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수혜 vs 농어촌 피해…CPTPP 재논의 열쇠는 ‘분배’[다시 멈춘 CPTPP]

입력 2026-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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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분석, 제조업 기반 생산 연평균 최대 6.7조 증가…농림수산은 8523억 감소
상생기금에 국고 7000억 투입 계획…정부·수혜 산업의 재원 분담이 과제
직불금 지급 문턱도 점검…민감품목 보호와 소득안정 대책 병행해야

▲한국 CPTPP 가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분석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한국 CPTPP 가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분석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개방의 이익을 농어민의 피해보전으로 연결할 ‘분배 장치’ 마련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재논의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제조업과 연관 산업에 연평균 최대 6조7000억원의 생산 증가 효과가 예상돼도 농어민에게 돌아갈 지원이 분명하지 않으면 시장 개방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와 수혜 산업이 재원을 어떻게 나눠 부담하고, 실제 피해 농어민에게 어떤 기준으로 지원할지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정부 등에 따르면 CPTPP 발효 후 15년간 제조업과 전후방 연관 산업의 생산 증가 효과는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으로 잠정 추산된다. 반면 농림수산업 생산은 같은 기간 연평균 8523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이 수치는 생산액의 변화를 추산한 것으로, 기업의 순이익이나 농어가의 소득 손실을 직접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장 개방의 영향이 산업별로 엇갈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가 전체가 시장 개방으로 이익을 얻더라도 손실을 보는 농어민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개방의 이익을 피해보전과 농어촌 지원으로 연결할 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다.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당시 조성을 약속한 기금으로, 기업 등의 자발적 출연을 바탕으로 농어업·농어촌을 지원한다. 기금은 교육·장학과 복지, 지역개발 등에도 쓰인다.

그러나 조성 실적은 약속에 미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1조원 조성을 약속한 기금의 누적 적립액이 3255억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출연금 2000억원을 반영했고, 이후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의 7000억원 투입 계획은 기존 기금의 조성 목표를 채우려는 조치다. CPTPP 가입에 따른 피해보전에 필요한 재원은 향후 협상 결과와 지원 대상·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필요한 재원을 정부 재정과 기업 출연으로 어떻게 나눠 마련할지도 쟁점이다. 기업의 자발적 출연은 참여 정도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는 만큼, 참여를 끌어낼 유인도 재원 확보와 맞물려 있다.

재원 논의는 실제 피해 농어가에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지와도 연결된다. 정부는 과거 FTA 보완대책에서도 피해보전직불금·폐업지원과 시설현대화 등 경쟁력 강화 지원을 병행했다.

문제는 제도가 있어도 피해 농가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FTA 피해보전직불금은 협정 이행에 따른 수입 증가와 가격 하락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지급된다. 지급액을 산정할 때는 수입 증가가 가격 하락에 미친 정도도 반영한다. 생산이나 소득이 줄었다고 손실을 자동으로 보전하는 구조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FTA 농업부문 영향 및 국내보완대책 평가’에서 2015~2024년 피해보전 직불 사업의 연도별 평균 예산 집행률이 37.0%였다고 분석했다. 예정처는 엄격한 지급 요건으로 실제 피해 농가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지급 요건 완화와 품목별 피해 모니터링 개선을 주문했다.

CPTPP 보완대책도 지원 총액과 함께 대상·지급 기준·기간을 제시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시적인 가격 하락을 보전할지, 장기간의 소득 감소와 품목 전환 비용까지 지원할지에 따라 필요한 예산과 사업 구성이 달라진다. 품목과 지역, 농어가 규모별로 손실이 어디에 집중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피해 자체를 줄일 협상 전략도 필요하다. 쌀 등 민감품목의 보호 수준과 개방 이행 기간에 따라 농어업이 받을 충격은 달라진다. 재검토 기간에 통상당국과 농어업 담당 부처가 협상 목표와 소득안정 대책, 재원 분담 방식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전문가와 기업, 농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피해가 예상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실제 상황에 맞춰 지원 대상과 품목을 신속하게 정할 수 있도록 기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계에서는 기금 사업의 기획과 추진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불만이 있었다”며 “관리 체계를 보강해 농업 관련 전문기관에 운영을 위탁하거나 농식품부가 직접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상생협력기금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는 충분히 협의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피해를 보전하고 중기적으로는 농업 경쟁력을 높일 방안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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