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NLL에 비친 여당과 야당

입력 2013-06-2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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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NLL은 북쪽의 해군력이 약할 때 우리 쪽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다. 상대와 합의한 선도 아니고 영토선은 더욱 아니다.” 누구의 생각인가? 고 노무현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다.

또 있다.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니 상대의 힘이 커지면서 분쟁이 일어난다. 지키려 할수록 분쟁의 소지는 더 커진다. 그렇다고 양보하고 포기할 거냐. 그럴 수도 없다. 선이 묵인되어 온 역사가 있고, 또 이를 지켜 온 역사가 있는데 하루아침에 지울 수 있겠나. 분쟁의 선을 평화의 면으로 확정하거나 덮고 가는 것이 최선이다. 이 일대를 화해협력이 이뤄지는 평화협력지대로 만들자.”

잘못된 생각인가? 그래, 설령 그렇다 치자.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이 나라의 지도자로서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되는 꿈인가? 정상회담이든 어디서든 누가 물어 와도 답조차 할 수 없는 일인가? 바다 위에서 민족상잔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민주당에 묻고 싶다. 대선 당시 ‘NLL 포기 발언’ 문제가 터졌을 때 그렇게 진위 여부만 문제 삼아야 했나? 하지 않았겠지만 못할 이유는 또 뭐냐고 말할 수는 없었나? 평화협력지대와 NLL 문제는 별개라고? 이기고 봐야 하는 판에 표가 달아날까 두려웠다고? 이래도 저래도 우습다.

덕분에 지금 세인의 관심은 정상회담에서의 발언 여부에만 가 있다. 만에 하나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 되나. 평화협력지대에 대한 구상과 관계없이 일단 영토를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한 대통령으로 정리된다.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그렇다. 발언하지 않아 다행이라 할 것인가.

그래서 평화협력지대 구상을 애초에 꺼낼 가치도 없고 꺼내서도 안 되는 것으로 만들 것인가. 이것이 진정 야당이 바라는 바인가.

NLL과 평화협력지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 뒤에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지역 전체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다. 지역 블록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 지역 홀로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고, 이 속에서 남과 북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들어있다. 국방비를 늘리고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자 한 것도,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하고, 한때 일본 지도자를 향해 역사 문제를 학계와 시민사회에 맡기자 한 것도 모두 이러한 고민의 결과였다. 잘 맞지 않는 조각들 같지만 그 뜻을 이해하고 나면 나름 하나의 큰 그림이 된다.

그 그림이 완벽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앞세우고 있는 정당이라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당당히 설명해 나갈 이유가 있다. 큰 그림에 대한 이해 없이 해군기지 같은 문제는 뚝 잘라 반대하고, NLL 발언을 했느니 안 했느니 공방에 말려 헤매는 정도라면 차라리 그 사진을 내려놓는 편이 옳다.

여당에 대해서도 짧게 한 마디만 하자. ‘영토 포기’ 운운하며 국민을 자극하지 마라. 우리 정치가 아무리 엉망이고 우리가 아무리 어리석어도 영토를 포기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는 않는다. 또 5년간 국정을 운영하게 두지도 않는다. 국정원 선거개입 이슈에 물 타기,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잘 해야 하늘 보고 침 뱉기다. 그만둬라.

그리고 국정원 보관 문서는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다? 그래서 공개해도 위법이 아니다? 이게 국회의원, 그것도 여당 국회의원이 할 말인가.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에 구멍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정원 같은 기관이나 개인이 쥐고 있을 수 있는 문서들까지 다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법에는 그 취지가 있다. 이 법 또한 그렇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그 직무를 소신껏 처리하게 하되 역사 속에 그 책임을 지게 한다는 취지가 있다. 그래서 대통령의 직무기록을 함부로 없애지도, 함부로 공개하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어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그 취지를 짓밟아도 좋다고 주장하는 ‘꼴’이 우습다. 이것이 관행이 된다면 대통령이 어떻게 최고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어리석은 야당에 속 좁은 여당.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세월이다. 국민은 또 한 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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