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손해도 감수하겠다" 李, 부동산 공개토론 승부수 [종합]

입력 2026-07-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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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공개 토론에 직접 참여해 세제·금융·공급을 아우르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와 과도한 전세대출을 지목하며 수요 관리와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양질의 공공임대 확대와 수도권 집중 완화 등 구조적인 개선 과제도 제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모두가 만족할 정책은 없다"며 "공직자는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고 강조해 세제 개편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과제도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가 정부의 정책 구상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 신뢰를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후속 정책과 현실성 있는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똘똘한 한 채'가 시장 왜곡…실거주 중심으로"

이 대통령은 23일 토론에서 최근 집값 상승의 배경으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거론하며 "집을 여러 채 갖는 것보다 특정 지역의 한 채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 시장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8·2 대책과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똘똘한 한 채' 현상을 키웠다는 시장의 평가에 일정 부분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는 정책이 오히려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주택으로 수요를 집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똘똘한 한 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똘똘한 한 채'가 사실상 종합부동산세가 겨냥해야 할 대상"이라며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이에 상응해 양도세를 낮추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발표될 세제 개편안이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되며 고강도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도 손질 대상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감면을 생애 1회로 제한해야 한다'는 유튜브 '광수네복덕방' 이광수 대표의 제안에 "매우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감면) 기회를 무한대로 주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횟수를 제한하거나 첫 번째는 많이, 두 번째는 조금 덜 해주는 방식도 좋은 생각"이라며 "총액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조세 저항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한 세제 개편은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큰 변동과 갈등 등이 좀 걱정되지만 그래도 국민 전체, 나라 미래, 실질적·장기적으로 더 나은 상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며 "갈등, 불만이 없을 수는 없지만 최소화할 수 있는 효용이 높은 방향으로 설계하겠다"고 했다.

◇"좋은 공공임대 늘리고 수도권 집중도 완화"

이 대통령은 공급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거듭 강조했다. 신규 택지 확보를 위해 직접 현장을 살펴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제가 헬기를 타고 수도권을 돌아볼 생각이다. (택지가 될 만한 곳을) 찍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신규 택지를 어디서 발굴할 것이냐가 만만치 않다"며 "최대로 발굴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수도권 집중 압력을 줄이는 것인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다만 단순히 주택 물량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양질의 공공임대 확대와 수도권 집중 완화 등 주거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특히 공공임대와 관련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좋은 공공임대를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를 저소득층 주거 지원을 넘어 중산층도 선택할 수 있는 주거 유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지 않고서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의 일자리와 교육, 문화 기반을 함께 확충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주거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지원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한 특별한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공개 토론 의미…이젠 시장이 예측 가능해야"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 토론을 통해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국민과 전문가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동산 문제인 만큼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한 이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개 토론만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론 과정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정책에 반영할지, 또 이를 얼마나 일관되게 추진할지가 향후 시장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려 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정책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흔들리기보다 장기적인 원칙과 철학 아래 운영돼야 한다"면서 시장은 결국 토론 과정보다 실제 정책의 내용과 집행 과정을 통해 정부의 의지를 평가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역시 "정부가 시장과 직접 소통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결국 시장은 토론이 아니라 후속 정책의 내용과 실행력을 보고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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