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영커피로스터즈를 이끄는 정지영 대표의 이야기는 점포 수보다 한 브랜드가 한 도시에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에 가깝다. 수원에서 시작해 경기와 서울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지만 그가 가장 먼저 꺼내는 이름은 여전히 수원이다.
“저에게 수원은 배경보다 브랜드를 만든 원재료에 가깝습니다.”
정 대표는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매장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사업은 속도보다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며 “매장 수보다 어느 곳에서 마셔도 ‘정지영 커피답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커피를 평생의 업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지리를 공부하던 정 대표는 수원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사정으로 매장을 정리하던 운영자로부터 가게를 넘겨받았다. 운영이 안정되면 자신은 원래의 공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커피숍이 잘되는 것만 봤습니다. 버튼을 눌러 커피를 뽑고 물을 타면 되는, 쉽게 돈을 버는 장사처럼 보였죠.”
시설도 메뉴도 그대로였지만 매출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학생이 감당하기에는 가볍지 않은 실패였다. 그는 그제야 이전 운영자가 오랜 시간 쌓은 단골과 신뢰, 원리를 알고 내린 한 잔의 맛까지 집기처럼 넘겨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 대표는 학교를 휴학했다. 원두와 로스팅, 분쇄도와 물의 온도, 추출 시간과 압력을 처음부터 파고들었다.
같은 원두와 기계를 사용해도 그라인더의 미세한 조정과 추출하는 사람의 손에 따라 맛은 달라졌다. 낯선 언어를 이해하는 데 하루의 매출과 자신의 생계를 걸었다. 매출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약 6개월이 걸렸다.
복학한 뒤에도 강의실과 매장을 오가며 학업을 마쳤다. 잘해서 커피에 남은 것이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 배웠고, 배움을 멈추지 않았기에 비로소 잘할 수 있게 됐다.
손님이 다시 찾아오고 자신이 만든 커피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매장 운영에 그치지 않고 커피 교육도 시작했다. 커피는 어느 순간 사업을 넘어 배우고, 가르치고, 사람들과 나누는 평생의 일이 됐다.
브랜드에 자신의 이름을 건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처음에는 자부심의 의미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책임의 무게가 더 커졌다.
“제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커피 한 잔도 쉽게 타협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행궁동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데는 지리학도의 시선이 길잡이가 됐다. 정 대표는 해외의 도시재생 사례를 보며 오래된 건물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새로운 쓰임을 더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졌다. 수원에서도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생활이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도를 펼쳐 도로와 골목의 흐름을 살폈다. 접근성과 조망, 사람의 동선과 주변 환경을 함께 읽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행궁동의 옛 자동차 부품 창고였다. 1년가량 준비해 2017년 정지영 커피로스터즈의 문을 열었다.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새것으로 바꾸지 않았다. 거친 콘크리트와 낡은 계단, 건물이 간직한 흔적을 남겼다.
창과 옥상에서는 수원화성이 보였다. 불편한 것은 고치되 돈으로 새로 만들 수 없는 기억과 분위기는 지키고 싶었다.
“정지영커피의 공간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카페가 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확산하던 시기와도 맞물렸다. 옥상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원화성, 계절마다 달라지는 골목 풍경을 손님들이 사진에 담았다.
사진은 행궁동 밖으로 퍼졌고 외지인의 발길을 원도심으로 불렀다. 정 대표는 이를 자신의 안목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루프탑과 수원화성을 바라보는 창이 SNS에서 통했습니다. SNS가 활성화하던 시기와 맞은 점도 있었고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운이 첫 방문을 만들었다면 다시 오게 한 것은 공간 안에 남은 태도였다. 정 대표는 다른 카페에 가면 인테리어나 메뉴보다 먼저 손님을 본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머무는지를 보면 좋은 카페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름을 가려도 ‘정지영커피 같은데’라는 인상을 주는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공간의 정체성이다.
정지영커피가 내건 ‘위 아 수워너(WE ARE SUWONER)’는 지역 이름을 빌린 홍보문구가 아니다. 수원에서 사람을 고용하고 관계를 만들며 지역의 성장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정 대표는 행궁동에서 장사하며 손님과 상인을 만나고 동네가 변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정지영커피 한 곳의 힘으로 행궁동의 변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 주민의 마을 살리기와 예술가의 공공예술, 도시재생, 수원화성 관광, 수많은 로컬 창업자의 도전이 오랜 시간 겹쳐 지금의 행궁동을 만들었다.
행궁동의 변화는 제도에도 흔적을 남겼다. 임대료 상승과 프랜차이즈 진입에 따른 상권 내몰림 우려가 커지자 수원시는 2026년 1월 행리단길 일원을 전국 최초의 지역상생구역으로 지정했다. 상생협약에 따른 임대료 인상 제한과 소상공인 보호 장치를 통해 기존 상인과 주민이 오래 머무는 상권을 만들자는 취지다. 정지영커피는 이 변화와 고민에 참여한 여러 민간 주체 가운데 하나다.
정 대표가 현장에서 체감한 변화는 수원 밖에서 찾아오는 발길이 늘었다는 점이다. 수원시민뿐 아니라 경기 남부 여러 도시에서 행궁동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카페 방문은 한 매장의 매출로 끝나지 않는다. 손님이 성곽을 걷고 식사를 하며 공방과 소품점을 둘러보면 체류시간과 소비는 골목 전체로 퍼진다.
브랜드의 역할도 매장 안에 머물지 않았다.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지역 업체와 거래했다.
바리스타 업무와 로스팅, 베이커리, 매장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만들었다. 커피산업에 들어오려는 청년에게 한 매장은 첫 직장이자 다음 경력으로 가는 교실이 됐다.
“결국 좋은 로컬 브랜드가 많아져야 좋은 동네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이 지역에 좋은 일만 남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몰리면 임대료가 오르고 주차와 쓰레기, 소음 문제로 주민의 일상이 불편해질 수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 골목의 개성이 약해지고 기존 상인이 밀려날 우려도 생긴다.
정 대표가 말하는 지역 상생은 손님을 많이 부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존 주민의 생활을 존중하고 주변 상인과 함께 성장하며, 지역에서 얻은 기회와 신뢰를 다시 지역에 돌려놓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로컬 브랜드의 성공은 점포 수만이 아니라 지역에 남긴 관계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청년창업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지원금보다 ‘판로와 기회’를 꼽았다. 좋은 아이디어와 제품이 있어도 실제 고객을 만나 시장에서 검증받을 기회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공공기관이나 유통 현장 등 실제 시장과 연결해 판매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가 말한 판로와 기회는 이미 구체적인 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4월 수원시와 지역 대학, 수원청년상인회는 수원시 대표 캐릭터 ‘수원이’를 활용한 민관학 상생협약을 맺었다. 시는 캐릭터 지식재산권을 열고, 대학생들은 상품을 기획하며, 청년상인들은 매장에서 전시와 판매를 맡는 구조다.
행정의 자산과 대학의 창의력, 골목상인의 현장을 하나의 판로로 잇는 방식이다. 회장으로 협약에 참여한 정 대표에게 지역경제는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돕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연결해 함께 설 자리를 넓히는 일이다.
골목과 함께 성장했지만 그 길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첫 카페의 매출 반 토막이 시작의 위기였다면 코로나19는 브랜드 전체의 체력을 시험했다. 집합 제한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며 손님을 모으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다.
경제적 부담도 컸지만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 힘들었다. 정 대표는 커피 품질과 브랜드의 방향만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많이 확장하는 것보다 위기가 왔을 때 버틸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가 보는 성장의 지표는 점포 수보다 자체 로스팅 원두 사용량과 재방문 고객이다.
“우리가 매장 수보다 더 중요하게 지키는 숫자는 다시 찾아오는 고객의 숫자입니다.”
새로운 출점 제안이 와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직접 사람과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원두와 추출 기준, 직원 교육과 품질 관리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좋은 기회라도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다.
수원 밖으로 나갈수록 출발점인 행궁동의 기준을 더 단단히 지켜야 한다고 본다. 확장은 뿌리를 떠나는 일이 아니라 그곳에서 세운 원칙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일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버티는 힘은 결국 한 잔을 같은 기준으로 내놓는 조직에서 나왔다.
정지영커피의 매장은 모두 직영으로 운영된다. 원두 로스팅과 공급, 추출 레시피와 메뉴, 직원 교육과 품질 관리까지 직접 맡는다. 어디서 마셔도 같은 품질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같은 원두와 기계를 사용해도 추출하는 사람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 정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100점의 커피가 있다면 적어도 95점에 가까운 결과가 나와야 손님에게 내놓을 수 있다고 봤다.

단순히 순서를 외우는 직원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바리스타와 매장 운영자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고객의 의견과 품질 문제도 개인의 실수로만 돌리지 않고 교육과 운영 체계를 보완하는 자료로 삼는다.
“좋은 커피는 좋은 장비보다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정 대표가 언젠가 현장을 떠난 뒤에도 브랜드가 같은 기준을 지키려면 결국 사람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자신이 직접 확인하는 일이 품질 관리였다면, 이제는 자신 없이도 같은 기준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드는 일 이라고 했다.
“개인의 감각이 아니라 조직의 실력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영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부담은 생두 가격 상승이다. 커피가 중심인 만큼 생두 값은 원가와 직결된다. 그렇다고 비용을 맞추기 위해 생두의 품질부터 낮추지는 않겠다는 것이 정 대표의 원칙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무엇을 줄일 것인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코코넛 커피는 특허를 받았고 누적 판매량이 110만 잔을 넘어섰다. 그가 강조하는 지점은 판매량보다 오랜 시간 같은 맛과 품질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이다. 원재료와 레시피, 직원 교육의 기준을 지켜 몇 년 뒤에도 다시 찾는 메뉴를 만드는 것이 유행하는 메뉴를 계속 내놓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시그니처 메뉴가 알려져도 가장 중요한 상품은 기본적인 커피 한 잔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은 손님의 말도 공간이나 브랜드에 대한 찬사가 아니었다.
“여기는 커피가 맛있어서 옵니다.”
정 대표는 “공간을 좋아해 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결국 커피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브랜드를 알린 공간과 메뉴 뒤에서 끝내 지켜야 할 중심은 한 잔의 맛이었다.
방화수류정과 장안문, 화홍문을 삶의 풍경으로 품고 자란 청년은 이제 그 도시가 간직한 역사를 잇는 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 대표는 6월 30일 ‘수원 독립운동의 길’ 조성 시민모금에 100만원을 기탁했다.
커피를 만들고 남은 원두 마대를 새로운 생활용품과 작품으로 되살리는 업사이클링 사업에도 200만 원을 후원했다. 수원에서 받은 사랑을 역사와 환경에 돌려놓은 300만 원이었다.

원두를 담아온 마대는 한번 쓰고 버려지기 쉽다. 업사이클링 사업에서는 이 마대가 생활용품과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커피를 팔고 남은 자원이 새로운 쓰임을 얻는 순환이다.
기부는 전달식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수원청년상인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정 대표는 동료 청년 상인들에게 시민모금을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청년 상인들의 후속 기부가 이어졌다. 한 사람의 마음이 또 다른 참여를 부르는 선순환이었다.

지역 스포츠와도 꾸준히 연결돼 있다. 시민구단의 홈경기에 커피를 지원하고 현장에서 정 대표가 직접 시민에게 커피를 건넨 날도 있었다.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음료를 공공문화기관과 함께 선보이는 등 커피를 매개로 지역의 생산자와 시민을 잇는 협업에도 참여해왔다.
정 대표에게 수원은 출발점이자 가장 먼저 책임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수원 행사에는 이상하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듭니다. 고향이라서 생기는 애정인 것 같습니다.”
그 애정은 수원만을 위한 울타리가 아니다. 수원에서 배운 상생의 방식을 경기와 서울의 새로운 상권에도 맞게 옮겨, 그곳의 이웃과 함께 뿌리내리는 것이 다음 과제다.
브랜드가 커질수록 지역에 대한 책임도 함께 커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단순한 후원보다 자신들이 잘하는 커피와 공간, 사람을 통해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가 기부만큼 오래 남는 환원이라고 믿는 일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커피학원을 10년 넘게 운영했고 대학 평생교육 과정에서도 10년째 커피를 가르치고 있다. 공공·연구기관과 복지 현장에서도 커피와 창업, 로컬 브랜드의 경험을 나눠왔다.
지역 고등학교의 도제 교육에도 참여했다. 학생들이 매장에서 커피와 고객 응대, 직장 생활의 기본을 직접 익히도록 도왔다. 현장 교육을 경험한 학생 가운데 일부는 커피 분야에서 진로를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가 청년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자신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공자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 가게의 매출이 떨어졌을 때 누군가 원리를 알려줬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교육의 출발점이 됐다.
지리학과 학생들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여러 대학의 지리·지리교육전공 학생들이 참여한 교류 행사에 커피를 후원했다.
지리학은 그의 과거에만 남은 전공이 아니었다. 도시의 길과 사람의 이동을 읽고 장소와 생활의 관계를 바라보는 눈은 지금도 그의 사업 안에서 작동한다.
정 대표가 앞으로 3년 동안 만들고 싶은 성과도 매장 수가 아니다. 10년 넘게 이어온 커피 교육을 브랜드의 한 축으로 더 단단히 세울 계획이다. 그가 오래 남기고 싶은 것은 매장의 숫자가 아니라 그곳을 거쳐 성장한 사람들이다.
“3년 뒤에는 ‘매장이 몇 개가 됐다’보다 정지영커피를 거쳐 성장한 사람이 얼마나 많아졌는가도 브랜드의 중요한 성과로 보고 싶습니다.”
수원에서 사람을 키우고 기준을 세운 뒤 남은 질문은 그 철학을 다른 도시에 어떻게 옮길 것인가였다. 정 대표는 행궁동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수원화성의 이미지를 서울에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 로컬 브랜드의 확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커피의 맛과 원두의 품질,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느 지역에서도 한결같이 지킨다. 공간은 지역과 상권에 맞게 달라질 수 있지만 수원에서 배운 기준은 바꾸지 않는다.
“수원에서 배운 태도와 기준을 다른 도시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정지영커피의 확장 방식입니다.”
그가 말하는 경기와 서울로의 확장은 수원을 떠나는 일도, 행궁동을 복제하는 일도 아니다. 각 지역이 지닌 생활과 상권의 질서를 존중하면서 좋은 커피를 내고, 일자리와 배움의 기회를 보태는 과정이다. 어느 도시도 일방적인 출점 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새로운 이웃으로 바라본다.
그가 바라는 것은 유명한 공간이나 몸집 큰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커피로 사람을 모으고,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을 교육하며, 성장의 결실을 역사와 환경, 이웃에게 돌려주는 브랜드로 오래 남는 것이다.
“수원 밖으로 나가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은 커피의 품질과 우리가 일하는 태도입니다.”
지리학은 장소와 사람의 관계를 보는 눈을 길러줬고 커피는 한 사람이 장소에 어떤 온기를 남길 수 있는지를 가르쳤다. 매출 반토막의 실패는 배움의 교실이 됐고, 낡은 창고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됐다. 청년 시절의 시행착오는 다음 세대의 교육으로, 커피를 만들고 남은 자원은 환경과 이웃을 위한 재료로 돌아갔다.
그의 이름을 단 간판보다 오래 남아야 할 것은 함께 일한 사람들이 쌓은 실력과 그곳에서 출발한 청년들의 다음 길, 곁에서 함께 변한 골목이었다. 정지영커피의 17년은 한 사람의 성공담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실패 앞에서 다시 배운 초보 사장, 맛의 기준을 함께 지킨 동료, 다시 찾아온 손님, 골목을 지켜온 이웃이 포개져 만든 시간이다.
그 중심에서 정 대표가 지켜온 것은 크기보다 방향, 유행보다 기본, 혼자 앞서기보다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었다. 좋은 커피로 사람을 부르고, 그 발길이 만든 성장을 다시 골목과 이웃에게 건네는 것. 수원에서 시작한 한 잔을 더 넓은 세상과 나누되 뿌리는 지역에 더 깊이 내리는 것. 첫 카페 문을 열던 자신에게 그가 건네고 싶은 한마디는 다음 17년을 향한 다짐과도 닮아 있었다.
“이제 첫걸음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