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물리법칙을 배운다”…셀시우스, ‘물리적 AI’로 디지털 트윈 시장 정조준

입력 2026-08-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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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호 대표 “데이터가 부족해도 자연법칙 벗어난 답은 내놓지 않는 AI가 목표”

▲백재호 셀시우스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백재호 셀시우스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디지털 트윈은 예쁜 화면보다 실제 현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계산하느냐가 핵심”

“AI가 데이터를 많이 학습했다고 해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법칙에 맞지 않는 답을 내놓는 순간 산업 현장에서는 쓸 수 없는 AI가 됩니다.”

백재호 셀시우스(CELSIUS) 대표는 최근 자체 개발한 물리정보신경망(PINN·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의 의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AI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셀시우스가 물리 법칙을 인공지능 신경망 학습 과정에 직접 결합한 자체 PINN 기술 개발을 마치고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터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핵심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넣느냐’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가 물리법칙 자체를 학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인 AI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찾는다. 학습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높은 정확도를 보일 수 있지만, 학습하지 않은 조건이나 극한 환경에서는 예측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항공·방산, 제조, 모빌리티처럼 고속·고압·난류 등 극한 조건을 다루는 산업에서는 문제가 더 크다. 실제 실험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한 번의 실험에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셀시우스가 주목한 것이 PINN이다.

PINN은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과 같은 물리 지배방정식을 AI의 학습 과정에 직접 반영한다. 단순히 “과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리적으로 가능한 결과인지까지 함께 판단하도록 AI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백 대표는 “기존 AI가 데이터에 기반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답을 찾는 방식이라면 PINN은 그 답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도 함께 확인한다”며 “데이터가 부족한 영역이나 학습 범위를 벗어난 조건에서도 물리법칙이라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갖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셀시우스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검증 실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학습 범위를 벗어난 극한 조건에서 자체 PINN의 예측 오차는 기존 데이터 기반 AI보다 최대 99% 낮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예측값은 검증 과정에서 0건으로 나타났다.

수치해석 분야에서는 속도 차이가 더 컸다.

고비용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시뮬레이션을 대체하기 위한 대리모델 검증에서는 기존 수치해석 방식보다 4만 배 이상 빠른 추론 속도를 확인했다. 소량의 데이터만 활용한 전이학습에서는 예측 오차를 47% 줄이는 동시에 모델 크기를 4배 가볍게 만들었다.

다만 셀시우스는 이 같은 수치가 통제된 내부 검증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동일한 성능이 재현되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백 대표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내부 테스트 결과만 가지고 산업 현장에서 바로 기존 시뮬레이션을 대체한다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실제 산업 데이터와 연결해 검증하고, 특정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제품화해야 합니다.”

셀시우스가 최종적으로 겨냥하는 시장은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장비나 시스템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상태를 분석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단순히 현실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것만으로는 산업 현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만들기 어렵다.

백 대표는 “디지털 트윈의 가치는 화면이 얼마나 정교한가에 있지 않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물리현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계산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측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셀시우스는 우선 유체역학 기반 실시간 예측이 필요한 분야부터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항공 정밀 유도·투하 시스템을 비롯해 모빌리티 주행 안전 예측, 제조 설계 최적화 및 CAE 가속 등이 주요 적용 분야다. 향후 산업별 특성에 맞춘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터 제품도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백 대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차별점은 수학적 기반이다.

그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비롯해 양-밀스, P 대 NP 문제 등 근본적인 수학적 구조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이 현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그럴듯하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답을 내놓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며 “자연이 허용하지 않는 답을 구조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물리적 AI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셀시우스가 바라보는 시장은 단순한 AI 소프트웨어 시장과는 다르다. AI를 활용해 기존의 고비용 실험과 수치해석을 줄이고, 현실에서 발생할 현상을 사전에 예측하는 산업용 AI 시장이다.

백 대표는 “실험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험하기 전에 AI를 통해 훨씬 많은 경우의 수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시뮬레이터가 단순한 계산 도구를 넘어 실제 실험을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셀시우스의 PINN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능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다만 데이터 중심 AI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물리법칙을 이해하는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관련 시장의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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