등을 거쳐 이제는 은행의 업무 전반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들은 인공 지능을 무기로 새로운 핀테크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의 본질은 가치와 위험의 분석에 있다. 대출이자보다 위험도가 낮으면 금융기관은 이익을 획득한다. 그런데 현재 개인 혹은 기업의 실질적 위험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담보 대출 관행에 젖은 한국의 은행은 그동안 위험 분석 기법을 제대로 다지지 못했다. 서비스 플랫폼과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의 등장에 사실상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셈이다.

금융은 그래프상의 선과 점으로 치환해도 좋을 것이다. 선은 거래이고 점은 고객의 가치와 위험도다. 최저 비용으로 선을 그어 거래하고 점에 해당하는 고객의 가치와 위험을 분석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금융 문제는 해결된다. 여기에서 선의 역할이 거래를 연결하는 서비스 플랫폼이고, 점의 역할이 개별 고객의 가치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결론적으로 서비스 플랫폼과 빅데이터 플랫폼이라는 두 플랫폼의 경쟁력이 핀테크의 미래 경쟁력이다.

그런데 이 중에 핵심 차별화 요소는 개별 고객의 빅데이터가 된다. 알리페이라는 결제 서비스를 통해 획득한 빅데이터가 위어바오 등 알리바바 핀테크 사업의 경쟁력인 것이다.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인터넷 은행 허가를 내준 의미는 이들 기업의 결제와 소셜 데이터에 근간을 둔 금융 경쟁력이 중국의 발전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딜레마에 부딪치게 된다. 거대 IT기업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으면 국가 차원의 핀테크 경쟁력이 취약해지고, 이들에게 허가하면 금융의 집중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대안은 중국과 같이 빅데이터 기업에 인터넷 은행의 허가를 내주되, 중국과 달리 빅데이터를 적절한 방법으로 개방, 공유토록 하면 금융의 집중을 막을 수 있다.

예적금, 투자, 증권, 환전, 송금, 보험 등 모든 금융은 핀테크로 갈 것이다. 금융이 점진적으로 진화해 IT를 융합하거나 IT기업이 와해적으로 금융을 흡수하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대규모 거래는 전자를, 소규모 거래는 후자의 형태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여하튼 확실한 것은 핀테크가 금융을 바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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