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한 용기 다시 화장품 용기로…‘보틀 투 보틀’ 구현

아모레퍼시픽의 사회공헌은 ‘아름다움’의 가치를 제품 밖으로 확장하는 데서 출발한다. 화장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에 남기는 부담을 줄이고 소비가 끝난 뒤 버려지는 용기까지 다시 자원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기업의 책임 범위를 넓혀왔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생산과 소비, 폐기 이후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며 본업과 사회적 가치를 연결해온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CSR 필름 페스티벌 수상 기록에도 담겨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과 2016년, 2020년, 2021년 등 총 네 차례 수상했다. 환경과 지역사회 상생 등으로 사회공헌의 폭을 넓혀온 가운데, 사용한 화장품 용기를 다시 자원으로 돌리는 활동은 아모레퍼시픽 CSR의 대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자원순환 활동의 출발점은 2009년 시작한 화장품 공병 수거다. 플라스틱과 유리로 만든 용기를 회수해 폐기물로 버려지는 대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돌리는 캠페인이다. 2022년까지 누적 수거량은 2473t(톤)이었으며 2025년 말에는 2840t까지 늘었다. 누적 참여자는 약 20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약 119t, 170만 병의 용기가 다시 수거망으로 들어왔다.
공병에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는 시도도 이어졌다. 2016년 CSR 필름 페스티벌에서 지속가능한 사회 부문을 수상한 제주 ‘뷰티코밍 페스티벌’은 제주 바다에서 발견한 유리 조각과 화장품 공병 등을 제품과 문화의 소재로 활용했다. 버려지는 물건도 다시 가치를 지닌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와 지역사회에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병 수거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환경 문제를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기업 운영의 과제로 바라본 접근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3년 ‘무한책임주의’를 선언한 뒤 감축(Reduce)·재활용(Recycle)·재사용(Reuse)·회수(Return)의 ‘4R’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성과 재사용성을 높이는 활동을 추진해왔다. 2009년 시작한 공병 수거 역시 제품의 생산부터 사용 이후까지 책임 범위를 넓힌 장기 전략의 한 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이 참여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공병을 가져가야 했지만 2024년부터 공식 온라인몰인 아모레몰에서도 용기 수거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최소 10개 이상의 용기를 박스에 담아 문 앞에 내놓으면 무료로 수거한다. 자원순환을 위해 별도의 장소를 찾아가야 했던 불편을 줄이고 일상적인 배송 과정 안으로 공병 회수를 끌어들였다.
참여를 지속시키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2026년 기준 처음 공병 수거에 참여한 고객에게 5000 뷰티포인트를 지급하고 이후 참여 시에도 1000포인트를 제공한다. 참여자 랭킹 페이지를 운영하고 공동 목표를 달성하면 1000만원을 환경 분야에 기부하는 방식도 적용했다. 기업이 용기를 회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행동이 다시 환경 기부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수거 대상도 넓어졌다. 기존 플라스틱·유리 화장품 용기뿐 아니라 헤어·바디·핸드케어 등 생활용품과 쿠션·팩트 등 일부 메이크업 제품, 향수까지 대상에 포함했다. 회수된 용기는 물류센터에서 1차 분리·선별을 거친 뒤 재활용 업체로 이동한다.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는 물리적 재활용을 거치고 그렇지 않은 품목은 열에너지 회수 방식으로 처리한다.
자원순환이 한 단계 더 진화한 지점은 수거한 공병이 다시 화장품 용기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뷰티업계 최초로 회수한 공병을 다시 화장품 용기에 활용하는 ‘보틀 투 보틀’ 구조를 구현했다. 소비자가 사용하고 버린 용기를 다시 제품 생산에 투입하면서 ‘수거→재활용’에 머물던 순환의 고리를 ‘재생산’ 단계까지 확장한 것이다.
실제 제품에도 소비 후 재활용 소재(PCR·Post-Consumer Recycled)를 적용했다. 이니스프리 수퍼 화산송이 모공팩 용기에는 PCR 소재 50%를 사용했고, 일리윤 프레시 모이스춰 바디워시는 PCR 100% 용기를 적용했다. 쓰고 버린 화장품 용기가 다시 새로운 화장품을 담는 용기의 원료가 되는 구조다.
공병의 쓰임은 다시 화장품을 담는 데만 머물지 않았다. 수거한 용기를 업사이클링 벤치 등으로 제작해 생활공간에 활용하는 활동도 진행했다. 이 같은 시도는 2021년 CSR 필름 페스티벌 수상 사례에도 담겼다. 공병을 회수하는 것에서 시작해 재활용 소재를 제품과 생활공간에 실제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원순환의 범위를 넓힌 셈이다.
최근에는 공병 회수를 넘어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도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부터 전사 차원의 ‘레스 플라스틱 위아 판타스틱(LESS PLASTIC. WE ARE FANTASTIC!)’ 캠페인을 진행하며 사회적기업·소셜벤처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발굴하고 있다. 임직원의 플라스틱 인식 개선과 실천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2009년 시작한 공병 수거는 17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단순한 환경 캠페인에서 하나의 자원순환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공병을 받던 방식에서 온라인으로 참여 접점을 넓혔고 회수한 소재의 쓰임도 업사이클링 제품에서 다시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단계까지 확장됐다.
화장품을 만든 기업의 책임을 판매 시점에서 끝내지 않고 소비와 폐기, 재생산까지 이어가는 것. 아모레퍼시픽의 CSR은 ‘공병을 얼마나 많이 모았는가’를 넘어 화장품의 생산·소비·폐기 전 과정에서 자원이 다시 순환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