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가구 지정권 넘기면 빨라질까⋯구청 행정력 변수 [정비구역 문턱 낮추기, 공급 당길까②]

입력 2026-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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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위촉 가능하지만 실무인력 부족
25개 구 심의 기준·처리 속도 편차 우려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 (이투데이DB)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 (이투데이DB)

서울에서 500가구 이하 정비구역 지정권이 자치구로 넘어가면 구청의 행정역량이 사업 속도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전문가를 위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비계획을 검토하고 관계 부서 의견을 조정할 실무인력과 경험은 자치구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심의 기준과 처리 속도가 구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자치구들은 정비구역 지정권 이양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에서도 찬성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25개 자치구 사업을 모두 심의하는 것보다 각 구가 자체 심의하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정권 이양이 곧바로 처리 속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비구역 지정은 단순히 구역 경계를 정하는 것을 넘어 용도지역과 높이, 용적률은 물론 도로·공원·학교·교통 등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절차다. 지정권이 자치구로 넘어가면 각 구청이 이런 쟁점을 검토하고 관계 부서 의견을 조정할 실무조직과 심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재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정비구역 지정안을 심의하고 사업시행계획인가 전에는 건축·경관·교통·환경·교육·공원 등을 함께 살피는 통합심의를 운영한다. 통합심의위원회는 각 분야 전문가 약 100명으로 위원 풀을 구성하고 회의마다 약 25명이 참여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정비구역 지정 심의 기간은 평균 84일이고 가결률은 90%였다. 정비사업 통합심의는 평균 32일이 걸렸고 가결률은 97%였다. 김동구 서울시 건축기획관은 "서울시 권한인 2가지 심의 소요 기간은 약 4개월에 불과하다"며 "정비사업 전체 기간을 12년으로 본다면 2.7%에 그친다"고 말했다.

자치구에서는 외부 전문가 확보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전문가는 해당 자치구 거주자가 아니어도 위촉할 수 있어 전문가 풀을 구성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25개 자치구가 같은 수준의 심의 체계를 갖추고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라며 "자치구별로 직원 수와 여건이 다른 만큼 인력 보강 방안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외부 위원을 위촉하는 것만으로 심의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당 공무원이 법령과 도시계획 기준을 검토하고 관계 부서의 의견을 조정해 쟁점을 정리해야 한다. 정비사업 안건이 많지 않은 자치구에서는 직원이 경험과 심의 노하우를 축적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분야 외부 전문가뿐 아니라 역량 있는 직원도 필요하다"며 "자치구에는 근무 경험이 짧은 젊은 기술직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복잡한 심의 업무는 경험이 있어도 어렵다"고 말했다.

자치구별로 심의 기준과 처리 속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같은 조건의 사업이 어느 구에서는 한 번에 통과하고 다른 구에서는 여러 차례 보완을 거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 출입구의 폭이나 경사도 같은 기술 기준이 강북과 강남에서 달라서는 안 된다"며 "자치구마다 별도의 심의 체계를 운영하면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도 용적률과 높이, 공공기여에 대한 판단이 자치구마다 달라질 수 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선거를 치르는 구청장은 주민의 개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며 "별도의 심의 장치 없이 결정권만 주면 개발 압력이 행정 판단에 직접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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