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어려운 알짜기업… '사모펀드'에 넘어가 명맥 유지 [CEO 고령화와 ‘승계절벽’ 현주소]

입력 2026-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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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9-08 19: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청호그룹, 칼라일 인수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광진화학은 매각 후 재투자…오성아이케이는 동종기업에 승계
창업주 의존도·가치평가 차이가 문턱…매각 전 준비가 관건

▲서울달에서 바라본 여의도 야경 (이투데이DB)
▲서울달에서 바라본 여의도 야경 (이투데이DB)

기업승계의 경로가 자녀에게 소유와 경영을 물려주는 방식에서 외부 자본과 경영진을 활용하는 형태로 넓어지고 있다. 사모펀드(PEF)에 경영권을 넘기거나 매각 후 투자자로 참여하고, 동종 기업에 사업을 이어주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선택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려면 인수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기반과 적합한 매수자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청호그룹 지주사 크리스탈홀딩스코리아는 이달 초 최진환 전 롯데렌탈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겸 그룹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글로벌 PEF 운용사 칼라일이 지난달 청호그룹 인수를 완료하면서 오너 경영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칼라일은 청호나이스를 비롯해 계열사인 마이크로필터, 엠씨엠(MCM), 나이스엔지니어링 지분 100%를 확보했다. 총 거래 규모는 1조700억원이다. 창업자 별세 이후 유족들의 상속세 부담이 매각 배경으로 꼽힌다.

기업승계의 선택지는 거래 구조에서도 다양해지고 있다. 경영권을 넘기고 새 경영진에 사업을 맡기거나, 매각 이후에도 오너 일가가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기업과 가족의 사정에 따라 승계 경로가 달라진다. 소유와 경영을 반드시 자녀에게 함께 넘겨야 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나 기업을 이어갈 방법을 찾는 것이다.

화학폐기물 재활용업체 광진화학은 외부 매각과 재투자를 결합한 사례다. 2023년 어펄마캐피탈·더함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지분 100%를 인수했다. 자문을 담당한 삼일PwC에 따르면 경영 수업을 받던 대주주 2세가 기존 회사보다 새로운 사업에 더 큰 관심을 보인 것이 거래 배경으로 작용했다. 오너 일가는 인수 거래에 약 500억원을 후순위 출자해 경영권을 넘긴 뒤에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동종업계 전략적 투자자(SI)가 승계의 상대방이 되기도 한다.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오성아이케이는 경영자 고령화와 투자 여력 부족으로 사업 지속을 고민하다 지난해 이차전지 소재 기업 이삭화유리사이클에 지분 100%를 매각했다. 경영자의 은퇴 수요와 인수자의 사업 확장 수요가 맞물린 거래다.

김광노 넥서스M&A솔루션 대표는 “승계 등 기업 오너나 가족의 개별적인 이슈로 잠재적인 기업 매각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M&A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매도자의 사정과 별개로 매수자는 인수 이후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따지기 때문이다. 창업주와 소수 핵심 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주요 문턱으로 꼽았다. 흑자를 내고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했더라도 생산 노하우나 영업 관계가 특정 개인에게 집중됐다면 경영권 이전 이후 같은 성과를 유지할지 불확실해진다는 의미다.

기업가치에 대한 인식 차이도 M&A 거래를 제약한다. 매도자가 업력과 보유 자산을 중시한다면 매수자는 미래 수익과 사업 결합 효과에 무게를 둔다. 성장 전망이 제한적인 기업도 특정 기술이나 판매망이 필요한 동종 업체에는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고 적합한 인수자를 연결할 기반이 필요한 이유다. 외부 승계는 매각 이후의 경영 연속성까지 고려해 준비해야 한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국내의 높은 상속세 부담과 후계자의 업종 전환 등을 이유로 수십 년 경영한 기업을 매물로 내 놓으려는 창업자 또는 대주주가 많다”면서도 “PEF로 넘어가 기술력과 사업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회사 경영권 매각이 보편적인 승계 방식이 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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