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막히자, 홍콩으로 이동 가속
中 수요 등에 업고 ‘골드 허브’ 입지↑
중·러 경제 밀착 속 제재 리스크도 커져

서방 제재에 막힌 러시아산 금이 홍콩으로 대거 몰리면서 홍콩이 중국으로 향하는 ‘황금 관문’으로 급부상했다. 영국 런던ㆍ미국 뉴욕ㆍ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장악해온 글로벌 금 거래의 주도권을 끌어오기 위한 골드 허브 경쟁에도 한층 불이 붙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홍콩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첫 7개월 동안 러시아에서 수입된 금은 거의 100t(톤)으로 종전 연간 사상 최대치를 이미 넘어섰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수입량의 세 배에 육박한다.
러시아산 금의 홍콩 수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2022년 2월 전면 침공하고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이 러시아산 금괴에 제재를 가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홍콩과 중국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데바지트 사하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영국이 러시아산 금 유입을 차단하면서 러시아 생산업체들은 수출 물량을 점점 더 동방으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며 홍콩은 핵심 금 거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금 생산국이다. 러시아 정부는 전시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원자재 수출,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영국 지정학 자문회사 게이트하우스의 비타 스피박 컨설턴트는 “러시아산 금의 중국 유입을 촉진하는 홍콩의 역할은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밀착 관계가 낳은 결과”라며 “러시아는 중국에 자원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소재 기업·기관은 2022년 초 이후 지금까지 약 2760억 홍콩달러(약 47조원)어치의 러시아산 금을 매입했다. 이렇게 홍콩으로 들어온 금의 대부분은 최종적으로 중국 본토로 향했다. 덩달아 중국의 전체 금 수입에서 홍콩 비중도 최근 2년간 급격히 높아졌다. 사하 애널리스트는 “중국 본토가 금 수입에 쿼터를 적용하고 있어서 구매자들이 금을 매입한 뒤 수입 제한이 없는 홍콩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동 분쟁도 러시아산 금 거래·청산 중심지로서 홍콩의 입지를 강화했다. 두바이에서 물류 차질이 빚어지면서 홍콩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홍콩은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 거래 허브로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관 수요를 유치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7월에는 새로운 금 청산 시스템의 시범 운영도 시작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제러미 마크 선임연구원은 “중·러 간 금 거래를 중개하는 홍콩의 역할은 ‘중국적 특색을 지닌 역내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지속적인 노력과 맞닿아 있다”고 짚었다.
한편으로는 러시아산 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홍콩 금융권의 제재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로펌 리드 스미스의 제재 전문가 탄 알바이라크는 “서방 은행들은 제재 대상과 의도치 않게 거래할 실질적인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거래 과정에 제재 대상 생산업체가 포함돼 있다면 해당 업체와 간접적으로 거래한 것으로 간주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