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가장 아름다운 나눔

입력 2011-01-12 10:56 수정 2011-01-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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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야거
다음 달 2월이면 고(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가 된다. 김수환 추기경이 마지막으로 남긴 사랑의 선물, 각막 기증으로 그 해 장기 기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장기 기증 희망 등록건수를 보면 2008년 7만4841건에서 2009년 한해 동안 18만5046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다가 지난해는 장기기증 서약 건수가 추기경 선종 이전의 수치로 다시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는 1만8000여명의 환자가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들 조차 평균 3년 11개월을 삶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이식을 기다려야 한다.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대기자가 2009년 한해 406명에 달했다고 한다.

필자의 고향인 유럽은 아시아 보다 장기기증 문화가 널리 확산돼 있고 인식도 높은 편이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에서 장기기증과 장기이식이 보편화되기 까지는 효율적인 장기구득시스템 구축 및 법률제도 마련과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오랜 기간 동안의 적극적인 캠페인이 필요했다.

네덜란드에서는 opt-out 시스템(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경우 전국민을 잠재적인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로 간주하는 시스템)을 가동하여 보다 원활한 장기기증을 돕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장기기증 문화가 잘 정착된 나라의 하나인 스페인의 장기기증 비율은 한국의 열 배가 넘는 100만 명당 34.3명에 달한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장기 기증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이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노바티스에서도 서울대병원과 함께 장기 기증한 사람과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들로 구성된 ‘히말라야 생명나눔 원정대’ 활동을 펼쳐, 장기이식자-기증자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랴아 등정에 성공했다. 일반인도 해내기 어렵다는 히말라야 등반 성공은 장기 기증 받은 사람, 준 사람 모두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사회 유명 인사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 장기기증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기 위해 시작된 ‘장기기증 생명나눔 캠페인’도 있다. 국회 국민건강복지포럼이 주관하고, 대한이식학회와 한국노바티스가 후원한 ‘장기기증 생명나눔 캠페인’에는 필자를 포함하여 민주당 전현희 의원, 대한이식학회 조원현 이사장, 산악인 박영석 대장, 사진작가 오중석, 디자이너 최범석, 영화감독 이정범, 배우 윤손하, 배우 김사랑, 마술사 노병욱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장기기증 생명나눔 메신저’ 10인으로 참여했다.

1명의 장기기증자가 9명의 장기이식 대기자를 살릴 수 있다는 ‘1 save 9’ 의미를 살려 총 10명의 ‘장기기증 생명 나눔 메신저’로 출발한 ‘장기기증 생명나눔 캠페인’은 장기기증 서약 동참 릴레이를 통해 지난해 12월까지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인, 일반인 등 사회 각계 다양한 인사들 160여명이 참여해 장기기증 문화 정착을 위해 힘을 모았다.

특히 MBC ‘무한도전’의 ‘도전! 달력모델’ 사진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오중석 사진작가가 캠페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화보 촬영을 담당했으며 디자이너 최범석은 화보 촬영 위한 '장기기증 생명나눔 티셔츠'를 디자인해주는 등 재능기부를 통해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이처럼 여러 기관과 단체적일 장기기증 서약 문화 확산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아직은 생명 나눔의 의미를 공감하는 이들이 부족한 형편이다. 더 많은 관심과 장기기증 서약 문화 확산을 위한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이 필요하다. 기부나 봉사활동 같은 나눔도 있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만한 아름다운 나눔은 없다.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하는 것,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일을 때론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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