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밖 떠돌던 ‘미프진’ 정식 도입⋯음성 유통·안전 우려 해소한다

입력 2026-09-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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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 이후 후속 입법 지연⋯국가 관리체계 부재
온라인 음성 거래 이어져⋯안전성·복약관리 우려 지속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법 개정 전 품목허가 가능해져

▲<YONHAP PHOTO-4039>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하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16    jeong@yna.co.kr/2026-09-16 11:09:28/<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YONHAP PHOTO-4039>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하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16 jeong@yna.co.kr/2026-09-16 11:09:28/<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의 정식 도입에 나선 배경에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째 이어진 입법·제도 공백이 있다.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된 뒤에도 관련 약물은 제도권 밖에 머물면서 음성적인 유통과 안전성 문제가 지속돼왔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헌재는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죄와 의사의 업무상동의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관련 조항을 2020년 말까지 계속 적용하도록 하면서 국회에 대체입법을 요구했지만, 시한 내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당 조항은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임신중지 허용 시기와 방법, 의료 지원체계 등을 규정할 후속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형법상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잃었지만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의료체계 안에서 어떻게 제공하고 관리할지를 둘러싼 제도는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제도 공백 속에서 임신중지 약물 역시 정식 의료체계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국내에서 정식 처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음성적인 거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품 여부나 성분·용량을 확인하기 어렵고 의료진의 진료와 복약지도 없이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정부 차원의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은 것은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약물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제처에 현행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지 약물의 품목허가가 가능한지를 질의했고, 법제처는 지난달 19일 법 개정 전에도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안전성·유효성 등 허가 요건을 갖추면 현행 법체계 안에서도 허가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에 정식 도입이 추진되는 약물은 제품명 ‘미프진’으로 알려진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합제다. 미페프리스톤이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하고, 미소프로스톨이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임신 조직의 배출을 돕는다. 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하며, 복용 후 복통과 출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관리 아래 투약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약품이 2024년 12월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를 신청해 현재 식약처 심사를 받고 있다. 현대약품은 2021년과 2023년에도 각각 동일한 약물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자료 부족과 임신중지에 대한 법률 공백으로 제대로 심사받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가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에 앞선 2000년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병용요법을 승인했으며, 현재 임신 70일(10주) 이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영국과 프랑스, 일본, 호주 등 100여 개 국가에서 임신중지 약물이 허가돼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도입을 낙태죄 폐지 이후 이어진 국가 관리체계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번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낙태죄 폐지 이후 실질적인 국가 관리체계가 부재했던 상황을 개선하고 국가 의료체계 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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