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짜’ 20년 해묵은 논란⋯초고령사회 갈등으로 [무임승차의 역설 中]

입력 2026-07-23 05: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6-07-22 17:01)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명분 사라진 노인 복지정책

40년전 보편적 혜택 정책 졸속 도입
2008년 기초연금에 버스지원 통합
지하철 운행 지역서만 혜택 지속
운임손실 누적에 세대ㆍ지역 갈등
“결국은 표” 정치적 해결 어려워

광역·도시철도(이하 지하철) 무임승차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한 건 2023년 이후다. 운영기관들의 운임손실 부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둘러싼 서울시와 기획재정부의 갈등, 대구시의 무임승차 대상 축소 추진, 대한노인회의 반발이 겹치며 무임승차 논쟁이 세대 갈등, 지역 갈등으로 번졌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지하철 무임승차는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된 2008년 함께 정리됐어야 할 제도였다. 그때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현재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분 사라진 정책, 어떻게 살아남았나

처음 지하철 무임승차는 경로우대를 명분으로 한 ‘가성비 정책’이었다. 제도가 전면 시행된 1984년 대한민국의 총인구 중 노인 인구(65세 이상) 비율은 4.1%에 불과했고, 지하철 노선은 서울 1·2호선에 불과했다. 지하철 역세권에 거주하는 노인 인구는 극단적으로 적었다. 제1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 앞둔 군부독재기에 재정추계 등 객관적 분석 없이 졸속으로 도입됐으나 반대가 없었다. 산업화 이바지 세대에 대한 보상이란 명분도 좋았고, 비용도 적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혜택이 차별적이지 않았다.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은 극단적으로 제한적이었고, 당시에는 노인들에게 버스 승차권(회수권)도 지원됐다. 1995년무렵부턴 버스 승차권 지원이 지방자치단체별 노인교통수당으로 개편됐다. 주된 교통수단이 버스든, 지하철이든 노인들에게 보편적으로 혜택이 주어졌다.

경로우대가 차별로 변질관 건 2008년부터다. 당시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면서 ‘노인복지법’에 따라 지급되던 노령수당(1998년부터 경로연금)과 지자체 조례로 운영되던 노인교통수당이 폐지됐다. 노인복지사업이 확대·신설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들이 통합된 것이다. 그런데 ‘노인복지법 시행령’을 근거로 존재하던 지하철 무임승차는 유지됐다. 2014년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개편되고 이후 법 개정과 물가 연동으로 기준연금액이 34만9700원까지 올랐지만 지하철 무임승차는 폐지되지 않았다. 그 결과로 수도권을 포함해 지하철이 다니는 지역의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으면서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까지 누린다.

복지부는 “기초연금이라는 게 기본적인 생활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이동이나 교통을 지원하는 측면도 포함돼 있다”며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할 때 지하철 무임승차도 함께 폐지해야 했던 건 맞다”고 말했다.

◇5명 중 1명은 노인…시간 끌수록 정리 어려워

운영기관의 무의미한 운임손실 누적, 공간 경쟁에 따른 세대 갈등, 비수도권 배제 등 지하철 무임승차의 문제점에 대해선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무임승차 도입 당시 4%대에 불과했던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선 상황에선 문제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합리성과 무관하게 수혜대상이 넓은 복지정책이 개선·폐지되지 않고 유지되는 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선진국에서도 복지지출 구조조정은 주로 수혜대상이 좁은 정책에 집중된다. 독일은 2000년대 초 실업부조(Hartz IV)를 대폭 삭감하는 하르츠 개혁을 단행했지만, 연금개혁에선 은퇴 연령을 점진적으로 늦추는 소극적 방식을 택했다. 영국은 수십 년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수당과 실업급여 등을 삭감해왔지만, 수십 년간 문제가 누적된 국민보건서비스(NHS,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불평등 분야 세계적 석학인 폴 피어슨(Paul Pierson) 미국 UC버클리대 교수가 지적한 ‘비난 회피’로 설명된다. 어떤 정책이든 수혜집단이 크면 그 정책은 비효율적이라도 축소·폐지되지 않는 경로의존성에 빠지게 된다.

한국의 지하철 무임승차가 유지되는 맥락도 유사하다. 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은 표다. 지하철 무임승차뿐 아니라 다른 노인 복지정책들도 비합리적이란 지적을 받지만 결국은 유지된다”며 “누구도 전체 인구의 20%나 되는 집단으로부터 ‘줬다 빼앗는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분기 GDP 0.6% 또 '깜짝 성장'⋯GDI 성장률 38년 만의 최고치
  • 삼성, 4:3 비율 폴더블 꺼냈다…‘갤럭시 Z’ 3종으로 라인업 확대 [언팩 2026]
  • 수도권 북부 간밤 물폭탄…도로 침수·홍수주의보
  • 집값 잡을 밑그림 나올까⋯오늘 정부 ‘부동산 대토론회’ 개최
  • 뉴욕증시, 중동 리스크에 투자 심리 위축…나스닥 0.57%↓ [종합]
  • ‘천스닥’ 물거품…코스닥 1년 전으로 후퇴, 거래대금도 20% 말랐다
  • 구글 알파벳, 2분기 실적 기대 상회⋯시간외서 주가 4%대 약세 [마켓핫]
  • 오늘은 절기 '대서', 뜻은?
  • 오늘의 상승종목

  • 07.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6,352,000
    • -0.57%
    • 이더리움
    • 2,819,000
    • +0.43%
    • 비트코인 캐시
    • 320,700
    • -1.87%
    • 리플
    • 1,666
    • +0.12%
    • 솔라나
    • 113,600
    • -0.26%
    • 에이다
    • 254
    • +0.4%
    • 트론
    • 481
    • -0.21%
    • 스텔라루멘
    • 273
    • -2.5%
    • 비트코인에스브이
    • 19,860
    • -0.75%
    • 체인링크
    • 12,580
    • -0.4%
    • 샌드박스
    • 69.88
    • -0.5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