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결혼식에 가면 부동산 정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빠지지 않는다. 어렵게 집을 샀다는 친구는 대출이자를 걱정한다. 전세를 택한 친구는 집주인에게 언제 방을 빼달라는 연락이 올지 몰라 불안해한다. 월세로 사는 친구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집주인에게 내는 돈만 늘었다"고 말한다.
집을 샀다고 걱정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대출 규제가 바뀔 때마다 잔금 마련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정책대출의 소득 기준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루는 일도 생겼다. 기존 보금자리론은 연봉 5000만원인 두 사람이 미혼일 때는 각각 소득 요건을 충족했지만, 결혼하면 합산소득이 1억원이 돼 신혼부부 기준인 8500만원을 넘었다.
정부도 이런 불만을 의식했다. 지난달 내놓은 대책에는 보금자리론 소득 요건을 부부 중 한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방안이 담겼다. 청년의 장래 소득을 대출 심사에 더 반영하기로 했다.
뒤늦게라도 고친 것은 다행이다. 다만 지원 요건을 조금 완화하는 것만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은 결국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유효하다. 소득이 낮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에게 늘어난 대출 한도는 그림의 떡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월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맞벌이 부부도 부모의 도움 없이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월세를 택하면 매달 고정적으로 주거비가 빠져나간다. 주거비를 내고 남은 돈으로는 종잣돈을 모으기 어렵다. 집을 사는 시점은 다시 멀어진다.
정부는 수도권에 23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 2030년 이전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물량은 이 가운데 12만 가구 정도다. 나머지는 신규 택지 지정 등 후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착공 뒤 입주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세입자의 계약은 몇 차례나 돌아온다. 결혼과 출산도 공급 일정에 맞춰 미룰 수 없다. 몇 년 뒤 들어설 집만 설명해서는 지금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장기 공급과 별도로 '기다리는 동안의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가격과 계약에 일일이 개입하기보다 민간에서 전·월세 물량이 원활하게 나오도록 해야 한다. 임대 공급을 막는 세금과 대출 규제를 점검하고 잦은 정책 변경도 줄여야 한다. 집주인이 주택을 내놓을 유인은 살리되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안전하게 지키는 식이다.
공급대책의 성패는 발표 당일 제시한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무주택자가 다음 계약을 갱신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집이 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2030년의 공급 약속이 신뢰를 얻으려면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하는 사람에게도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