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 지분적립형 분양주택①] 전국 첫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GH, '다음 집'은 도민에게 물었다

입력 2026-11-0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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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도민 목소리가 출발점"…도민 답은 '구도심·중소형·천천히'

전국에서 처음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문을 여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첫 청약을 엿새 앞두고 '다음 집'의 조건을 도민에게 물었다. 답은 숫자로 돌아왔다. 신도시보다 구도심, 큰 집보다 22~24평형 중소형, 지분은 앞에서 많이 사기보다 뒤에서 더 많이 사는 방식이었다.

▲김용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이 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기 도민주주단 '기회수도파트너스' 제1회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걱정되는 점도 솔직하게 말씀해 달라"며 토론 결과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공급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학 기자)
▲김용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이 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기 도민주주단 '기회수도파트너스' 제1회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걱정되는 점도 솔직하게 말씀해 달라"며 토론 결과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공급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학 기자)

3일 이투데이 현장취재를 종합하면 GH는 이날 오후 2시 수원컨벤션센터 407~408호에서 제2기 도민주주단 '기회수도 파트너스' 제1회 정책토론회를 열고 '도민이 가장 선택하고 싶어 할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모습은?'을 주제로 공급지역·면적·지분 취득방식을 물었다. 박상열 GH 주거전략부장의 제도 설명과 질의응답, 원탁별 분임토의, 무선투표가 이어졌고 투표에는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60여명이 참여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집값의 25%만 내고 입주한 뒤 20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사들여 온전한 내 집을 만드는 공공분양주택이다.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첫 단지가 수원광교 A17블록 240가구다. 첫 단지 청약이 시작되기도 전에 GH는 다음 단지의 밑그림부터 도민 앞에 펼쳤다.

김용진 GH 사장은 인사말에서 "제도의 장점도 많지만 저희 스스로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걱정되는 점도 솔직하게 말씀해 달라"고 했다. 이어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이 정책을 가장 크게 발전시킨다고 믿는다"며 토론 결과를 꼼꼼히 분석해 지분적립형 공급계획과 운영방안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구도심 39대 신도시 19…병원·직장·학교 곁을 택했다

지역 선호를 묻자 '구도심(생활 인프라는 충분하지만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곳)'이 39명으로 '새로 개발되는 신도시'(19명)의 두 배를 넘었다. 분임토의 결과를 정리한 화면에 이유가 적혔다. 고령층에게는 병원이, 청년에게는 출산·양육·직장이 당장 필요해 신도시가 자리잡기를 기다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땅값이 낮은 구도심이라야 분양가와 공공성을 지키며 실수요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견, 무주택 인구가 많은 구도심 정비사업에 중소형 주택을 공급해 쇠퇴한 지역을 살리자는 제안까지 더해졌다. 진행자는 사전 의견에서도 지금 사는 곳에서 친구·직장·학교와 함께 지내고 싶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신도시를 고른 쪽의 논리도 분명했다. 자녀를 넓고 안전한 곳에서 키우고 싶다는 것, 시세가 높아 재산 없는 신혼부부·청년은 들어갈 수 없던 신도시에 지분적립형으로 종잣돈 없이 진입해 10년 이상 살며 자산가치 상승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택지를 대규모로 공급하면 구도심보다 분양가가 싸다는 의견도 있었다.

△ 22~24평형 33명…넓은 집보다 맞는 집

면적은 전용 40㎡이상 60㎡미만(약 22~24평형)이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60㎡이상 85㎡미만은 21명, 40㎡미만은 5명이었다. 광교 첫 단지의 지분적립형 물량인 전용 59㎡가 바로 이 구간이다. 사전 의견에서는 60대 이상이 큰 평수보다 관리하기 편한 실속형을 원했다.

△25→15→15→20→25… 지분은 소득 따라 천천히

지분을 사들이는 순서에서는 광교 첫 단지와 다른 답이 나왔다. 입주 때 25%를 먼저 사고 나머지 75%를 네 번에 나눠 산다면 어느 쪽이 좋으냐는 질문에 64명 가운데 33명이 '뒤에서 더 많이 취득하는 방식(25%→15%→15%→20%→25%)'을 골랐다. '앞에서 더 많이 취득하는 방식(25%→20%→20%→20%→15%)'은 24명이었다. 광교 A17블록은 5년마다 20%씩 세 차례 사고 20년차에 15%를 채우는, 앞에서 더 많이 사는 구조다. 세부조건 9개 가운데 하나만 고르게 한 질문에서도 21명이 '뒤에서 더 많이' 방식을 꼽았고 '앞에서 더 많이'는 5명에 그쳤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목돈 부담을 뒤로 미루고 싶다는 요구다. 향후 공급방식에 대한 선호인 만큼 광교 첫 단지의 확정된 취득 일정과는 별개다.

세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묻자 지분취득 방식(29명)이 지역(26명)을 근소하게 앞섰고 면적은 4명에 그쳤다. 토론 전 사전 의견조사(68명 응답)에서 지역 47%, 취득방식 38%, 면적 11% 순이던 것과 달라진 결과다. 제도 설명과 질의응답을 거친 현장 투표에서는 '어디에'만큼 '어떻게 사느냐'가 무거운 기준으로 떠올랐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2기 도민주주단 정책토론회의 현장투표 결과. 공급지역은 구도심(39명), 주택 면적은 전용 40㎡ 이상 60㎡ 미만(33명), 지분 취득 방식은 후반에 더 많은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33명)이 각각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지역과 면적 문항에는 각각 62명, 지분 취득 방식 문항에는 64명이 응답했다. (김재학 기자,ChatGPT)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2기 도민주주단 정책토론회의 현장투표 결과. 공급지역은 구도심(39명), 주택 면적은 전용 40㎡ 이상 60㎡ 미만(33명), 지분 취득 방식은 후반에 더 많은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33명)이 각각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지역과 면적 문항에는 각각 62명, 지분 취득 방식 문항에는 64명이 응답했다. (김재학 기자,ChatGPT)

△ "월세 300만원, 사람이 살겠나"…도민이 꺼낸 질문들

질의응답에는 도민들의 삶이 그대로 실렸다. 한 도민주주는 모아둔 돈 1억원에 월소득 600만원인 젊은 부부가 월세로 300만원을 내는 사례를 들며 "이거 사람이 살겠나" 싶었다고 했다. 이런 부부가 경기북부로 옮겨온다면 지분적립형에 들어올 길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진행자는 소득의 30~40%를 월세로 내야 하는 현실이 타당한지는 국토교통부와 다시 따져볼 문제라고 받았다.

청년 특별공급에서 부모자산까지 따지는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에는 상위 법령이 바뀌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녀를 위한 지분 마련이 가능한지, 부모와 자녀가 세대를 나누면 청약 자격은 어떻게 되는지 등 가족 단위 질문도 이어졌다. 원탁에서는 지분적립형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토지임대부 주택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 앞에서 진행자는 "이 질문이 안 나오면 어떡하나 싶었다"며 답을 청했고, 박 부장은 "토지임대부 주택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했다. 땅은 공공이 갖고 건물만 소유하는 토지임대부와 달리 지분적립형은 20년 뒤 땅과 건물을 모두 온전히 갖는다는 설명이다.

△ "앙꼬 있는 찐빵"…기대와 걱정을 함께 꺼냈다

진행자가 소개한 사전의견에는 기대와 걱정이 나란히 적혔다. 초기 부담이 적고, 가산이자가 대출이자가 아닌 예금이자 기준이며, 최초 분양가로 지분을 계속 살 수 있고, GH가 공급해 안정적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됐다. "앙꼬 있는 찐빵이네요"라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10년 동안 마음대로 팔 수 없다는 점, 집값이 떨어지면 약정된 금액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 시세차익을 왜 공공과 나눠야 하느냐는 물음, 지분을 살 때마다 목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걱정도 뒤따랐다.

△ LH·SH도 찾은 GH 모델…정부 공급대책의 첫 시험대

광교 A17블록은 정부 정책의 첫 실물이기도 하다. 정부는 8월 13일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공공분양의 약 15%를 지분적립형·수익공유형 등 부담가능 분양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GH 안내책자가 인용한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수도권 자가보유율은 2020년 53.0%에서 2024년 55.6%로 5년간 2.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2024년 수도권 소득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8.7배다.

길을 먼저 낸 GH에는 다른 기관의 발길이 이어졌다. GH가 9월 본사에서 연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설명회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전국 도시개발공사와 지자체 공공주택 담당자, 외부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해 GH가 자체 제정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운영관리기준'을 살폈다. 제도도 경기도 손을 거쳐 바뀌었다. 경기도 건의를 국토교통부가 받아들여 6월 22일부터 시행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청년·신생아 가구 특별공급이 새로 생기고 특별공급 비율이 50%에서 70%로 늘었다. 광교 A17블록에 이 기준이 바로 적용됐다. 목돈 없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사다리가 될 수 있을지, 그 첫 답이 광교 청약에서 나온다.

△ 김용진 "도민 목소리가 출발점"…토론장에서 견본주택으로

이번 토론회는 6월 24일 출범한 제2기 도민주주단의 첫 정책토론회다. 2023년 첫발을 뗀 도민주주단은 제2기에 기존 우수주주 19명, 청년 대표 40명, 중장년 대표 32명, 고객 대표 9명 등 100명으로 꾸려져 2028년 4월까지 활동한다. 출범식에서 가장 논의하고 싶은 분야로 '주거정책 및 주거복지'(41%)가 선택되면서 첫 의제가 지분적립형으로 정해졌다. GH가 토론회 참석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설문에서는 80.9%가 지분적립형이 필요하다고, 79.4%가 조건이 맞으면 청약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제2기 도민주주단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자료집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주택도시공사(GH) 제2기 도민주주단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자료집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김용진 사장은 "지분적립형 주택은 도민이 실제로 살아갈 집인 만큼 도민의 목소리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토론회에서 모인 소중한 의견을 향후 공급 및 홍보 계획에 적극 반영해 도민이 주인이 되는 주거정책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관에 먼저 다녀왔다며 "저도 가서 배우고 느낀 게 많았다"고도 했다.

토론을 마친 도민주주단은 용인시 수지구 광교자연앤센트레빌 견본주택의 지분적립형 홍보관으로 자리를 옮겨 주택 구조와 공급 조건을 살폈다. GH는 투표와 분임토의 결과를 통계로 정리해 도민주주단에 알리고 향후 공급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광교 A17블록 지분적립형 240가구는 11월 9일 특별공급, 10일 일반공급 1순위, 11일 2순위 청약을 받는다. 당첨자 발표는 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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