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도 회사채도 쏟아진다⋯글로벌 채권시장 공급 쇼크

입력 2026-08-1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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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메우기 위해 국채 공급 증가
하이퍼스케일러, AI 열풍 속 대대적 투자
고금리 장기화 땐 기업투자·주택시장 타격

▲AI 이미지 편집
▲AI 이미지 편집

글로벌 채권시장이 전례 없는 ‘공급 쇼크’에 직면했다. 각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빅테크까지 회사채 발행에 뛰어들면서다. 시장에 쏟아지는 채권을 소화하려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장기금리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의 이면에는 채권 공급 확대에 따른 투자자들의 보상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향후 물가와 재정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산출한 미국 10년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약 0.8%포인트(p)로 12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기간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단기채를 계속 갈아타는 대신 장기채를 보유하는 데 요구하는 추가 보상이다. 시장이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위험을 그만큼 크게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AI 투자 열풍이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을 한층 키우고 있다.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에 없던 규모로 회사채를 찍어내고 있다. 과거 막대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자체 투자 여력이 충분했던 빅테크까지 외부 차입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로이터가 LSEG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오라클이 올해 7월 7일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약 1940억달러(약 272조9000억원)로 지난해 연간 1080억달러보다 79% 급증했다. 골드만삭스는 MS를 포함한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발행액이 올해 약 2500억달러에서 내년 4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약 7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AI 투자가 단기간에 끝날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첨단 반도체와 발전설비, 송전망까지 막대한 자금이 지속해서 필요하다.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구조적인 채권 공급 요인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콜비 스틸슨 브라운어드바이저리 채권운용 책임자는 “AI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가까운 시일 안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회사채 공급 증가가 신용 스프레드에 계속 상승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미 회사채 시장에서 막대한 신규 발행 물량을 소화하는 데 따른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채권 공급 확대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국채금리가 높아지면 이를 기준으로 발행되는 회사채 금리도 함께 올라간다. 여기에 회사채 자체의 공급까지 급증하면 기업들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추가 금리를 얹어야 해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AI 투자를 위한 대규모 차입이 금리를 밀어 올리고, 높아진 금리가 다시 AI 투자비용을 높이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장기금리 상승의 충격은 채권시장 밖으로도 번진다. 국채 금리는 기업대출과 회사채, 주택담보대출 등 각종 시장금리의 기준이다. 높은 장기금리가 고착화하면 기업의 설비투자 부담이 커지고 가계의 주택 구매력도 떨어질 수 있다.

증시에서는 특히 고평가 성장주가 취약하다. 금리가 상승할수록 먼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이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AI 투자 열풍이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을 늘려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고, 역설적으로 높은 금리가 AI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압박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제나디 골드버그 TD증권 분석가는 “채권 장기물 금리 상승은 하나의 악재가 아니라 여러 악재가 누적되며 압박받은 지표”라며 “투자자 확신이 약한 만큼 당분간 장기금리가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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