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은 성공했나⋯역대 최대 실험의 성적표 [이슈크래커]

입력 2026-07-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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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라민 야말(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과 경기를 마친 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스페인은 후반 추가 시간 미켈 메리노의 극장 결승 골로 1-0으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AP/뉴시스)
▲스페인의 라민 야말(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과 경기를 마친 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스페인은 후반 추가 시간 미켈 메리노의 극장 결승 골로 1-0으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AP/뉴시스)

스페인이 다시 세계 정상에 섰습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연장 끝에 1-0으로 꺾으며 2010년 이후 16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요. 스페인은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완성하며 이번 대회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 첫 월드컵이었습니다. 경기 수는 64경기에서 104경기로 증가했고, 대회 기간도 6주로 길어졌죠. 더 많은 국가와 선수가 세계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지만 경기력 저하와 일정 과밀, 무리한 몸집 불리기라는 우려도 개최 전부터 이어졌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하지 못한 돌풍과 기록적인 관중, 중계·상업 성과가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비싼 티켓과 장거리 이동, 선수들의 체력 부담, 복잡해진 대회 방식도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월드컵은 성공한 실험이었을까요.

▲5일(현지 시간) 카보베르데 프라이아에서 축구 팬들이 귀국한 카보베르데 축구 국가대표팀 버스를 따라가며 환호하고 있다. 카보베르데는 지난 3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3으로 아깝게 패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는 평을 들었다. (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카보베르데 프라이아에서 축구 팬들이 귀국한 카보베르데 축구 국가대표팀 버스를 따라가며 환호하고 있다. 카보베르데는 지난 3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3으로 아깝게 패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는 평을 들었다. (AP/뉴시스)

48개국이 만든 드라마…이변 늘고 긴장감 더했다

48개국으로 넓어진 월드컵이 가장 먼저 바꾼 건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국가의 범위였습니다.

카보베르데는 첫 출전에서 조별리그를 무패로 통과한 뒤 32강에서 아르헨티나와 2-3 접전을 펼쳤습니다. 인구 50만 명 안팎의 섬나라가 세계 챔피언을 마지막까지 몰아붙인 장면은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순간으로 남았죠.

콩고민주공화국도 포르투갈과 같은 조에서 경쟁한 끝에 32강에 진출했고, 퀴라소 역시 첫 본선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출전한 10개국 가운데 9개국이 32강에 오르며 대륙별 출전권 확대의 효과를 보여줬습니다.

기존 강호들의 고전도 예상하지 못한 볼거리였습니다. 노르웨이는 16강에서 브라질을 2-1로 꺾고 8강에 올랐고, 파라과이와 모로코는 32강에서 각각 독일과 네덜란드를 승부차기 끝에 탈락시켰습니다. 우승 후보 포르투갈도 16강에서 스페인에 막혔죠.

더 많은 국가에 기회가 돌아가면서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대진과 이야기가 대회 전반을 채웠는데요. FIFA가 확대 명분으로 내세운 '축구의 세계화'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셈입니다.

복잡해진 셈법도 주목받았습니다. 이번 대회는 4개국씩 1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 24개 팀과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이 32강에 진출하는 구조로 진행됐습니다. 조 3위에 머물러도 마지막까지 32강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이 이어졌죠.

다만 참가팀의 3분의 2가 토너먼트에 오르면서 조별리그의 변별력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로 다른 상대를 만난 조 3위 팀들을 승점과 골 득실, 다득점으로 비교하는 방식의 공정성도 논란이 됐습니다. 어떤 조의 3위 팀이 진출하느냐에 따라 32강 대진까지 달라져 조별리그가 끝나기 전에는 토너먼트 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워졌죠.

▲페란 토레스가 19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토레스는 연장 후반 1분 선제 결승 골을 넣어 스페인의 1-0 승리를 이끌었고, 스페인은 16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AP/뉴시스)
▲페란 토레스가 19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토레스는 연장 후반 1분 선제 결승 골을 넣어 스페인의 1-0 승리를 이끌었고, 스페인은 16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AP/뉴시스)

숫자로 보는 흥행

흥행 성적은 숫자에서도 드러납니다. 월드컵 역사상 최다 관중을 모은 대회로 기록됐을뿐더러 중계에서도 괄목할 성적을 냈죠. 미국 폭스 스포츠에 따르면 미국이 벨기에를 상대로 치른 16강전을 TV로 지켜본 시청자는 평균 3000만 명에 달했는데요. 경기 마지막 15분 동안엔 최고 4100만 명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미국 축구 중계 사상 최다 시청자 수에 해당합니다.

온라인에서도 흥행이 체감됩니다. 9일까지 FIFA 공식 홈페이지의 방문자는 약 1억870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FIFA 측은 2022년 대회보다 25% 늘어난 수치라고 부연했는데요. 같은 기간 FIFA 토너먼트 앱과 FIFA 공식 앱의 누적 사용자 수는 5000만 명이었으며, 하루 평균 115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도 나타났죠. 토너먼트 기간 틱톡에서만 2300만 명의 새 팔로워도 확보했습니다. 경기 결과와 하이라이트뿐 아니라 실시간 순위, 선수 콘텐츠, 밈과 짧은 영상 등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월드컵을 소비하는 방식도 TV 중계 중심에서 디지털 플랫폼 전반으로 넓어진 모습입니다.

참가국이 늘어나면서 총상금도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FIFA가 발표한 이번 대회 상금은 총 6억5500만달러에 달합니다. 우승국 스페인은 5000만달러를 받을 전망인데요. 월드컵 역사상 최고액입니다. 2022년 대회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가 받았던 4200만달러보다 800만달러 늘어난 규모죠.

월드컵은 경기 밖에서도 상업적 외연을 넓혔습니다. 결승전에는 사상 처음으로 슈퍼볼 방식의 하프타임 쇼가 도입됐고, 마돈나와 방탄소년단(BTS), 저스틴 비버, 샤키라 등이 무대에 올랐죠. 축구 경기는 물론이고 공연, SNS 콘텐츠까지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묶어 소비하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한 모습입니다.

▲잔니 인판티노(왼쪽) FIFA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이스트 러더퍼드에서 열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결승전 후 스페인의 로드리에게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AP/뉴시스)
▲잔니 인판티노(왼쪽) FIFA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이스트 러더퍼드에서 열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결승전 후 스페인의 로드리에게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AP/뉴시스)

다음은 64개국 월드컵?…관건은 '지속가능성'

다만 기록적인 흥행이 팬과 선수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이점만을 안긴 건 아닙니다.

우선 팬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습니다. FIFA는 올해부터 수요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변동 가격제를 적용했는데요. 항공권처럼 티켓 가격이 수요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결승전 등 인기 경기의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죠. 물론 명분은 '소비자 보호'였지만 실제로는 과거 암표 시장의 수익을 FIFA가 직접 창출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입국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미국과 군사적 충돌을 벌이던 이란은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에 베이스캠프를 둘 예정이었으나 엄격한 출입국 통제를 받으면서 멕시코 티후아나로 훈련지를 옮기는 등 이동에 제약을 받았습니다. '소말리아 출신 1호 월드컵 심판'으로 주목받은 오마르 아르탄 국제심판은 미국 비자 등을 소지했는데도 테러 조직 관련자와의 연관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해 결국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죠.

선수 부담도 늘었습니다. 32강 신설로 결승 진출팀은 기존보다 한 경기 많은 최대 8경기를 치렀습니다. 장거리 이동과 고온다습한 날씨까지 겹치면서 FIFA는 경기에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보충 휴식 시간)을 도입했지만, 혹서기 낮 경기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는 이어졌죠.

상업적인 '미국식 쇼'라는 취지의 논란도 제기됐습니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장에서는 미국 국가가 연주되고 가수 제니퍼 허드슨이 제창자로 나섰는데요. 통상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는 맞대결을 펼치는 두 나라의 국가가 연주됩니다. 개최국 특혜라고 하기엔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 캐나다의 국가는 울리지 않았습니다.

하프타임 쇼를 두고도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월드컵의 대중성과 상업적 가치를 넓혔다는 반응이 나온 반면, 축구 경기의 흐름을 끊은 데다가 '미국식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월드컵이 변질됐다는 비판도 거센 상황이죠. 통상 15분인 휴식 시간이 무대 설치와 철거로 27분 이상으로 늘어나 선수들의 경기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2030 월드컵과 관련해서도 벌써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습니다. 추가 확대 논의에 따른 건데요.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월드컵 100주년을 맞는 2030년 대회를 64개국 체제로 치르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이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죠.

참가국이 늘면 출전 기회와 경기 수, 티켓과 중계권 수익도 함께 증가합니다. 4개 팀씩 16개 조로 조별리그를 치를 수 있어서 이번 대회보다 방식이 단순해지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는데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64개국은 FIFA 전체 회원국(211개)의 3분의 1가량입니다. '꿈의 무대'라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대륙별 예선의 권위나 긴장감이 떨어질 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제기된 상업화 논란이 더 거세질 수 있는 겁니다.

첫 48개국 월드컵은 더 많은 국가에 기회를 제공했고 관중과 중계, 상업 성과에서 기록을 세웠습니다. 반면 팬들은 높은 비용을 감당했고 선수들은 늘어난 경기와 더위에 노출됐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확대 역시 새로운 흥행 동력과 축구의 본질을 둘러싼 논란을 함께 남겼죠. 이번 월드컵의 성공 여부를 관중과 수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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