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살 돈 해외에 못 준다”…모디의 ‘2047 해양굴기’, HD현대가 올라탔다

입력 2026-09-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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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인도 투투쿠디에 조선소 건설 추진
인도, 10년간 자국 선단 1000척 확대 목표
韓 고부가선·印 범용선…글로벌 생산기지 재편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인도에 대규모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 정부가 자국 선박을 자국에서 건조·운송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선·해운업 육성에 나선 가운데 한국의 조선 기술과 인도의 생산 경쟁력을 결합하려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투투쿠디에 연간 350만∼400만GT(총톤수) 규모의 대형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투자액은 약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총사업비는 최대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소 건설과 함께 기자재 업체의 동반 진출 등을 통해 투투쿠디 일대에 현지 조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가 인도를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주목하는 배경에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해양 암릿 카알 비전 2047’이 있다. 인도 정부는 이를 통해 해운·항만·조선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향후 10년간 자국 선단을 최소 1000척가량 확대해 외국 선사와 선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목표다.

특히 막대한 해상 운임의 해외 유출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연간 해상 운임 850억달러 가운데 약 750억달러가 외국 선박에 지급되고 있다. 수출입 물동량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실어 나를 자국 선박이 부족한 탓이다.

이에 인도 정부는 자국에서 선박을 건조해 자국 선사가 운항하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선박 건조 보조금과 재활용 크레딧, 조선소 인프라 지원 등 대규모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현지 조선업의 공급 능력이다. 인도는 긴 해안선과 대규모 물동량을 갖췄지만, 상선 건조 분야에서는 낮은 생산성과 부족한 기자재 공급망, 대형 선박 건조 경험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자국 선대를 대폭 늘리더라도 늘어나는 발주를 현지 조선소만으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을 시장 진출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인도로서는 한국의 설계·생산 기술과 대형 야드 운영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고, HD현대는 인도 정부의 정책 지원과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 비용을 활용해 해외 건조 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

투투쿠디 조선소가 현실화하면 HD현대의 글로벌 생산기지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HD현대는 이미 베트남·필리핀 등에서 해외 생산 거점을 활용하고 있어 인도가 추가되면 선종별로 국내외 야드의 역할을 나누는 생산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소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고, 인도에서는 탱커·벌크선 등 상대적으로 표준화가 용이하고 향후 교체 수요가 예상되는 선박을 건조하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한된 국내 도크를 고수익 선박에 우선 배정하면서 인도에서는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범용 상선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인도의 탱커·벌크·컨테이너선 등의 발주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의 자국 선대 확대가 본격화하면 발주 수요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면서 “투투쿠디가 새로운 해외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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