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있어도 못 팔아…멈춰선 17개월, 24만 금양 소액주주의 절망 속 절규 [상장폐지, 그 후②]

입력 2026-09-0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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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째 거래정지…팔지도 못하고 자금 묶여
물타기에 아파트 처분·암 진단까지…무너진 일상
소액주주가 지분 72%…위험은 개인에 쏠려
가처분 기각땐 정리매매, 장외 거래길마저 막혀

[편집자주] 증시에서 퇴출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올해 상장폐지 기업은 8월까지 30곳으로 이미 지난해 한 해를 넘어섰고, 거래소가 퇴출 문턱을 높이면서 밀려나는 기업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회사는 시장에서 사라져도, 그 주식을 든 소액주주는 남는다. 주식을 팔 곳이 마땅치 않고 회사 정보마저 끊기면서 남겨진 주주의 재산과 알 권리는 방치된다. 본지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한국거래소 시세, 금융투자협회 장외시장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최근 5년여간 상장폐지된 115곳과 그곳에 남겨진 소액주주 210만 명의 처지를 짚어본다.

▲지난 6월 5일 금양 소액주주연대가 부산 사상구 금양 본사 앞에서 금양에 주주 보호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금양 소액주주연대)
▲지난 6월 5일 금양 소액주주연대가 부산 사상구 금양 본사 앞에서 금양에 주주 보호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금양 소액주주연대)

2025년 3월 24일 이후 1년 5개월째 주식 매매가 전면 중단됐다.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에 육박했던 2차전지 대장주 금양의 24만 소액주주는 자금이 묶인 채 버티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회사가 효력정지 가처분을 내면서 지난 5월 27일 예정됐던 정리매매마저 멈춰 섰다. 주식을 팔 수도, 회사의 믿을 만한 정보를 알 수도 없는 상황이 길어지며 주주들의 삶은 무너지고 있다.

금양 투자자 A씨는 2023년 7월 주당 12만원 선에 주식을 처음 샀다. 손실을 줄이려 대출을 받으며 물타기를 거듭하다 7000만원의 손해를 입고 있다. 이후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살던 아파트를 팔고 빌라로 옮겼고, 암보험까지 해지했다. 2년 가까이 불안에 떨던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 끝에 암 진단까지 받았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1800주가 묶여 평가 손실만 약 1억원에 이른다. 그는 "빚을 막으려 어머니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버티고 있다"며 "시민사회단체 활동과 함께 24시간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1억2000만원을 넣은 공무원 C씨는 "아내와 상의 없이 넣은 돈까지 묶여 이혼 위기"라며 "주변에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쓰리잡을 뛰는 주주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금양의 추락은 2024년 3월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에서 시작됐다. 그해 10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벌점 10점과 제재금 2억원을 부과받았고, 2025년 3월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1년의 개선기간을 받았지만 2026년 3월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5월 20일 거래소는 최종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회사는 이튿날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고, 5월 27일 예정된 정리매매는 멈췄다. 그사이 4050억원 규모 유상증자 납입은 9차례 연기됐고, 기장 공장은 공사대금 미납으로 강제경매에 넘어갔으며 부산은행의 1379억원 규모 채권압류도 인용됐다.

거래정지 17개월 동안 주주가 회사 상황을 확인할 통로는 공시와 사측 입장문뿐이었다. 감사의견 거절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알 권리는 사실상 차단됐다. 금양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지난겨울 이후 사측이 소통 채널을 완전히 끊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증권선물위원회가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로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자, 주주연대는 "경영진이 소통을 요구한 운영진 6명을 형사고발했다"며 반발했다.

상장폐지를 앞둔 금양의 위험은 개인 투자자에게 쏠려 있다. 상장폐지 직전 사업보고서 기준 금양의 소액주주는 23만5865명으로, 발행주식의 72.31%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최대주주인 류광지 회장의 지분은 26.55%에 그치고, 그마저 대부분(1413만 주·22.09%)이 세금 체납에 따른 압류와 은행 주식담보로 묶여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부실기업 퇴출에만 치중돼 남겨진 투자자 보호에 공백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상장폐지 제도는 부실기업 퇴출은 효율적인 반면 퇴출 이후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장치는 빈약하다"며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상장폐지를 초래한 임원의 위법 행위를 명시하고 배상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하면 금양은 곧바로 정리매매에 들어간다. 이후 감사의견 거절 종목이어서 장외시장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 편입 요건(적정·한정)을 충족하지 못해 합법적 장외 거래 통로마저 막힌다.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기약 없는 자금 동결이 이어질 뿐이다. 법원 결정을 앞둔 24만 소액주주에게 남은 것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벽뿐이다.

▲(사진=AI 생성) (이미지=구글 노트북LM)
▲(사진=AI 생성) (이미지=구글 노트북LM)

<싣는 순서>
①[단독] 상폐 115곳에 남은 주주 210만 명…3조7000억 묶였다
②주식 있어도 못 팔아…멈춰선 17개월, 24만 금양 소액주주의 절망 속 절규
③[단독] 상폐 3년, 3곳 중 1곳 '공시 단절'…남겨진 주주는 깜깜이
④상폐주식 '피난처' 6개월…하루 2227만원 거래, 끝나자 개인장외로
⑤[단독] 상폐 115곳 중 91곳 '피난처'서 배제…210만명 중 85%는 문 밖
⑥빨라진 상폐, 남겨진 주주…퇴출 뒤 '최소 보호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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