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전통시장 풍경, 뽑고 뜨고 깎고… 인심은 ‘덤’

입력 2013-02-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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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한번 제대로 못 펴고 떡을 뽑지만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할아버지는 첫 지하철이 출발하기도 전 집을 나섰다. 매서운 칼바람을 맞서 서울역에 도착하니 이미 긴 줄이 서 있었다. 직원이 나눠준 종이에 한 자씩 정성껏 써내려간다. ‘출발역…행신, 도착역…동대구’ 설날은 한 달이나 남았지만 손주들의 귀여운 재롱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모란시장에서 만난 달인의 손. 커다란 동태 한 마리가 튀김거리로 변하는 데는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손녀는 엄마 손을 잡고 주단으로 향했다. 아이의 귀여운 재롱에 가게 안이 금방 웃음으로 번졌다. 색색의 치마, 저고리에 꼬까신과 노리개들까지. 아이는 그 화려함에 넋을 뺏겼고, 엄마는 너무 예쁜 딸의 모습에 맘을 빼앗겼다. 이 모습을 어서 할아버지께 보여드려야 할 텐데… 엄마의 마음은 어느새 친정으로 향했다.

▲할머니 등에 업힌 아기에게는 차례상에 올라갈 생선보다 어묵꼬치 생각이 간절하다.

할머니는 손주를 등에 업고 시장으로 향했다. 민어조기에 홍합 말린 것, 곤약도 한 덩이, 아들이 좋아하는 식혜 생각에 엿기름도 사고, 우는 손주 달래느라 풀빵도 한 봉지… 잡곡가게를 지나 생선가게, 야채가게, 과일가게를 들르니 손수레가 금방 가득 찼다. 그래 어서 집에 가자. 딸과 며느리 불러서 음식 장만 해야겠다.

▲아기는 색색의 설빔에 마음을 빼앗겼고, 엄마는 딸의 미소에 마음을 빼앗겼다.

방앗간은 찜질방마냥 김으로 가득 찼다. 주인은 아들, 딸에 손녀까지 모두 불러 쌀을 씻고, 찌고, 떡을 뽑고, 말려 썰었다. 한동네 넉넉히 다 먹일 가래떡들이 산처럼 쌓이다가도 썰기 무섭게 금세 바닥을 보였다. 허리 한 번 제대로 펴기 힘들고 담배 한 대 필 새 없지만 구성진 노랫가락이 절로 나온다. 빳빳한 새 돈들은 따로 모아서 손주들 세뱃돈 줘야겠다.

▲비닐봉지를 묶을 때까지도 아주머니의 가격 흥정은 멈추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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