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임'이라던 지방채 석달만에 꺼낸 추미애…'반대하려면 묘책 가져오라'

입력 2026-11-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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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개 사업 '전액 미반영'에 '칼 살 돈도 없다'…도는 '논의용 빈칸 예산'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눈속임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겼지만,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8월 5일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며 민선 8기를 겨냥해 한 말이다. 꼭 석 달 뒤인 11월 5일, 경기도는 내년 민생예산 재원으로 지방채 발행과 기금 예치금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는 "남이 하면 눈속임, 내가 하면 재정혁신인가"라는 말이 나왔다. 추 지사는 "지방채도 안 된다, 기금도 안 된다 하려면 묘책을 가져다 달라"고 맞섰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 (경기도)

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제395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대집행부 질문에서는 이혜원 경기도의원(국민의힘·양평2)이 2027년도 본예산 조정안을 사업단위로 뜯어보며 추 지사의 편성 기준과 재정운용의 일관성을 따졌다.

이에 경기도는 홍은광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내고 지금의 예산안은 '논의용 빈칸 예산'일 뿐 삭감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8월엔 '눈속임', 11월엔 재원대책…같은 수단, 다른 평가

추 지사가 8월 문제 삼은 것은 민선 8기의 재정 운용이었다. 경기도는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지방채 약 9430억원을 발행했다. 발행 한도 9460억원에 거의 닿은 규모다. 각종 기금에 있던 약 5588억원도 통합계정을 거쳐 일반회계 등에 쓰였다. 추 지사는 그러고도 상당수 민생·필수사업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석 달 만에 같은 수단이 재원대책 목록에 올랐다. 홍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추미애 지사의 지시에 따라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 지방채 발행 및 기금 예치금 사용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당시 비판의 초점이 지방채와 기금을 쓰고도 1년 치 예산을 채우지 못한 운용에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검토와 목적은 다르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발행하고 어떻게 갚을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본회의에서 나온 "남이 하면 눈속임, 내가 하면 재정혁신인가"라는 지적은 이 지점을 겨눴다. 추 지사는 "비난만 하지 말고 지방채도 안 된다, 기금도 안 된다 하려면 묘책을 가져다 달라"고 받아쳤다.

△ 2171개 중 596개 '전액 미반영'…”숫자 맞춤식 행정"

이 의원에 따르면 43개 실·국이 요구한 2171개 사업 가운데 596개 사업은 예산이 전액 반영되지 않았고, 189개 사업은 일부만 반영됐다. 10억원 이상을 요구한 사업만 따져도 87개 사업, 5473억원이 빠졌다. 여기에는 학교급식비 1042억원과 어린이집 이동지원센터,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사업이 들어 있다.

올해 본예산과 견주면 사회복지사·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소상공인 지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지원 등 1472개 사업, 7904억원이 편성되지 않았다는 게 이 의원의 분석이다.

그는 내년 조정규모를 2조2000억원으로 추산하며 사업의 필요성보다 감액 목표를 먼저 정한 '숫자 맞춤식 행정'이라고 몰아붙였다.

596개·189개 사업은 2027년도 실·국 요구액 대비, 1472개 사업·7904억원은 올해 본예산 대비 수치로 잣대가 다르다. 모두 확정 예산이 아닌 사전협의용 기초안을 분석한 결과다.

비판은 협치로 번졌다. 이 의원은 여야정협치위원회를 출범시키고도 정작 중요한 예산은 밀실에서 결정한다며 '협치의 탈을 쓴 독선'이라고 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 지원금 삭감에는 엄격하면서 도지사의 쌈짓돈과 의전에는 관대하다고도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김운남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11)이 이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 "칼 살 돈도, 도마 살 돈도 없다"…전두환 '달빛 정책'까지

추 지사는 "민생이 절박함에 안쓰럽고 눈에 밟힘에도 (예산으로) 담을 수 없는 현실이 무척 고통스럽다"고 했다.

전날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의 '예산 난도질' 공세에는 "예산을 난도질, 칼질, 깎았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고 저에게는 칼 살 돈도, 도마를 살 돈도 주어지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그런데도 예산 복원을 하지 않아서 제가 도민을 기만한다는 것은 정치적 난타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불러냈다. 추 지사는 "존경하지 않는 분이라 되도록 인용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전제한 뒤 "햇볕정책을 펼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같은 진영에서 비난하자 전 전 대통령이 이들을 나무라면서 '비판만 하지 말고 달빛정책이라도 갖고 오시오'라고 했다고 한다"며 "민생을 복원하려면 묘책을 갖다 달라"고 했다.

감액 기준이 없다는 지적에는 취임 뒤 실·국별 인사를 보류한 채 자체 사업평가를 하고 외부 전문가와 함께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예산을 되살리지 못하는 이유로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막힌 취득세를 들었고, 2027년 1조2000억원이 넘는 소방인건비를 국가가 부담하면 그 돈을 '민생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고 했다.

△ 경기도 “1조6500억 안에 최소한만…확정 삭감 아니다”

도는 서면 브리핑에서 지금 제기되는 예산 관련 의견은 도의회와의 사전 협의를 위한 기초안을 근거로 한 것이라며 "경기도가 특정 예산을 삭감했거나, 확정한 것처럼 간주하는 모든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기초안은 내년 가용재원 1조6500여억원 안에서 조직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만 담은 '논의용 빈칸 예산'이라는 설명이다.

도는 추가 재원 확보를 전제로 도의회의 증액 규모와 우선순위 의견을 받고 있으며, 추 지사가 생명 안전과 취약계층, 필수 민생사업 예산을 우선 반영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올해 2차 추경에서 3개월 미편성 상태였던 결식아동과 유·초·중·고 급식비, 난임부부 시술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예산을 편성했고, 보육·어린이집과 장애인, 택시 관련 예산을 도의회와 함께 증액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도는 "내년 본예산도 경기도의회와 협의하여 필수 민생예산을 증액 편성할 것"이라고 했다.

빈칸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다음주 예산안에서 숫자로 드러난다. 596개 사업이 그대로 빈칸으로 남을지, 지방채와 기금으로 얼마를 메울지가 함께 확인된다.

△ 조직개편엔 "오해 말라"…이주민 1000여명은 인권위로

조직개편을 두고 추 지사는 사회연대경제협력관을 새로 두는 등 사회혁신경제국 개편은 업무 연관성을 높이려는 것이고, 이민사회국 개편은 외국인 통합과 사회 통합에 집중하려는 취지라며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민사회국을 과 단위로 줄여 성평등가족국에 넣는 안에 반대하는 이주민과 지원단체 관계자 1000여명은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예정이다.

이에 대해 도는 조직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접수된 의견 약 565건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도는 11일 2027년도 본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한다. 도의회는 6일부터 상임위원회별 행정사무감사에 들어가고, 12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정례회에서 예산안을 심의·의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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