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방한’ 그 후…두산·SK·HD현대, 美 SMR 선점 본격화

입력 2026-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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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기자재 본계약·SK 공동사업 합의·HD현대 EPC 분업 가동
증권가 "美 정부 대출 등 발주 본격, 하반기 프로젝트 가시성 주목"

(이미지=제미나이)
(이미지=제미나이)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이자 미국 원자력 기술 선도기업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방한을 계기로 국내 주요 원전 기업들의 사업 협력과 공급 계약이 가시화되고 있다. 게이츠 이사장의 정·재계 회동을 기점으로 SK와 HD현대,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테라파워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프로젝트에서 각각의 역할을 구체화하면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게이츠 이사장과 재계 총수들의 연쇄 회동이 있었던 14일 원전 밸류체인 전반에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SK는 전 거래일 대비 5.79% 올랐으며, SK이노베이션은 5.75% 급등했다. 이어 △HD현대는 2.84% △HD현대중공업 2.29% △두산에너빌리티 2.10% △현대건설 1.85% 상승 마감했다.

이날 국내 주요 기업들은 테라파워와 단순 업무협약을 넘어선 본계약 체결 및 사업 구체화에 성공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와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나트륨 원자로용 핵심 기자재 제작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보호용기와 지지구조물, 내부구조물을 제작해 공급한다. 앞서 2024년 12월 테라파워의 첫 SMR 핵심 기자재에 대한 제작성 검토 계약을 맺고 설계 개선 작업을 진행해 온 데 이어 이번에 본계약 결실을 맺었다.

SK그룹은 테라파워와 글로벌 공동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1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게이츠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테라파워와 SK이노베이션 간 '글로벌 공동사업 추진계약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 체결식이 열렸다. 최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나트륨 SMR 사업 협력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총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2대 주주다.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건설 중인 나트륨 SMR 실증로 및 후속 상용 프로젝트에 본격 참여하고 국내 공급망 활용 및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 발굴에 나선다.

HD현대와 현대건설도 육상 원자로 상용화 속도전에 돌입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빌 게이츠 이사장 및 크리스 르베크 CEO와 3자 회동을 했다. 올해 5월 맺은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3사 최고경영진이 처음 모여 역할을 구체화했다. 테라파워가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가 주기기 제조, 현대건설이 설계·조달·시공(EPC)을 전담한다. HD현대는 상용화에 맞춰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할 수 있는 생산체계 구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국내 원전 기업들이 미국 정부 주도의 신규 발주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 지원 정책과 글로벌 SMR 실증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관련 공급망 진입 및 수주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원전 시장은 단일 프로젝트를 넘어 복수 유틸리티 중심 대규모 발주 사이클로 진입했다"며 "미 정부가 2030년까지 AP1000 10기 착공을 목표로 최대 5개 프로젝트에 총 175억달러 대출지원을 추진 중인 만큼 롱리드(오랜 제작 기간 소요) 주기기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선발주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라파워는 올해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와이오밍주 케머러 나트륨(Kemmerer Natrium) 프로젝트 건설허가를 확보했고, 국내 기업과 원전 기자재 및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그간 원전 모멘텀을 중심으로 상승했던 건설업종 주가는 가시적인 수주 부재로 상승 동력이 약화했던 만큼 향후 주가 핵심 변수는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가시화 여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거론되는 텍사스 가스복합발전 사업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며 "하반기 중 가스발전과 대형 원전 및 SMR 등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 가시성과 수주 성과가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이츠 이사장은 정부 및 국회 주요 인사들과도 연쇄 회동을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게이츠 이사장과 접견 자리에서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SMR 조기 상용화와 관련 규제 체계 정비를 약속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서도 K-원전 기업들의 현지 사업 진출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조정식 국회의장 역시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한국의 제조·인프라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확대를 논의했다.

금융 지원 체계도 가시화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테라파워와 국내 기업 간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에 맞춰 대출·보증 패키지를 제공하고, 미국 수출입은행 등과 공조를 통해 자금 조달 리스크를 낮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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