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공급망·에너지·스타트업부터 협력 제안
양국 상의, 공동 실천과제 발굴해 정부 건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을 단순 교역에서 벗어나 공동 시장과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한일경제연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31일 일본 센다이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제15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 개회사에서 “과거와 달리 한국과 일본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며 “한쪽의 강점이 다른 쪽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한일 협력을 서로 더 많이 사고파는 관계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각자의 시장과 산업을 따로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시장과 산업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한일경제연대”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확산, 첨단기술 경쟁 심화 등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한일 협력 확대의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좋은 기술과 제품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팔 수 있던 상황은 이제 아니다”며 “시장 규모와 공급망, 에너지와 자원까지 모두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저출생·고령화와 지역소멸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인구와 시장이 함께 줄어드는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는 각자 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혼자 만들기 어려운 시장은 함께 만들고,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은 나누며 서로 잘하는 것은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를 합하면 국내총생산(GDP)이 6조달러를 넘는다”며 “세계 시장이 블록화되고 내부 시장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일이 서로의 시장을 넓혀주는 파트너가 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로 협력 기반이 확대된 만큼 이를 실제 투자와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은 경제계의 역할이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정부가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이를 투자와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것은 경제인들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한일경제연대를 구체화할 분야로 AI와 첨단산업, 공급망, 에너지, 스타트업을 제시했다. 그는 “처음부터 거창한 제도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며 “양국이 함께했을 때 시너지가 나는 분야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으로는 여권 없이 양국을 오갈 수 있는 시범사업과 스타트업의 상호 투자, AI 데이터 공유 등을 제안했다. 실현 가능한 협력 과제를 하나씩 추진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양국 경제계의 신뢰를 높이자는 취지다.
최 회장은 “한일 협력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해보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양국 상공회의소가 공동 실천 과제를 발굴해 양국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고 국민의 편익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센다이의 명물인 ‘즌다모치’를 언급하며 일본 속담인 ‘모치는 모치야(떡은 떡집에 맡겨야 한다)’를 인용했다. 그는 “경제협력의 해답은 경제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인들이 직접 만나 머리를 맞댈 때 더 빨리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양국 산업계가 경쟁에서 협력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국제질서가 분단과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 놓인 상황에서 한일 정상이 셔틀외교로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핵심광물 공급망과 원유·석유제품·액화천연가스(LNG)의 상호 융통 및 비축 등 에너지안보 분야에서 양국 산업계가 솔선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긴밀한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한일 산업계가 경쟁에서 협력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며 “AI와 반도체, 클린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해 미래산업을 공동 창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인적 교류도 미래산업 협력의 기반으로 꼽았다. 지난해 한일 상호 방문자 수는 역대 최대인 1311만 명으로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정상급부터 풀뿌리 차원에 이르는 다층적인 인적 교류가 미래산업 협력을 뒷받침한다”며 지방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지역 간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