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시정, 부산의 판을 다시 짠다

입력 2026-07-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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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해양수도·AI로 예산축 이동…국힘 시의회와 본격 충돌 예고

▲전재수 부산시장이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시)
▲전재수 부산시장이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시)

민선 9기 출범 한 달여. 부산시정의 방향타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박형준 전 시장이 4년간 공들여 쌓아온 문화·도시브랜드 중심의 시정은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그 자리는 민생과 해양수도, 인공지능(AI) 등 산업 중심 정책이 채우고 있다.

민선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책 재편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번 변화는 단순한 사업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예산의 흐름이 바뀌고, 시정의 철학이 바뀌고, 부산이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칼이 향한 곳은 '박형준표' 사업

재조정의 신호탄은 사직야구장 재건축이었다.

부산시는 최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상반기까지 제시했던 '2028년 착공·2031년 3월 개장' 일정을 삭제하고 사업명을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 조정 검토'로 바꿨다.

단순한 문구 수정이 아니다.

기존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행정의 약속에서 사업의 방향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선언이다.

국민의힘 소속 송우현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장이 "시민과 의회에 한 약속을 설명 없이 뒤집었다"고 강하게 반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형준 시정의 대표 문화사업인 퐁피두센터 부산분관도 같은 흐름이다.

전재수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전시성 사업보다 시민의 삶이 먼저"라며 사업 재검토를 공약했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공연 예산까지 손질 대상으로 올렸다.

돈이 움직이는 곳이 시정의 방향이다

정책은 결국 예산으로 말한다.

전재수 시장은 취임 직후 '민생 100일 비상조치'를 내걸며 대형 문화사업 예산을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유류비와 공공요금 지원, 에너지 바우처 확대, 소상공인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투자의 축은 미래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산항 피지컬 AI 실증사업, 북극항로, 조선·해양산업, 전력반도체, 항공복합소재 등은 민선 9기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발표된 조직개편안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해양수도전략실을 신설하고 AI산업혁신국 기능을 강화했으며, 시민경제국과 시민생활국을 새로 만들어 민생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대로 박형준 시정의 대표 브랜드였던 15분 도시는 폐지가 아니라 도시공간계획실 산하 생활권공간계획과로 흡수돼 정책의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우선순위는 다시 짜겠다는 것이 전재수 시정의 메시지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문제는 정치다.

부산시의회는 여전히 국민의힘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 하나를 조정할 때마다 의회의 견제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사직야구장과 여성가족플라자 등을 둘러싸고 "충분한 설명 없는 정책 변경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퐁피두 분관처럼 국제협약과 계약이 얽힌 사업은 전면 백지화보다는 규모 조정과 단계별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 과정에서 정치적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선교체의 성패는 '성과'가 결정한다

결국 시민이 평가하는 것은 사업 이름이 아니다.

퐁피두를 줄인다면 그 예산으로 시민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사직야구장을 늦춘다면 북항 돔구장이 얼마나 현실화됐는지, 해양수도를 말한다면 실제 기업과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가 기준이 된다.

민선 9기 부산시는 지금 '박형준표 사업'을 정리하는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조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다.

그 답을 시민들이 체감하는 순간, 이번 정책 전환은 '정치적 교체'가 아니라 '시정의 혁신'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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