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부산 이전, 마르세유에서 길을 묻다①] CMA CGM 본사이전…기업 하나가 아니라 ‘도시의 판’을 바꿨다

입력 2026-08-19 08:58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유로메디테라네(Euroméditerranée)⋯항구가 도시를 바꾸다

▲프랑스 마르세유에 위치한 CMA CGM본사 (사진제공=CMA CGM 홈페이지)
▲프랑스 마르세유에 위치한 CMA CGM본사 (사진제공=CMA CGM 홈페이지)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마르세유. 프랑스 제2의 도시이자 제1의 항구도시.

기원전 600년 그리스인들이 세운 이 도시는 2600년 넘게 항구를 통해 세계와 연결돼왔다. 항만은 도시의 성장 엔진이었다.

부산도 다르지 않았다. 부산항은 산업화 이후 대한민국의 수출입을 떠받친 관문이었고 항만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두 도시에는 같은 문제가 찾아왔다. 항만과 원도심 사이에 단절이 생겼고 낡은 창고와 산업시설이 남았다.

마르세유는 이 문제를 도시의 판을 다시 짜는 방식으로 풀었다.

부산은 지금 그 시험대에 서 있다. 북항재개발이다.

해방 이후 부산의 항만 공간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짜는 대규모 사업이다. 북항 1단계만 155만㎡ 규모로, 2008년 시작해 2027년까지 이어진다.

부산시는 북항을 국제해양관광 거점이자 유라시아 관문으로 만들고 원도심과 연계해 도시구조를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그렇다면 북항을 통해 부산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마르세유를 들여다봤다.

항만을 없앤 게 아니라 도시로 돌려놓았다

마르세유가 본격적인 도시재생에 나선 것은 1995년이다.

프랑스 정부와 지방정부는 쇠락한 항만·산업지역 480㏊를 대상으로 유로메디테라네(Euroméditerrané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핵심은 낡은 항만을 철거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심과 항만을 연결하고 업무·주거·상업·문화시설을 결합했다. 도로와 공공공간을 정비하고 오래된 창고와 산업시설의 흔적도 새로운 도시 자산으로 활용했다.

항만을 다시 도시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유로메디테라네는 30년 가까이 이어졌다. 공공이 기반시설과 공간을 정비하고 민간투자를 끌어들였다. 그 결과 사업구역에는 5300개 기업과 5만6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들어섰다.

도시재생의 성패는 무엇을 지었느냐보다 그 공간에서 무엇이 만들어졌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CMA CGM이 닻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마르세유를 대표하는 글로벌 해운기업 CMA CGM이 들어왔다.

2010년 완공된 CMA CGM 타워는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33층, 147m 높이의 건물이다. 마르세유의 해안 스카이라인을 바꾼 랜드마크이자 글로벌 해운기업의 본사가 자리 잡은 업무거점이다.

중요한 것은 건물의 높이가 아니다.

세계적인 해운기업의 본사가 도시재생이 진행되던 옛 항만지역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도시가 기업을 받아들일 공간을 만들었고 기업은 그곳에 닻을 내렸다. 이후 기업과 일자리가 모이고 도시의 변화가 빨라졌다.

도시가 기업을 움직이고, 기업이 다시 도시를 움직이는 구조다.

북항에도 똑같이 글로벌 해운기업의 닻이 내려온다 .

북항에는 해양공원과 친수시설뿐 아니라 상업·업무지구, IT·영상·전시지구, 복합도심지구, 해양문화지구 등이 들어선다.

부산역과 원도심, 바다와 시민을 연결하는 새로운 도시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리고 북항에는 HMM 본사가 들어선다.

HMM의 부산 본사 이전은 확정됐다. 북항에는 새로운 본사 사옥도 들어설 예정이다.

마르세유의 CMA CGM 타워가 유로메디테라네의 변화를 상징했다면, HMM 신사옥 역시 북항재개발과 부산의 새로운 해양도시 구상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옥 하나로 끝나서는 안 된다.

HMM을 중심으로 해운금융과 선박관리, 해운법률·보험, 물류·IT 기업이 모이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항만에서 발생한 가치가 화물 운송에 그치지 않고 금융과 보험, 법률과 정보, 의사결정으로 확장돼야 한다.

그때 HMM은 단순한 이전 기업이 아니라 부산 해양산업 생태계의 핵심축이 된다.

“마르세유는 다시 태어났다…부산도 그랬으면”

유로메디테라네 사업구역인 졸리에트 지구에서 일했던 프랑스인 플로리앙 파예에게 마르세유의 변화는 숫자나 건축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한국인과 결혼한 뒤 부산에 정착한 그는 아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고향 마르세유를 이렇게 표현했다.

“내 고향 막세이으는 사람이 가득 차고 아이디어로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도시, 프랑스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 제2의 고향 부산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가 말한 변화의 핵심은 건물이 아니었다.

사람이 다시 모이고, 아이디어가 생기고, 도시가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것이었다.

북항의 진짜 성적표는 ‘준공 이후’다

유로메디테라네는 항만과 도심을 연결하고 업무·주거·문화공간을 만들었다. 그 위에 기업이 들어왔고 일자리와 산업이 따라붙었다.

부산의 북항도 같은 질문 앞에 섰다.

북항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가 아니다. 북항을 통해 부산이 무엇을 얻을 것인가다.

관광객을 늘리고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기업과 일자리, 산업과 인재가 다시 모이는 부산의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 것인가.

마르세유는 30년 전 이 질문을 던졌다.

부산은 지금 그 답을 써가고 있다.

북항의 성패는 어떤 기업이 들어오고 어떤 산업이 자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 변화가 부산역과 원도심, 부산 전체로 얼마나 확산되는지도 중요하다.

HMM 신사옥은 그 변화의 첫 장이다.

그러나 사옥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항이라는 거대한 공간 위에 다음 30년의 성장 구조를 세울 수 있느냐가 진짜 승부다.

마르세유에게 길을 묻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최대 30조 美 자주포 사업, 한화에어로 단독 선정…시제품 6대 공급
  • 1·4호선 멈춰 세운 전장연…오늘도 출근길 시위 "이제는 매일"
  • '봄여름가을겨울' 지났지만⋯스무살 빅뱅은 '현재진행형' [엔터로그]
  • 단독 포스코 무분규 기록 깨지나…노조위원장 “9월 부분파업 실행”
  • 뉴욕증시, 국채금리 급등에 하락…유가, 상승세 지속 [글로벌마켓 모닝 브리핑]
  • 서울 6억 이하 아파트 4건 중 1건도 안돼⋯결혼 페널티 없애도 '좁은 문'
  •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 '오작교' 볼 수 있나?
  • 지수가 애도한 '파리 엄마'…디올 홍보책임자 교통사고 사망
  • 오늘의 상승종목

  • 08.19 09:35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708,000
    • -0.08%
    • 이더리움
    • 2,690,000
    • -0.04%
    • 비트코인 캐시
    • 285,200
    • -1.21%
    • 리플
    • 1,400
    • -0.78%
    • 솔라나
    • 108,000
    • +0.84%
    • 에이다
    • 244
    • -0.41%
    • 트론
    • 467
    • +0%
    • 스텔라루멘
    • 217
    • -2.25%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340
    • -4.01%
    • 체인링크
    • 13,320
    • -0.52%
    • 샌드박스
    • 54
    • -2.8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