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판단·거래처·수금·재고관리 등 창업주 경험의 시스템화 추진
장녀 후계자, 가공·완제품·온라인 시장으로 사업 확장 검토

서울 문래동 비철금속 유통기업 부영금속이 창업주가 쌓아온 거래 경험을 바탕으로 가업승계를 준비 중이다. 제조 기술 자체보다 거래처 신뢰와 매입·수금·재고관리 등 창업주의 경험을 후계자가 활용할 수 있는 경영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승계 작업의 핵심 과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영금속은 서울소공인협회 산하 서울문래기계금속소공인특화지원센터가 추진한 ‘2026 문래 청년소공인 가업승계 지원사업’ 참여기업이다. 서울소공인협회와 한국가업승계협회는 업무협약(MOU)을 바탕으로 가업승계 교육과 멘토링, 기업별 일대일 현장 컨설팅을 진행했다.
사업 총괄은 김봉수 한국가업승계협회 이사장 겸 컨설팅학 박사가 맡았다. 김 박사는 대표와 후계자를 함께 진단해 기업별 승계자산과 후계자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소공인 맞춤형 승계모델을 적용했다.
2008년 개인사업자로 출발한 부영금속은 황동관과 봉 등 비철금속을 주로 취급한다. 한부영 대표는 창업 전 약 20년간 비철금속 제조 현장과 영업, 총무·경리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문받은 제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사용 목적에 맞는 소재와 규격을 제안해왔다. 한 대표는 “고객과 이야기하다 보면 해당 소재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다른 소재가 더 적합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며 “현장 경험이 고객 대응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경험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규격표와 상품목록은 문서화할 수 있지만 고객별로 적합한 소재를 골라내고 가격과 납기, 신용을 판단하는 능력은 장기간의 거래 경험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 대표의 자녀는 주문·발주와 수금, 작업지시, 고객 응대 등 경영 실무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자녀 한 씨가 꼽은 가장 현실적인 경영 과제는 수금관리다. 판매뿐 아니라 거래대금을 제 때 회수하고 거래처별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안정적인 경영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아버지가 쌓아온 경험을 습득하는 것은 더 어려운 과제다. 통상 승계 과정에서 배우고 싶어도 쉽게 배울 수 없는 것이 바로 '경험'이다. 기업을 창업해 수십년간 사업을 이어온 창업주들은 설명만 듣고도 어떤 소재가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지만, 현장 경험이 없는 후계자들은 판단이 쉽지 않다.
한국가업승계협회는 이러한 ‘경험의 격차’를 부영금속 승계의 핵심 과제로 진단했다. 거래처별 특성과 소재·규격, 가격·납기 판단, 공급처 선택, 매입·재고 기준 등을 대표 개인의 기억에서 꺼내 문서와 데이터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와 후계자의 역할은 단계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후계자가 대표의 의사결정과 고객 대응 과정을 관찰한 뒤 공동으로 판단하고, 이후 일정 영역을 직접 맡아 결과를 점검하면서 독립적인 책임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재무 부문에서도 외형 확대보다 현금흐름과 거래채권, 재고관리를 우선 과제로 삼았다.
인공지능 전환(AX)과 디지털 전환(DX)도 접목했다. 고객 상담과 소재 선택에 관한 대표의 설명을 음성으로 기록해 AI로 정리하고, 주문·발주·고객·재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형태로 축적하는 방식이다. AI가 대표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주의 경험을 기록해 후계자가 필요할 때 찾아 활용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기존 유통사업을 넘어 새로운 수익모델도 모색하고 있다. 한 씨는 비철금속 자재를 판매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부 소재를 가공해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주가공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이후 수요가 확보되면 자체 설비 도입을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판매채널 역시 기존 오프라인 거래에서 온라인과 젊은 소비자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박사는 “소공인 가업승계가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창업세대가 쌓은 신뢰와 경험을 토대로 후계자가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개척해야 승계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영금속 사례는 가업승계의 대상이 제조기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비철금속 유통기업에서는 매입과 재고, 소재 제안, 거래조건과 수금에 관한 판단 자체가 다음 세대로 넘겨야 할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