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서울총괄건축가 "외곽 확장 한계…도심 고밀 정비가 서울 살릴 해법" [인터뷰]

입력 2026-07-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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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부동산 학자' 출신 서울총괄건축가, 이창무 한양대 교수 인터뷰
재개발·재건축 속도전의 핵심은 '정교한 이주 타임라인' 구축
"집값 상승은 시장의 공급 신호⋯공급 동력으로 삼아야"

▲서울시 제5대 서울총괄건축가로 위촉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15일 서울시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시 제5대 서울총괄건축가로 위촉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15일 서울시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대도시권의 가장 큰 위기는 매일 2시간 반을 길바닥에서 버려야 하는 낭비적인 통근입니다. 외곽에 고층 아파트를 짓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이제는 기존 도심을 고밀 정비해 콤팩트한 도시로 전환해야 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건축가들이 거쳐 갔던 서울시의 공간 컨트롤타워, '서울총괄건축가' 자리에 처음으로 도시계획 및 주택정책을 전공한 학자가 임명됐다. 서울시는 직위를 '서울총괄계획가'로 격상하며 도시 디자인을 넘어 주택·도시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전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선 9기 시정 목표를 수립하는 'G3 서울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서울시가 '서울총괄계획가'로의 격상을 추진 중인 공간 컨트롤타워의 새 수장,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표정에는 설렘과 무거운 책임감이 교차했다. 15일 아이슬란드 여행 중 공동위원장 임명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급히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다는 그는 시차 적응이 채 되지 않은 피곤한 기색 속에서도 서울의 공간 구조 개혁에 대해 거침없고 확고한 논리를 펼쳤다.

◇"출퇴근 2.5시간 피로, '서울 대도시권'으로 풀어야"

이 교수가 진단하는 서울의 문제는 단순히 서울이라는 행정구역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눈앞의 현상만 볼 것이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해 실제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 대도시권(Metropolitan Area)'의 넓은 시야에서 모든 주택·교통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 대도시권은 극심한 '통근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이 교수는 "다른 OECD 국가들은 1시간이면 출퇴근을 평균적으로 끝내는데, 서울 대도시권은 거의 2시간 반에 가까운 출퇴근 시간을 감내하면서 살아가는 구도"라며 "그 시간이 1시간으로 줄어든다면 나머지 시간에 육아도 할 수 있고 여가도 즐길 수 있어 이 도시 자체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지난 15~20년 동안 서울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는 '도시재생'에 무게를 두며 도심 밀도를 높이는 데 소극적이었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강도 높은 규제들로 인해 개발을 통한 공급 흐름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 도심에 집을 못 지으니 개발 압력이 외곽으로 밀려나 용인 동백, 화성 동탄 같은 곳에 대규모 신도시를 짓게 된 것"이라며 "해외 대도시들은 중심부 밀도가 압도적으로 높고 외곽으로 갈수록 밀도가 떨어지는데, 우리는 하남의 개발 밀도가 서울보다 더 높을 정도로 도심 밀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도심의 집이 부족하니 수많은 시민이 매일 경기도에서 서울 도심으로 긴 시간을 들여 출퇴근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고착화된 셈이다.

◇'이주 타임라인'의 정교한 설계 필요

▲서울시 제5대 서울총괄건축가로 위촉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15일 서울시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시 제5대 서울총괄건축가로 위촉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15일 서울시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길에서 버려지는 낭비적인 통근 시간을 줄이고 콤팩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해법은 결국 다시 '도심 고밀 주택 공급'으로 귀결된다. 오세훈 시장은 민선 9기 핵심 공약으로 '2031년까지 31만 가구 주택 착공'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이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심 고밀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면서도 무작정 '빨리 지어라'라고 다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그가 정비사업 속도전의 최우선 선결 과제로 꼽는 것은 '정교한 이주 수요 관리 체계'의 구축이다. 역대 정부나 서울시가 정비사업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이주가 시작되면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를 막겠다고 이주 시기를 구별로 강제로 늦추는 방식을 써왔지만, 이는 오히려 입주 물량을 늦춰 공급 가뭄을 심화시켰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이 교수는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자들을 품어줄 '비정비 사업 물량'을 초기에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정비사업을 빨리 진행하려면 이주 수요를 담아내야 하고, 그러려면 초기 입주 물량들이 많이 채워져야 한다"며 "도시 정비 사업에 포함되지 않는 주거형 공간, 공업 지역에 지어지는 주상복합 등 다양한 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주택 물량들을 총괄적으로 긁어모아 초반에 정지 작업을 잘해놓으면 정비 사업의 속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빠르게 입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들을 정지 작업용 '완충 지대'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나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를 데이터로 설득하며 규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집값 상승은 시장이 보내는 공급 신호"

▲서울시 제5대 서울총괄건축가로 위촉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15일 서울시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시 제5대 서울총괄건축가로 위촉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15일 서울시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이 교수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반도체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수십조 원의 성과급이 풀리면 결국 누군가의 소득이 늘고 사회 전체의 소득이 올라가게 된다"며 "소득이 올라가면 집값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는 만큼 가격 상승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버퍼(완충)를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집값 상승을 무조건 악(惡)으로 규정하고 규제로 억누르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학자로서 그의 오랜 소신이다. 이 교수는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시장이 '공급을 하라'고 보내는 정상적인 신호"라며 "그 힘을 잘 이용해서 궁극적인 주택 공급을 만들어 내는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이다. 왜곡된 시장 해석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향후 임기 동안의 각오를 묻자 그는 털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솔직히 아직은 머릿속이 멍합니다. 지금은 제가 집중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을 솎아내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 서너 달은 우왕좌왕하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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