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력·인프라는 수도권 집중
정부, AX 실증산단 확대나서
지역기업·대학 인프라 공동 활용 추진

한국 제조업의 핵심 생산거점은 울산·창원·구미·포항·광주 등 비수도권에 넓게 퍼져 있지만 AI 인력과 기업, 컴퓨팅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제조업의 AI 전환(AX)이 새로운 지역 격차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AI가 공정 최적화와 품질검사, 설비 예지보전, 생산계획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AI 전문인력과 컴퓨팅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제조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울산의 자동차·석유화학, 창원의 기계·방산, 구미의 전자, 포항의 철강 등 AI를 적용할 생산 현장과 데이터는 지역에 풍부하지만 이를 AI 모델로 만들고 현장에 적용할 전문인력과 기업은 수도권에서 찾아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지역 제조업계의 고민이다.
기존 '본사는 서울, 공장은 지방'이라는 분업구조에 'AI는 수도권, 제조는 지방'이라는 새로운 이중구조가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제조 현장에서는 AI 도입 효과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AI팩토리 선도 프로젝트 가운데 비교적 일찍 사업에 착수한 42개 사업장을 점검한 결과 생산성은 평균 30.1% 높아지고 불량률은 평균 15.5%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성우하이텍은 전기차 배터리 무인 자율제조 시스템을 도입해 품질검사 시간을 90% 단축했고, HD현대삼호는 AI 기반 자율용접·검사 솔루션을 적용해 생산성을 50% 높였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문제는 지역 제조기업이 AI를 실제 공장에 적용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제조 AI는 산업별 도메인 지식이 중요해 AI 기술과 제조공정을 함께 이해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지역 대학이 관련 인력을 양성하더라도 졸업 후 수도권으로 이동하면 지역 기업의 인재 확보는 어려워진다. AI 기업까지 수도권에 몰릴 경우 지역 제조기업과 AI 공급기업 간 협업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수도권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결국 수도권에 있는 직원들을 광주·호남 등 지역으로 보내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인데, 이 역시 거주와 복지 등 정주 여건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단지를 지역 제조업의 AI 전환 거점으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9월 제조기업과 AI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M.AX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 2월 산업단지를 거점으로 지역 AX를 추진하는 산단AX 분과를 신설했다.
창원·광주 등 기존 10개 AX 실증산단에서는 지역 기업과 대학이 참여하는 'MINI 얼라이언스'를 통해 산단 입주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와 기술·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개별 중소·중견기업이 AI 전문인력과 고가의 컴퓨팅 인프라를 각각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산업단지 단위로 이를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부는 올해 추가 선정된 3개 실증산단에도 MINI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고 AX 실증산단을 2030년까지 25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산업의 도메인 지식과 AI 전문성을 갖춘 현장형 인재를 키우는 'M.AX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또 2030년까지 AI팩토리 500개를 구축하고 기업별로 흩어진 제조 데이터를 AI 모델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도 조성할 예정이다.
관건은 AI가 지역 공장에 단순히 '도입'되는 것을 넘어 관련 인력과 기술, 컴퓨팅 인프라가 지역에 얼마나 축적되느냐다.
수도권 AI 기업이 지역 공장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데 그친다면 공장의 AI 활용은 늘어도 지역 자체의 AI 생태계가 성장하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제조기업과 지역 대학·연구기관, AI 기업이 연결되고 인력과 데이터가 지역에 축적된다면 기존 제조업 기반이 지역 AI 산업을 키우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제조업의 AI 전환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산업 격차를 좁힐지, 'AI는 수도권, 제조는 지방'이라는 새로운 이중구조를 굳힐지는 지역의 AI 인력과 인프라 확보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