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다음은 ‘데이터’⋯AI 시대 대기업·中企 ‘新 갑을관계’ 탄생하나 [AI 신계급사회]

입력 2026-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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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현대차·LG, 제조 전 과정 AI 전환 가속
생산·품질 데이터가 AI 경쟁력 좌우하는 핵심 자산
접근권·2차 활용·AI 결과물 귀속…새로운 상생 과제

AI 시대의 도래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의 새로운 쟁점으로 ‘데이터’가 부상하고 있다. 기존 대·중소기업 격차가 자본·임금·R&D·납품단가를 중심으로 나타났다면 AI 시대에는 생산·품질·설비 등 제조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새로운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사의 제조 현장이 AI로 연결될수록 데이터에 누가 접근하고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AI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새로운 거래 조건이 될 전망이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생산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AI와 결합하는 제조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공장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데이터 활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가 생산·품질·물류 데이터를 학습해 이상을 예측하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한다. 자재 입고부터 생산·출하까지 전 공정에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품질·생산·물류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할 계획이다. 반도체 부문에서도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AI가 학습·판단하는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공정·설비 데이터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생산라인 이상 발생 시 원인과 대응 방안을 제안하는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10년 동안 축적한 770테라바이트(TB)의 제조·생산 데이터를 설비·공정 관리와 품질검사, 디지털트윈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외부 기업에 공급하는 스마트팩토리 B2B 사업으로도 확장했다. 현대차그룹도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 판매 등에 분산된 데이터를 표준화·연결하는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개발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를 생산·품질 관리에 활용하고 판매 현장의 데이터를 다시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에 연결하는 구조다.

AI 전환의 범위는 대기업 자체 공장을 넘어 협력사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은 2023년부터 ‘스마트공장 3.0’을 통해 중소기업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도 경북 경주 글로벌상생협력센터에 ‘AI 특화 공동훈련센터’를 열고 올해 1·2차 부품 협력사 임직원 900여 명을 대상으로 AI 실무 교육을 진행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삼성전자·포스코 등과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LG CNS·메가존 등이 참여하는 AX 선도모델을 통해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사의 제조 현장이 연결되면서 실제 공급망에서는 데이터 제공도 이뤄지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은 공급망 내 협력업체의 생산성과 납품 품질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다”며 원청이 대기업인 경우 협력사가 요구받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27일 경기도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DX부문 '2026년 상생협력 DAY'를 개최했다. DX부문 '2026년 상생협력 DAY' 행사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7일 경기도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DX부문 '2026년 상생협력 DAY'를 개최했다. DX부문 '2026년 상생협력 DAY' 행사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문제는 AI 활용이 본격화하면서 데이터가 단순한 공정 정보가 아니라 AI 경쟁력을 결정하는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AI 업스킬링 기업 팀스파르타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제조공정 정보와 부품 단가, 고객·영업정보, 소스코드 등 핵심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나 AI 서비스에 맡기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체 보안조직이나 전담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데이터의 이동과 활용 범위를 직접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조 AI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할수록 이 같은 문제는 새로운 대·중소기업 상생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상생 논의가 납품단가와 기술탈취, 인력·R&D 지원 등에 집중됐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의 저장 위치와 접근권, 활용 목적, 외부 반출과 2차 활용, AI 결과물의 귀속까지 거래 관계에서 정해야 할 영역이 넓어지는 셈이다. 팀스파르타 관계자는 “AI 시대의 데이터 주권은 단순히 ‘데이터가 누구 것인가’를 넘어 기업이 저장 위치와 접근 범위, 활용 목적, 외부 반출 여부까지 지속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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