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가 자율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를 넘어 재무보고 수준의 신뢰성을 요구하는 법정 공시 체계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이 공시 프로세스와 데이터 관리, 내부통제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정KPMG는 9일 '지속가능성 의무공시 시대, 기업의 공시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 도입과 금융위원회의 지속가능성 공시 최종 로드맵을 중심으로, 의무공시 시대에 기업이 갖춰야 할 대응 전략과 실행 과제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KSSB가 외부 이해관계자를 위한 자율적 ESG 보고에서 벗어나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시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단순히 ESG 정보를 공시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과 프로세스, 데이터 관리, 내부통제를 포함한 재무보고 수준의 전사적 공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8일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최종안에 따르면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는 2027년 사업연도부터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공시는 사업보고서에 포함되는 법정 공시 방식으로 운영되며, 공시 시점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3월 말로 일원화된다. 스코프3(Scope 3) 배출량 공시는 일정 기간 유예되고, 제3자 인증 역시 공시 의무화 2년 후인 2030년부터 의무화할 방침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기업의 공시 업무 전반을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처럼 6월 말까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일정으로는 법정 공시 기한을 맞추기 어렵고, 법정 공시에서는 자율공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데이터 정확성, 정합성, 검증가능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재무보고 수준의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공시 지표 정의 및 산정 기준 표준화 △종속회사 데이터 수집체계 구축 △데이터 검증 및 내부통제 체계 마련 △역할과 책임(R&R) 기반의 거버넌스 정비 △ESG 데이터 플랫폼 중심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기후 공시는 미래지향적 정보와 추정·시나리오 기반 데이터는 물론 스코프3 배출량 등 가치사슬 전반의 정보를 포함하는 만큼, 기존 재무보고와는 차별화된 데이터 관리와 운영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KSSB의 핵심 특징으로 '연결실체 기준의 보고범위와 중요성(Materiality) 중심 공시'를 제시했다. 재무제표와 동일한 연결실체를 기준으로 정보를 식별하되, 실제 공시 여부는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종속기업을 임의로 제외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결실체 전반의 중요 정보를 식별·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은 강화되는 인증 환경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속가능성 공시 역시 재무제표와 동일한 수준의 증빙과 문서화 체계를 갖추고, 초기 설계 단계부터 인증 가능성(Auditability)을 고려한 공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SG 정보공시∙인증 리더 황재남 부대표는 "KSSB 도입은 기업에게 지속가능성 정보 작성 체계를 재무보고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환하는 변화를 요구한다”면서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은 보고범위 확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연결실체 기준의 중요 정보 식별부터 데이터 관리, 내부통제, 인증 대응까지 전사적인 실행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부대표는 "공시 의무화는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지만 공시 프로세스와 시스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향후 규제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