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멈춰선 CPTPP⋯연간 5조 실익에도 '정무적 부담'에 발목[다시 멈춘 CPTPP]

입력 2026-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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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서두르지 말라"… 농어민 반발에 '연내 가입 신청' 사실상 백지화
성난 농심 달래려 상생기금 7000억 국비 투입…'연 5조 순편익' 기회손실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CPTPP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CPTPP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따른 경제적 청사진을 제시한 지 불과 열흘 만에 기존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농어민 반발을 의식해 '연내 가입 신청 불가'를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속 무역 영토를 확장하려던 정부의 통상전략이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12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8일 CPTPP 가입을 연내에 신청하지 않도록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6일 국무회의 토의 과정에서 올해 11월 CPTPP 장관회의에 한국 가입 안건이 논의되려면 늦어도 10월 중순에는 공청회 개최를 공고해야 한다는 실무적 압박이 제기되자 시한을 정해놓고 서두르지 말라며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통상정책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며 특히 어려움을 겪는 농어민들과의 신뢰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최근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 등으로 흉흉해진 농어촌 여론을 달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약속했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조원 가운데 부족분인 7000억원을 정부 재정으로 직접 채워 넣기로 했다. 기존에 검토되던 기업 출연금 중심의 펀드 조성안 대신 확실한 국가 재정 투입으로 성난 농심을 진화하겠다는 의도다.

CPTPP 가입 추진이 농어업계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TPP(CPTPP 전신)에 대한 관심 표명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수차례 가입 기회를 엿봤으나 번번이 선거 등 정치적 셈법과 농어민 반발에 밀려 '검토'와 '공론화' 단계에만 머물렀다.

이번 정부 역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은 지 10일 만에 역대 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됐다.

연내 가입 신청은 물 건너갔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는 파장 축소에 애쓰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연내 신청을 추진한다고 공언한 적이 없다"며 "가입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공론화에 집중하겠다는 기조인 상황이다.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 현재로선 정해진 스케줄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28일 정부가 CPTPP 추진 근거로 제시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경제효과 분석에 기반을 둔 거시적 기회비용 상실은 뼈아픈 대목이다.

KIEP에 따르면 CPTPP 가입 시 발효 10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38%포인트(p)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부문별로는 향후 15년간 제조업 생산은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 증가하는 반면, 농림수산업 생산은 연평균 약 8500억원 감소한다. 제조업 증가분에서 농어업 피해액을 제하더라도 연간 5조원 이상의 순편익이 발생한다. 가입이 미뤄질수록 이 같은 실익이 기회비용 손실로 누적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원래부터 정해진 일정이 없었던 만큼 '지연'에 따른 손실이란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산술적 총합의 크기보다는 각 이해집단이 겪는 유불리와 수용성 이슈가 본질"이라며 경제적 실익보다 정무적 갈등 해소가 우선임을 내비쳤다. 경제효과 분석 재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좌고우면을 멈추고 정면 돌파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CPTPP 가입의 거시적 실익과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농어업계 반발이라는 정치적 제약에 가로막혀 매번 표류해 왔다"며 "정부가 가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진정성 있는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과거 무역협상 초기 우려했던 것보다 실제 농어업 피해 규모가 훨씬 작았던 사례들을 거울삼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통해 정치적 부담을 딛고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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