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예술과 외설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탐하다⋯‘선 넘는 미술사’

입력 2026-07-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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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부터 모딜리아니까지…금기에 저항한 거장들의 명화 스캔들

▲책 '선 넘는 미술사' 표지 (한경arte)
▲책 '선 넘는 미술사' 표지 (한경arte)

미술관 벽면에 걸린 명화들의 액자 뒤편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격렬하고 혼란스러운 사연들이 숨겨져 있다.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추앙받는 거장들의 걸작 중 상당수가 당대에는 사회의 규범을 위협하는 위험한 문제작으로 취급받아 검열의 단두대에 올랐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신간 ‘선 넘는 미술사’는 19세기 후반 모더니즘 시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누드화와 검열의 치열한 공방전을 생생하게 복원해내며 독자들을 유혹적인 미술 입문서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책은 고전적인 신화와 종교의 외피를 벗어던지고 인간의 날것 그대로의 육체와 욕망을 담대하게 그려냈던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근대의 법적·종교적 권력이 예술가들의 붓을 꺾기 위해 끊임없이 음란물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 에두아르 마네 등의 천재들은 사회적 금기에 맞서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현대미술사와 철학을 공부하고 다수의 국제 전시 프로젝트를 수행한 저자 이지호는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체포와 조롱, 투옥이라는 집단적 억압을 감내해야 했던 화가들의 안타까운 역사와 눈부신 복권 과정을 세밀하게 비교 분석한다.

또한, 과거의 범죄로 취급받던 스캔들이 오늘날 어떻게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걸작으로 격상될 수 있었는지를 고찰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 사회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1912년 노골적인 나체 그림으로 인해 감옥에 갇혔던 에곤 실레의 일화나 가랑이 사이의 은밀한 털을 묘사했다는 이유로 전시 몇 시간 만에 철거 명령을 받은 모딜리아니의 사건 등은 독자들에게 짜릿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판사와 사제에서 오늘날 알고리즘 플랫폼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인간의 주관적 잣대로 작동하는 검열의 기준에 대해 책은 묵직한 사유의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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