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거래세 방향엔 공감…효과·부작용에선 시각차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실거주 1주택자 보호와 초고가·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라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도 큰 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실제 효과가 얼마나 날지, 정책의 명분은 충분한지, 예상 못 한 부작용은 없는지를 두고는 저마다 다른 지점에서 물음표를 던졌다.
정부는 이번 개편의 원칙으로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는 기조를 내세웠다. 시가 30억 원 이하 실거주 1주택은 세 부담을 줄이고, 40억~5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정상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양도세도 함께 손질해 10년 이상 실거주자의 부담을 낮추고, 다주택자에게는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중과를 완화해 매도 기회를 열어주기로 했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종부세는 2027~2028년, 양도세는 1년 유예 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세제 방향의 큰 틀에서 이번 개편에 공감을 표했다. 정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부분적 대책만으로는 부작용이 생기기 쉽고, 조세·공급·대출이 동시에 맞물려 전체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는 게 맞고, 거래세는 매매·매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의 정책 실패 사례도 짚었다. 정 교수는 "수요 억제에 치중해 양도세만 강화하다 보니 매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를 함께 가져가는 이번 방향이 큰 틀에서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본지 자문위원)은 이번 세제개편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단기간에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장기간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번 세제개편만으로 가격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는 매도 유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동시에 실거주 1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이 강화되면서 입지가 우수한 수도권 상급지 아파트로의 수요 쏠림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자의 비수도권 이전에 대한 양도세 감면 방안이 포함됐지만, 전체적인 개편 방향이 실거주 1주택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지방이나 외곽지역 주택은 가격 약세와 거래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다주택자의 매물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위원은 "3주택 이상에 대한 과세표준 확대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 본격 시행되는 2028년 이전에는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매물 출회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효과에 대한 전망을 넘어, 정책 설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세제개편에 대해 "세 부담을 늘리는 명확한 목적과 정책적 설명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양도세 부담을 강화하면서도,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가 주택가격 안정인지 세수 확대인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세금을 올리면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왜 올리는지, 추가 세수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며 "고가주택 보유자의 부담 능력을 고려해 세금을 더 걷고 이를 공공임대주택이나 교통·사회기반시설 확충에 쓰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명분이 있어야 국민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운 '세제 정상화'라는 표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무엇이 정상적인 세제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원인이 저가 주택 구간의 낮은 재산세 부담에 있다면, 정상화는 낮은 구간을 조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초고가 주택만 겨냥하는 것을 정상화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명분뿐 아니라 정책이 의도와 반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거주 1주택 우대가 역설적으로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실거주·장기거주가 제도적으로 부각되면 개인 입장에서 집을 쉽게 사고팔기 어려워진다"며 "실거주 수요도 주택가격 변동이 있으면 매매를 통한 이사가 쉽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전세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임대인 입장에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아니더라도 전세금을 올려 받는 것 자체가 수익이므로, 매도가 어렵다면 당분간 현황 유지를 선택할 수 있다"며 "'결국 팔 수밖에 없을 때까지 세금을 계속 올린다'는 식이 된다면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가격대별 양극화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초고가 주택에 해당하지 않는 낮은 가격대 구간은 대기수요가 매물을 소화하면서 가격 상승과 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며 "반대로 고가주택 구간은 거래가 위축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고소득·자산가들만 모여 사는 방식으로 부동산의 '지위재'화가 전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모두 부동산 정책의 후속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김효선 위원은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지원책이 빠진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전세 사기와 거래 위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빌라·다세대·주거용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이 이번 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아파트 중심의 실거주 세제 혜택만 강화되면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서민 임대주택 공급 위축과 주거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 토론회에서도 비아파트 신축 회복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과 오피스텔 세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후속 대책을 통해 더욱 종합적인 비아파트 활성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