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무차별 연대보증에서 징벌적 사후배상으로

입력 2013-09-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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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협회 명예회장

창조경제는 창업 활성화로부터 시작한다. 창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 창업자 연대보증이다. 그런데 창업자 연대보증 해소의 전제조건으로 기업가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상당하다. 이제 도덕적 해이의 대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연대보증 제도의 시작은 기업가의 도덕적 해이로부터 비롯됐다. 1972년 8월 3일 박정희 대통령은 사채동결이라는 초법적 비상 조치를 단행해 기업들을 부실화의 늪에서 구출한다. 그 이후 기업의 자산을 빼돌려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잘 산다’는 도덕적 해이가 속출하자 기업가와 기업를 연좌하는 연대보증 제도가 대안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제도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연대보증제도는 모든 기업가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있다. 성실한 실패와 도적적 해이에 관계없이 연대보증을 통한 무차별적 회수를 한 결과 ‘사업실패자= 신용불량자’라는 이 사회의 등식이 만들어졌다. 재도전이 사라진 사회에서, 대기업에 취업 가능한 우수 인재들은 위험한 창업을 기피하게 됐다. 그 결과 기업가 정신은 급락해 OECD 최고에서 최하위 국가로 급전락하게 된 것이다.

한편 무차별 연대보증에 대해 기업인들은 모든 자산을 배우자 명의로 사전에 이전하는 등의 대응책을 발달시켜 연대보증의 실효성은 날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전체 사고 금액 중 연대보증인으로부터 회수하는 비중은 10% 선에 머물고 있다. 연대보증 제도는 이제 사회적 비용이 사회적 편익을 훨씬 능가하는 지경에 이르게 돼, 보증제도의 옷을 갈아 입을 때가 된 것이다.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 사례는 회사 자산을 개인 앞으로 빼돌리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를 입증하기 어려워 무차별적 연대보증으로 보완했으나, 이제는 대부분 횡령으로 입증이 가능해지고 있다. 회계 정보의 투명성이 증가함에 따라 이제는 성실한 실패와 도덕적 해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U의 경우 무고한(honest) 파산과 부정한(dishonest) 파산은 확실하게 구분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기업은 무고한 것으로 추정하되, 부정한 기업으로 판명되면 처벌을 강화하고 있음에 주목하자(폐업 및 부도기업의 회생을 위한 EU 집행위의 정책 제안, 2011.01.21). 파산기업의 4~6% 정도만이 사기 등 부정행위와 관련 있다는 것이 EU 대사관의 자료다. 한국의 경우도 그 비율은 이제 10%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도 일부 기업들의 불투명한 경영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나, 그 비율은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 즉 이제 다수의 성실 기업인에 소수의 도덕적 해이 기업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무차별적 연대보증 제도의 개선 방향이 그려진다. 지금은 신용불량자 중에서 도덕적 해이가 없는 사람들을 사후 선별 구제하는 재기 지원제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으나, 사후 약방문에 지나지 않아 우수 창업을 촉진하기에는 파급력이 매우 약하다. 이제는 원칙적으로 재도전을 허용토록 사전 연대보증을 없애고, 횡령 등 부도덕한 기업가의 사후 징벌을 강화하는 징벌적 배상제의 도입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즉 ‘무차별 연대보증과 선별 지원’에서 ‘원칙적 재도전과 징벌적 배상’으로 정책 방향이 선회해야 하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과도한 사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하여 사회적 손실을 무시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라는 정의에서는 국가 성장동력을 깎아 내리는 금융기관의 연대보증 관행이 도덕적 해이의 정의에 부합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창업 기업인들은 국책 보증기관들과 연대보증 계약 대신 투명경영과 징벌적 배상 계약으로 대체하는 것이 대안이다. 투명경영 계약에 합의한 기업들은 회계 정보를 보증기관의 투명경영 DB에 올려 정보의 비대칭을 줄여야 할 것이다. 사전 규제의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사후 평가로 이행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이 선진 제도인 것이다. 바로 KTX의 10배 사후 배상제도가 좋은 예일 것이다. 기업가 정신 존중 문화의 시작이 바로 창업자 연대보증 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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