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 배재고, 손 내민 광주일고…“오늘 새 출발 첫걸음” [종합]

입력 2026-07-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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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일주일 만에 광주일고 찾아 화해의 시간
정근식 교육감 "교육적 회복 출발점 삼겠다"

▲배재고 야구부 감독(왼쪽)과 이규연 광주제일고 교장(오른쪽) 배재고 야구부 주장이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배재고 야구부 감독(왼쪽)과 이규연 광주제일고 교장(오른쪽) 배재고 야구부 주장이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로 물의를 빚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피해 학생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사안을 '교육적 회복의 출발점'으로 삼아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배재고 야구부 학생선수 36명 전원과 이효준 배재고 교장, 야구부 지도자, 교직원, 학부모 등 86명은 광주일고를 방문해 피해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사과 자리에서는 배재고 야구부 주장과 야구부 감독, 교직원 대표가 각각 사과문을 낭독했다.

배재고 야구부 주장은 "꿈과 희망이 담겨야 하는 야구장에서 배재고 선수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광주일고 선수들과 학부모, 광주 시민들께 큰 상처를 드렸다"며 "저를 포함한 팀 모든 선수가 이번 일을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야구를 떠나 인성과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일고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피해와 힘듦을 겪게 한 점, 같은 선수로서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고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며 "선수들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항상 마음속 깊이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피해 학생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광주제일고 전경. (사진=서울시교육청)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피해 학생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광주제일고 전경. (사진=서울시교육청)

야구부 감독도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이끌지 못한 지도자로서 제 책임이 가장 크다"며 "승패에만 집중한 나머지 잘못된 응원을 제때 제지하지 못한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잘못 이전에 지도자로서의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을 겸허히 감당하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직원 대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탈이나 실수가 아닌 윤리의식과 역사 인식의 총체적 붕괴에서 비롯된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학생들과 함께 다시 배우고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이효준 배재고 교장도 울먹이며 재차 사과했다. 이 교장은 “이번 일로 많은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며 “배재는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잊지 않고 있다. 이제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고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속 깊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광주일고 측은 배재고 학생들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전했다.

광주일고 야구부 주장은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일을 통해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일고 감독은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실수는 반성하면 되고, 상처받은 사람도 이를 가슴에만 두기보다는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배재고와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난다면 정정당당하게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 참배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 참배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고개를 숙인 배재고 학생들을 향해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진정으로 사과하려면 마음으로 사과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잘 사는 것”이라며 “다음에 광주일고 학생들을 만날 때 당당하게 기량을 펼치며 멋진 승부를 보여주는 것이 용서를 구하는 가장 멋진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을 잘못 이끈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라며 “양교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발전하고 변화된 모습으로 여러 사람 앞에 당당히 서는 것이 진실한 화해와 용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화해의 몸짓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용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발전의 첫걸음을 오늘 뗐다”고 밝혔다.

이후 두 학교 선수들은 한 명씩 서로 악수하며 화해의 뜻을 나눴다.

사과를 마친 배재고 학생들과 관계자들은 이후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김대중 전남광주교육감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정 교육감은 "이번 사안으로 상처를 입으신 광주일고 학생 선수와 관계자, 광주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학교 스포츠는 승패를 겨루는 경기장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연대하며 책임감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지만, 이번 일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성찰의 과제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오늘 민주주의와 인권, 상생의 가치가 깃든 이곳에서 역사의 무게를 느끼며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준 상처를 깊이 성찰했다"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광주일고를 직접 찾아 진심으로 사과하는 용기와 이를 포용하는 연대의 정신은 학생들이 평생 가슴에 품어야 할 민주시민의 가치"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 선수와 지도자 간 소통 방식을 면밀히 살피고 공정과 상호 존중이 살아 숨 쉬는 학교 스포츠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일부 학생 선수들이 광주일고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불거졌다.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맞물리며 5·18민주화운동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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