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장마에 역대급 폭염, 식단까지 바꾼다…급식업계, ‘공급망 재편’ 불가피

입력 2026-08-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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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장마’ 이어 극심한 폭염에 기온 널뛰기…농산물값 출하 ‘엇박자’
‘연간 계약’ 묶인 대형 급식사, 중간 단가 인상 불가능해 리스크 직격탄
스마트팜·계약재배·대체식단 ‘삼중 방어선’…공급망 새 판 짜기 분주

▲현대그린푸드 직원들이 제주산 당근과 남도종 마늘을 활용해 만든 이색 급식 메뉴인 '당근명란오일파스타'와 '마늘소스 허브닭구이'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현대그린푸드)
▲현대그린푸드 직원들이 제주산 당근과 남도종 마늘을 활용해 만든 이색 급식 메뉴인 '당근명란오일파스타'와 '마늘소스 허브닭구이'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현대그린푸드)

종잡을 수 없는 장마에 이어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는 등 올해 특히 유난스러운 여름 기후 변화로 인해 식재료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자, 수백만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단체급식업계가 식재료 확보 전략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단순한 스마트팜 도입을 넘어 계약재배 확대, 산지 다변화, 사전 비축, 대체식단 운영까지 공급망 전체를 기후변화 대응 체계로 재편하는 모습이다.

2일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값에 따르면 경남 양산 낮 기온이 40.3도(오후 3시33분)를 기록했다. 2024년 8월 경기 지역 4곳에서, 2025년엔 경기 안성(양성)에서 일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은 데 이어 이번에 3년 연속으로 40도 이상 기온 기록이 나온 것이다. 이처럼 최근 3년 연속으로 40도 이상 기온 기록이 나오면서 ‘40도 더위’가 사실상 ‘뉴노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폭염에 앞서 올해 장마도 이상 기후를 그대로 증명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지연으로 평년보다 최대 11일이나 늦게 시작된 것. 지각 장마를 기다리는 동안 6월 전국 폭염일수는 0.6일로 평년(0.7일) 수준에 머물렀고 한 달 내내 극심한 ‘기온 변동성’이 복병으로 작용했다. 6월 초순에는 태풍 북상으로 기온이 급격히 올랐다가 중순에는 북쪽 찬 공기가 유입되는 등 날씨가 종잡을 수 없는 엇박자를 탄 것이다.

이러한 기온 널뛰기는 농가 출하 주기를 뒤흔들며 농산물 가격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불러왔다. 기온 급변으로 출하 시기가 엉켜버린 강원 지역 토마토와 애호박 등은 유통 시장에 일시에 물량이 몰리며 도매가격이 최저 기준가격 이하로 폭락했다. 6월 말 뒤늦게 시작된 장마 여파로 청상추 등 일부 엽채류 가격은 평년 대비 22.7% 급등했다.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제주에서는 당근 파종기에 파종하지 못한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로 인해 당근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폐사하는 가축도 늘고 있어 육류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 이날 광주전남 지역 145개 농가에서는 닭 4만3396마리·오리 7737마리·돼지 3928마리 등 가축 5만561마리가 폐사해 8억44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수산 피해는 8개 어가에서 양식하는 물고기 등 9만8000마리가 죽으면서 4억23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단체급식의 특성상 메뉴가 미리 확정되고 대량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급식업체들은 대개 고객사와 연간 단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한 해 동안 기후위기로 식재료비가 폭등해도 중간에 식단가를 올리기 어려운 취약한 구조를 지닌다.

원가 압박이 상시화되면서 주요 급식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다각화된 기후 리스크 방어 체계를 구축해 왔다. 핵심은 하나의 대안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장의 공급망 카드를 믹스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지속적인 식자재 시황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기온 상승과 지각 장마 등에 따른 수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약 공급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소싱처 다변화와 대체 식자재 발굴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아워홈 역시 대파, 상추류, 프릴아이스, 토마토 등 총 10개 품목에 스마트팜 작물을 활용하고 있으며 사용량을 해마다 늘리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이상기후가 반복돼 주요 품목에 대한 사전 비축을 진행해 왔다”며 “스마트팜은 단가가 다소 높지만 공급 안정성이 뛰어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지 계약재배 확대와 국내 산지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그린푸드도 토마토, 상추 등을 생산하는 스마트팜 농가와 연 단위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아워홈 동서울물류센터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방문해 노지 스마트팜 작물을 살펴봤다.이영표 아워홈 경영총괄사장(왼쪽 두번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 (사진제공=아워홈)
▲지난해 2월 아워홈 동서울물류센터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방문해 노지 스마트팜 작물을 살펴봤다.이영표 아워홈 경영총괄사장(왼쪽 두번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 (사진제공=아워홈)

소비자들이 가장 체감하는 변화는 현장의 '대체 식단' 운영이다. 급식업체들은 원가 폭탄을 피하고자 메뉴 자체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하고 있다. 배추 가격이 오르면 배추김치 대신 무김치나 총각김치를 제공하고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 닭고기 메뉴로 전환하는 식이다.

특히 고온 기후에 산란율이 떨어져 겨울철 조류독감(AI) 이후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계란의 경우 두부나 버섯 등 대체 단백질원을 활용한 메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식단가를 방어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히 비싼 작물을 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그린푸드는 이상기후로 작물이 과잉 생산되어 가격이 폭락한 농가를 돕는 역발상 공급망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재배량 급증으로 가격이 폭락한 서산 대파와 작물 크기가 너무 커져 소비자들이 외면한 제주 당근 등을 각각 수백 톤 규모로 대량 매입했다. 재배할수록 손해여서 밭에 묻어버려야 하는 ‘풍년의 역설’에 빠진 농가를 구제하기 위함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단체급식은 맛과 영양만 그대로라면 모양새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농가는 참사를 막고, 당사는 국산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농가와 상생하는 윈윈(Win-Win)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급망 재편이 미래 급식업계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가 상시화된 시대에는 특정 산지나 단일 조달 방식에 의존하는 기업은 버틸 수 없다"며 "공급망을 여러 갈래로 쪼개고, 스마트팜과 노지 계약재배의 비율을 정교하게 맞추는 '공급망 다변화 능력'이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 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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