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에 왕좌 내준 LVMH…7000만명 떠난 명품의 위기 [명품 소비의 분화]

입력 2026-09-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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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 패션·가죽 매출 10%↓…영업이익은 21.5% 감소
세계 명품 고객 3년 새 7000만명 이탈…중산층 구매력 한계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로레알에 프랑스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가격을 올릴수록 희소성이 커지고 수요가 따라붙던 명품업계의 ‘불패 공식’에도 균열이 생겼다. 소득보다 훨씬 빠른 가격 인상에 중산층과 젊은 소비자가 이탈하면서 시장은 줄고 매출은 소수 ‘큰손’에게 집중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 명품 시장의 고성장 역시 소비 저변 확대보다는 이같은 양극화 흐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로레알의 시총은 약 2030억 유로(약 321조원)로 LVMH의 2010억 유로를 넘어섰다. 명품 기업이 아닌 상장사가 종가 기준 시총 1위를 차지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두 회사의 주가 흐름도 극명하게 갈렸다. 연초 이후 로레알 주가는 5% 상승한 반면 LVMH는 35% 넘게 떨어졌다. LVMH의 하락세는 이날도 이어져 결국 유럽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에서도 밀려났다.

LVMH의 추락은 ‘성장 엔진’인 패션·가죽제품 사업의 부진 때문이다. 이 부문 매출은 2023년 421억6900만 유로에서 2025년 377억7000만 유로로 10.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8억3600만 유로에서 132억900만 유로로 21.5% 줄었다.

LVMH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명품시장 자체가 변곡점을 맞았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개인 명품 소비재 시장은 2023년 3690억 유로로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3580억 유로로 축소됐다. 2022년 약 4억 명이던 명품 고객도 2025년 3억3000만 명으로 줄었다. 3년 만에 약 7000만 명이 시장을 떠난 셈이다. 중국 경기 둔화와 고물가·고금리에 명품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까지 겹친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명품업계는 보복 소비와 공급 부족을 등에 업고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가격 인상 예고 때마다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수요가 몰렸고 높은 가격은 다시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그러나 제품의 품질과 혁신, 구매 경험이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더 이상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명품시장의 저변을 넓혀온 중산층과 젊은 고객의 구매력이 먼저 약해졌다.

고객 수가 줄자 업계도 최상위 고객에게 더 집중했다. 연간 명품 구매액이 2만 유로를 넘는 고객이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0%에서 2025년 약 47%로 높아졌다. 시장 규모는 줄어드는데 상위 소비자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진 것이다. 대중 소비자는 고가의 가방과 의류 대신 화장품·향수 등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레알의 시총 1위 등극에는 불황 속 ‘작은 사치’를 찾는 립스틱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시장은 외형만 보면 글로벌 흐름과 반대다. 올해 상반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각각 35%, 35.6%, 35.2% 증가했다. LVMH 역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시장의 부진에도 한국 매출은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출 증가를 곧바로 명품 소비층 확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격 상승과 일부 고객의 고액 구매가 매출을 끌어올렸을 뿐 대다수 소비자의 소득 증가 속도는 명품값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샤넬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의 국내 가격은 2019년 715만원에서 올해 6월 말 1880만원으로 162.9% 뛰었다. 같은 기간 근로자 월평균 임금총액은 349만원에서 409만원으로 17.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방 가격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의 약 9.5배에 달한다.

명품 가격이 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중산층의 접근성이 낮아진 것이다. 반면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고액자산가의 초고가 소비가 늘었고 원화 약세와 방한 관광객 증가에 따른 외국인 수요도 힘을 보탰다. 소비 양극화다.

본지 자문 위원인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명품 가방이라는 제품군 자체의 희소성이 과거보다 옅어졌다”며 “명품 시장 전체가 고르게 성장하기보다 초고가 상위 브랜드와 하이엔드 주얼리가 성장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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