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3년경과, 공시율 76.7%→62.8%
거래시장·정보 접근 인프라 사라져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의 공시가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끊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 이후에도 상당수 기업에 사업보고서 등 공시 의무가 있지만, 상폐 3년이 지난 3곳 중 1곳 이상은 공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주식은 그대로 남아 주주의 권리는 유지되지만 회사의 경영·재무 상태를 확인할 통로는 갈수록 좁아지는 것이다.
7일 본지가 최근 5년여간(2021년 1월~2026년 8월)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비자발적으로 상폐된 기업 115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퇴출 이후 사업보고서를 한 차례도 제출하지 않은 기업은 40곳으로 전체의 34.8%를 차지했다. 10곳 중 3곳 이상이 시장에서 떠난 이후 사업보고서를 단 한 번도 내지 않은 것이다.
상폐 1년이 지난 기업 76곳 중 사업보고서를 포함해 회사가 직접 낸 공시가 한 건도 없는 기업은 18곳(23.7%)이었다. 퇴출 직후에는 공시를 이어오다 최근 1년간 한 건도 제출하지 않은 기업도 18곳(23.7%)이었다. 상폐와 동시에 공시가 끊기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단돼 주주가 회사의 최근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이 적지 않은 것이다.
상폐 후 3년이 지나면 3곳 중 1곳 이상은 공시를 하지 않았다. 상폐 후 3년이 지난 기업 43곳을 분석한 결과, 상폐 이후 첫 1년간 공시를 낸 기업은 76.7%였지만 이후 1~3년 사이에는 62.8%로 13.9%포인트(p) 낮아졌다.
기업의 공시 의무는 상폐로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비상장법인이 되더라도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요건을 충족하면 사업보고서와 분·반기보고서, 주요사항보고서 등의 제출 의무가 있다. 다만 법정 요건에서 벗어나거나 파산 등 예외 사유에 해당하면 제출 의무가 없다. 상폐 이후에는 거래소를 통한 매매가 불가능해 객관적인 시장가격을 확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기업 공시마저 끊기면 투자자는 회사의 경영·재무 상태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폐 기업 공시도 상장기업처럼 금융감독원이 관리하지만 제재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공시 의무 위반을 적발하더라도 실제 제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뿐 아니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등의 공시 위반 사건까지 제한된 인력이 함께 처리하면서 사건이 누적돼 있어서다. 법적으로 감독 체계는 유지되고 있지만 상폐 기업의 공시 공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상폐 기업이 사업보고서나 분·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 공모를 제한하는 증권발행 제한 등의 조치를 한다”면서도 “담당 인력이 부족한 데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의 공시 위반 사건 등도 함께 처리하고 있어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①[단독] 상폐 115곳에 남은 주주 210만 명…3조7000억 묶였다
②주식 있어도 못 팔아…24만 금양 소액주주의 절규
③[단독] 상폐 3년, 3곳 중 1곳 '공시 단절'…남겨진 주주는 깜깜이
④상폐주식 '피난처' 6개월…하루 2227만원 거래, 끝나자 개인장외로
⑤[단독] 상폐 115곳 중 91곳 '피난처'서 배제…210만명 중 85%는 문 밖
⑥빨라진 상폐, 남겨진 주주…퇴출 뒤 '최소 보호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