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하나 등 5곳서 8월 저신용 금리, 중신용 밑도는 ‘금리 역전’
저신용 금리우대 확대 영향 관측…SCB 적용 시 역전폭 더 커질 수도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시장에서 중신용 자영업자의 대출금리가 올해 들어 1%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부도 위험이 더 높은 저신용자의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당국과 은행권의 포용금융 지원이 저신용층에만 집중되면서 중신용 차주가 더 높은 이자를 무는 ‘금리 역전’과 상대적 역차별이 현실화하고 있다.
9일 본지가 은행연합회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 공시를 전수 분석한 결과 비교 가능한 16개 은행의 6등급 평균금리는 올해 1월 8.52%에서 8월 9.48%로 0.9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7~10등급 저신용 차주의 평균금리는 10.20%에서 10.31%로 0.1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다른 등급과 비교해도 6등급의 상승세는 가팔랐다. 1~3등급은 0.10%포인트 올랐고 4등급은 0.14%포인트, 5등급은 0.21%포인트 상승에 머물렀다. 중신용 구간인 6등급만 유독 1%포인트 가까이 뛴 셈이다. 이에 따라 6등급과 7~10등급 간의 금리 격차는 1.68%포인트에서 0.83%포인트로 반토막 났다.
공시등급은 각 은행의 자체 신용등급을 부도위험 기준 공통 10등급 체계로 환산한 수치다. 통상 1~3등급은 고신용자, 4~6등급은 중신용자, 7~10등급은 저신용자로 분류된다.
신용도가 더 낮은 차주의 금리가 오히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도 은행권 전반으로 번졌다.
지난달 기준 KB국민·하나·BNK부산·카카오·케이뱅크 등 5개 은행에서 7~10등급 금리가 6등급보다 낮았다. 하나은행의 경우 6등급 금리가 8.25%였으나 7~10등급은 5.39%에 불과해 금리가 2.86%포인트나 뒤집혔다. 케이뱅크 역시 6등급(7.41%) 금리가 7~10등급(5.32%)보다 2.09%포인트 높았다.
은행권은 저신용 자영업자를 겨냥한 상생·포용금융 상품의 우대금리가 통계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한다. 하나은행은 7월 청년·고령·창업 및 매출감소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하나뿐인 사장님대출’을 선보였다. 부산은행도 지난달 말 상품을 개편해 소호성장 차주에게 최대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했다.
지난달 금융권에 본격 도입된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SCB)’도 금리 역전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SCB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영세 차주를 위해 매출액과 상권 성장성 등을 반영해 금리 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다.
현재 국민·기업·농협·부산·신한·우리·제주·하나은행 등 8곳이 관련 상품을 취급 중이다. 국민은행은 ‘KB투게더론’, 신한은행은 일반자금대출 등에 SCB를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SCB 혜택으로 7~10등급 차주가 신용등급 상향 없이 파격적인 금리 감면을 받게 되면 6등급과의 금리 역전 폭이 한층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신용 소상공인의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신용 차주 지원에 재원이 몰리며 정작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중간 신용층이 고금리 유탄을 맞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상공인은 소득이나 매출이 충분히 잡히지 않거나 금융이력이 부족해 기존 신용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며 “포용금융으로 저신용 차주의 금리가 낮아질 경우 그보다 신용도가 조금 높은 중간 구간은 혜택을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