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미 2만5000가구 추진 중" 반박
용산은 물량 '1만 가구 vs 8000가구' 대립

서울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나란히 '공급 확대'를 외치면서도 핵심 입지를 두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양측 모두 "닥치고 공급(닥공)"을 앞세웠지만 개발 방식과 물량, 도시계획 방향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면서 도심 주택 공급이 오히려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지난달 24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계기로 표면화됐다. 김 실장은 고금리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인한 구조적 공급 부족을 지적하며 "지금은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공급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9·7 대책과 1·29 대책을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김 실장은 서울 시내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대안으로 영등포·구로 등 노후 준공업지역을 지목했다. 그는 "여기에 왜 주택을 안 짓느냐고 물었더니 서울시에서는 제조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하더라"며 "지금은 누가 주가 돼서 계획을 세우느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서울시를 압박했다. 환경 규제 등으로 지연되는 태릉 등 주요 공급 후보지에 대해서도 주민 설득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토론회 직후 즉각 입장문을 내며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서울시는 "이미 준공업지역 제도 개선을 통해 총 32개소에서 2만5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을 원활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서남권 대개조' 후속 조치로 준공업지역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상향하고 상업지역 용적률 800%를 적용하는 산업혁신구역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이미 유연하고 적극적인 공급 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서울코어)'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첨예하다. 정부는 1·29 대책을 통해 용산 공급 물량을 기존 6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총사업비 51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데다 서울 도심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곳인 만큼 주거시설 공급 규모는 서울 공급 정책의 상징적 지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반시설 재설계로 인한 사업 지연과 도시 수용 능력을 이유로 "8000가구 이상은 절대 불가하다"며 배수진을 쳤다. 여기에 소형 위주 공급에 따른 자산가치 저하를 우려하는 용산구 주민들과 학령인구 급증에 따른 학교 배치 문제를 제기한 교육청까지 가세하면서 정부의 구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준공업지역에 이어 용산 물량까지 대립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정책 혼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가 모두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핵심 입지의 개발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급 총량을 늘리는 정부, 용산 등 핵심 지역에 대한 도시계획적 품질을 높이려는 서울시 모두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정부의 물량 확대 드라이브와 지자체의 도시계획 권한이 조율되지 않는다면 양측이 공언한 공급 대책 모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