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단계적인 조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비(非)회원국까지 제재하는 등 "권한을 남용 중"이라며 ICC 최고위 인사 2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ICC의 권력 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시작한 외교 캠페인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본의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과 압둘라예 세예 수석 공판 법률가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들은 ICC 관할권에 동의하지 않은 국가의 당국자들을 조사하고 체포, 구금 또는 기소하는 데 직접 관여해왔다"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도 제재에 나섰다.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아카네 소장 등 2명을 제재 대상인 특별지정국민(SDN) 명단에 추가했다.
ICC는 로마 조약에 따라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된 상설 국제재판소다. 전쟁 범죄나 대량 학살 등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나라의 전직 또는 현직 국가원수 등을 기소해 처벌해왔다. 지난해 ICC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해서도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ICC 당사국의 경우 네타냐후 총리가 입국할 경우 그를 체포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미국은 로마 조약에 참여하지 않은 비(非)당사국이다. 이를 앞세워 "ICC가 미국인을 재판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이후 미국 행정부는 이를 문제삼아 ICC와 해당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는 한편, ICC 해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 왔다.
배경에는 미국의 전쟁범죄 의혹이 존재한다. 앞서 이란 전쟁 초기에 발생한 이란 학교 오폭 사건 등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ICC에 대한 이번 조처는 이 문제를 시작으로 한 미국에 대한 제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도 풀이된다.
루비오 장관은 "더 많은 국가가 정치화되고 책임지지 않는 재판소에 대한 자금 지원과 참여를 중단함으로써 캠페인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는 한편 "ICC를 해체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ICC는 이미 부패했고 심각하게 정치화된 초국가적 재판소일 뿐이다"이라며 "그들은 악의적으로 권한을 남용 중이다. 우리는 그들이 권한을 넘어섰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ICC는 비회원국 국민에게 권한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반복적으로 해왔다. 우리는 우리 주권에 대한 ICC의 침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은 성명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