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가입하면 손해?”… 임의가입자 2만명 탈퇴

입력 2013-09-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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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신고’ 기피 우려도

▲지난 2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백발의 한 노인이 기초연금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보험료를 10년 이상 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과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 대해 지급하는 기초연금, 두 제도가 충돌하고 있다.

27일 연금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장기간 가입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기초연금 정부안은 국민연금의 가입 유인을 약화시키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정부가 마련한 기초연금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보다 길어지면 1년마다 수령액이 1만원씩 줄어드는 구조다.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단계적으로 깎여 20년 이상은 10만원만 받게 되는 식이다.

월 99만원인 소득자가 15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 납부하면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23만7000원 정도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기여하지 않아도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장기 가입 유인이 적다.

특히 현재도 18~60세 인구 중 40%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 중일 정도로 사각지대가 광범위한 상황에서 소득이 잡히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국민연금 가입과 납입을 기피하기 위해 소득을 축소 신고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 될 경우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은 국민연금 대신 기초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국민연금이 중산층 이상과 소위 보험료를 원천징수 당하는 월급쟁이 대상의 ‘반쪽짜리’ 연금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총수령액으로 계산하면 어떤 경우도 장기 가입자들이 불리한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낸 돈의 평균 2배를 받도록 설계돼 있기에 가입기간이 길수록 감액된 기초연금액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총 수령액은 늘어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행 기초노령연금이 2028년까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들이 월 2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기초연금 정부안대로라면 1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국민연금 흔드는 기초연금…5개월새 2만명 탈퇴=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은 인수위원회와 국정과제로 정리되는 과정에서 재원으로 국민연금기금을 사용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국민연금을 탈퇴하고 기초연금만을 수령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임의가입자들의 탈퇴가 줄을 잇고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을 기준으로 의무가입자와 임의 가입자로 나뉜다.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 중 소득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국민연금법은 소득활동이 없지만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가입할 수 있는 전업주부나 학생 등을 임의가입자로 보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지역 의무 가입자로 규정하고 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임의가입자수는 2010년 1월 3만8113명에서 올해 1월 20만8754명으로 5.5배 늘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민연금과 결합한 기초연금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한 후부터 지난 7월까지 5개월새 2만210명이 국민연금에서 탈퇴했다. 임의가입자수는 올해 7월 현재 18만8544명이다.

‘2012년 국민연금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수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2033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가입자수 증가율은 전년 대비 2009년 1.6%, 2010년 3.2%, 2011년 3.4% 등 증가율 3%를 넘지 못하고 있고 2012년 증가율은 2.2%대에 머물렀다.

◇국민연금 가입 유인 악화…자영업자 ‘소득신고’ 기피 우려도=소득파악이 어려운 현실에서 자영업자, 일용직 근로자 등 지역가입자가 국민연금의 가입과 납입을 기피하기 위해 소득을 축소신고 할 수 있어 문제다. 자영자 소득파악은 세무조사라는 강력한 수단을 가진 국세청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난제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민연금 가입대상 총인구 3200만명 중 공적연금 비적용자는 1200만명으로 약 36.8%가 제도권 밖에 방치돼 있다.

실업 등으로 국민연금보험료 납부를 유예받은 국민연금의 납부예외자는 지역가입자(848만383명)의 54.3%에 해당하는 460만5493명(2012년 9월말 기준)에 달한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가입자 중 상당수가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인데 소득 파악이 잘 되지 않고 있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라면서 “지역가입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소득이 발생해도 이들이 소득신고를 기피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문제는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들이 느끼는 상실감”이라면서 “정부가 기초연금이 저소득층 대상 공공부조 제도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국민연금의 가입 유인이 약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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